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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생명을 위한 연대, 봄이 묻는 질문 – "당신은 제비인가, 매인가?"

공존과 저항, 제비에게 배우는 공동체의 힘
"돌봄과 저항사이에서 나는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세종=미래일보) 박인숙 기자 = 제비는 해마다 같은 장소로 돌아와 둥지를 튼다. 봄의 전령으로 알려진 제비는 매서운 추위를 피해 남쪽 나라에서 겨울을 보낸 후, 봄기운이 스며드는 3~4월이면 자신이 둥지를 튼 그곳으로 다시 귀향한다. 계절의 순환을 따라 자연스럽게 돌아오는 것이다.

제비의 귀환은 긴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푸른 희망이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혁명처럼 벅차고, 이슬처럼 맑은 그 감동은 우리의 가슴에 환희로 번진다. 가지마다 낡은 것들은 사라지고, 새로운 생명이 숨을 틔운다.

제비는 주로 사람이 사는 집의 처마나 건물 외벽에 둥지를 튼다. 이는 포식자로부터의 안전, 바람과 비를 피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연못이나 논밭 등 먹이가 풍부한 장소가 인근에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과 제비는 오래전부터 공존해 왔다.

고향집 처마에도 어김없이 제비 가족이 돌아왔다. 그들은 둥지 속에서 새끼를 기르다 가을의 끝자락까지 머물다 떠나곤 했다. 고향은 어촌이지만, 소나무와 참나무가 자라는 낮은 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보리와 감자, 콩 같은 작물들이 자라는 그 땅은 야생 생물에게는 낙원이었다. 초저녁이면 산 너머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울던 부엉이의 울음소리도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어느 초여름 오후였다. 소나기가 지나간 뒤, 빨랫줄에는 작은 물방울들이 매달려 있었다. 그 순간, 세상을 향해 한 번도 날아본 적 없는 새끼 제비 한 마리가 날개를 파닥이며 둥지에서 나와 빨랫줄 위에 조심스레 앉았다.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중심을 잡으려 애쓰는 그 모습은 위태로웠지만, 형제 제비들의 짹짹거림은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나는 그 새끼 제비가 하늘 높이 비상하길 바랐다.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아쉬움을 접으며 그의 첫 비행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날카로운 눈과 발톱을 가진 매가 나타나 순식간에 새끼 제비를 낚아채 가버렸다. 아직 세상의 어두운 뒷면도 모르는 어린 제비는, 첫 비행을 시도하려던 찰나 허공으로 끌려갔다.

가슴을 후려치는 듯한 충격이었다. 서늘한 분노가 일었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돌아온 제비 가족의 평화를 짓밟는 저 맹금류!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냉혹한 자연의 질서 앞에 개입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런데, 어미 제비가 쏜살같이 날아와 울부짖었다. 그리고 곧이어 수백, 수천 마리의 제비들이 사방에서 바람처럼 몰려들었다. 하늘은 제비 떼로 요동쳤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제비들은 날개 짓으로 매를 포위하고, 폭풍처럼 저항했다. 작고 여린 몸들이 맹금류에 맞서 격렬하게 날아올랐다.

어미 제비는 새끼를 위해 울었고, 다른 제비들은 연대를 선택했다. 하늘을 찢을 듯한 그들의 항거는 단순한 본능을 넘어선 연대의 힘이었다.

결국 매는 방향을 잃고 휘청이다 새끼 제비를 떨어뜨렸고, 겁에 질려 도망쳤다.

제비들은 집단적으로 움직이며 공동체를 지키는 동물이다. 약자를 포식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날카로운 울음으로 경고하고, 무리 전체가 움직인다. 이는 인간의 전투 전략과도 닮아 있다.

이 장면을 떠올리며 나는 자문하게 된다.

"나는 연약하다는 이유로 어떤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왔는가?"
"어떤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는가?"

제비의 연대는 나의 삶에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의 고통을 목격할 때마다 그 광경이 떠오르고, 나는 '돌봄'이라는 언어를 외면하지 못한다.

때로 어미 제비는 적을 새끼로부터 멀어지게 하기 위해, 마치 자신이 다친 듯 날개를 끌며 위장 비행을 하기도 한다. 그 모성애는 인간보다 결코 작지 않다.

제비는 빨랫줄에 앉을 때조차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 바람과 속도를 맞추고 혼란을 피하며, 서로를 보호하는 비행 질서는 그들의 공동체적 본성을 보여준다.

무차별적인 위협 속에서도 연대하며 약자를 보호하는 제비의 본능은 인간과 닮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제비와 공존할 수 있다.

그리고, 봄은 또다시 돌아왔다.

새끼 제비들이 다시 비상을 꿈꾸는 이 계절,
당신은 제비인가? 매인가?

ebbnyac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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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계간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성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2025년 12월 5일 저녁,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이 문학의 향기로 가득 찼다. 계간 <문학에스프리>(발행인·시인 박세희)가 주최하고 도서출판 등대지기가 주관한 '제3회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및 송년 문학의 밤'이 각계 문인과 축하객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김종대 시인(문학에스프리 작가회 사무국장)의 진행으로 문학과 예술의 깊은 교류가 이어진 이번 행사는, 한 해 동안 한국문학이 어떤 고민을 거듭했고 어떤 성취를 이뤄냈는지 조명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과 달리, 행사장은 오랜 창작의 길을 걸어온 문인들과 신예 작가들의 열정으로 따뜻했다. 정면 무대에는 "문학은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라는 문구가 걸렸고, 문단 원로와 신진이 함께 어우러진 축하의 장이 이어졌다. "문학은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힘" 이날 축사에 나선 다산 정약용 연구의 권위자이자 인문정신의 상징적 존재인 박석무 우석대 석좌교수는 문학의 본질적 사명과 시대적 역할을 다시 일깨웠다. 박 교수는 먼저 "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라고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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