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미래일보) 박인숙 기자 = 2025년 7월, 세종시의 한복판에 자리한 평화의 소녀상이 다시 한번 역사의 중심에 섰다. 불볕더위 속에서도 시민과 학생들은 손수 풀을 뽑고, 보라색 모자를 씌우며 "기억은 가꾸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모였다. 제5회 세종 평화의 소녀상 여름나기 행사는 단지 기념이 아닌, 침묵 속에서 증언하고 있는 과거와 마주한 현재의 고백이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까지 이어지며,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잊히지 않는 책임을 새겼다. 일본군 장교였던 요시다 유우토의 사죄와, 그 아들의 반동까지… 기억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편집자 주] ◆ 세종 평화의 소녀상, 침묵 위에 놓인 연대의 보라색 모자…"뜨거운 여름, 차가운 진실 위에 피어난 연대의 꽃" 2025년 7월 5일 토요일 오후, 세종시 호수공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한여름의 오후, 평화의 소녀상 앞에는 일찍부터 시민들의 발걸음이 모여들었다. 따가운 햇살 아래, 시민들의 손으로 소녀상 어깨 위에 보라색 여름 모자가 조심스레 얹힌다. 이 조용한 퍼포먼스는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시민들의 믿음이자, 공동의 의식이었다. 올해로 5회를 맞은 '세종
(세종=미래일보) 박인숙 기자 = 세종시가 주최하고 세종여성회가 주관한 '제5회 세계 평화의 소녀상 여름나기' 행사가 지난 7월 5일 세종호수공원 내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세종여성회, 민주노총 세종지부, 세종YMCA, 세종민주평화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와 학생,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소녀상 주변 환경을 정돈한 뒤, 소녀상 머리에 보라색 여름 모자를 씌우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역사적 기억을 지켜갈 것을 다짐했다. 소녀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피해 여성들의 삶과 고통, 존엄을 상징하는 ‘기억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복 차림의 소녀 조각과 나비 문양, 들린 맨발과 비어 있는 의자 등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현실과 책임 문제, 그리고 역사적 성찰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행사에 이어 참가자들은 충남 천안에 위치한 국립 망향의 동산 위안부 피해자 묘역을 참배했다. '안식의 집'으로 불리는 추모 공간에는 고(故) 김복동, 이옥선 할머니 등 생존자의 증언이 새겨진 벽면과 바닥 문구가 설치돼 있으며, 위안부 피해자
(세종=미래일보) 박인숙 기자 = 제비는 해마다 같은 장소로 돌아와 둥지를 튼다. 봄의 전령으로 알려진 제비는 매서운 추위를 피해 남쪽 나라에서 겨울을 보낸 후, 봄기운이 스며드는 3~4월이면 자신이 둥지를 튼 그곳으로 다시 귀향한다. 계절의 순환을 따라 자연스럽게 돌아오는 것이다. 제비의 귀환은 긴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푸른 희망이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혁명처럼 벅차고, 이슬처럼 맑은 그 감동은 우리의 가슴에 환희로 번진다. 가지마다 낡은 것들은 사라지고, 새로운 생명이 숨을 틔운다. 제비는 주로 사람이 사는 집의 처마나 건물 외벽에 둥지를 튼다. 이는 포식자로부터의 안전, 바람과 비를 피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연못이나 논밭 등 먹이가 풍부한 장소가 인근에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과 제비는 오래전부터 공존해 왔다. 고향집 처마에도 어김없이 제비 가족이 돌아왔다. 그들은 둥지 속에서 새끼를 기르다 가을의 끝자락까지 머물다 떠나곤 했다. 고향은 어촌이지만, 소나무와 참나무가 자라는 낮은 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보리와 감자, 콩 같은 작물들이 자라는 그 땅은 야생 생물에게는 낙원이었다. 초저녁이면 산 너머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울던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