자전거
- 이문자 시인
병원 벤치에 한 남자가
목발을 옆에 두고 안경다리를
접었다 폈다 반복한다
그는 기울기도 하고
넘어져도 본 사람이다
바로 서서만은 갈 수 없는 세상
적당히 기울다가 바로 서기도 하고
중심을 잡지 못해 넘어지기도 한다
그는 남들보다 악착같이 살아왔다
가족도 챙기지 못한 채
언제나 일이 먼저였다
세상의 속도에 맞춰 속력을 내다가
헛돌기도 하고 진흙탕에
빠지기도 한세월
쉴 새 없이 달려온 그의 육신은 녹슬고
정신은 먼지가 끼었다
그는 금이 간 안경을 닦고 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보내는 경고처럼
벨 소리 요란하게 울린다
■ 시작노트
환자와 자전거의 동일성을 통해 삶의 전반을 반추하는 글이다. 일상의 질곡에서 유연한 생각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성찰이 들어있다.
■ 이문자 시인
한국문인협회 서울 종로지부 사무국장
계간문예 작가회 이사
경북일보 시부문 문학상 수상
서울 종로문학상 시부문 수상
시집으로 '푸른혈서', '삼산 달빛연가'가 있다.
i2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