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7 (토)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붓글씨와 초밥

"조선의 붓끝과 도쿄의 칼끝, 노력은 시대를 넘어선다"
"한석봉의 글씨와 문경환의 초밥, 장인정신의 공통 분모"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연습에서 길러진다. 조선의 한석봉과 현대의 초밥 장인 문경환 셰프, 두 사람의 무대는 시대와 분야는 달랐으나 ‘노력’이라는 본질 앞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한석봉은 촛불 없이 글씨를 연습했다. 천 년이 지난 오늘날, 일본 도쿄에서 문경환(논산 출신, 2025년 9월 17일 tvN '유 퀴즈' 출연) 셰프는 천여 마리의 바닷장어를 연습용으로 사용해 초밥을 만들었다. 시대와 도구는 달랐지만, 두 사람 모두 피나는 반복 속에서 장인정신을 세워갔다.

한석봉의 전설은 흔히 어머니와의 일화에서 시작된다. 서당에서 돌아온 석봉에게 어머니는 촛불을 끄고 붓글씨를 쓰게 했고, 자신은 떡을 썰었다. 아들의 글씨는 엉망이었고, 어머니가 썬 떡은 정갈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오밤중에 선생에게 보내며 일깨웠다. 석봉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날 이후 조선 최고의 서예가가 되기까지 수만 번의 붓놀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문경환 셰프의 시작은 한 권의 만화책이었다. <미스터 초밥왕> 속 주인공 쇼타에 매료된 그는 초밥이라는 단어 하나에 인생을 걸었다. 도쿄의 식당이 조선의 서재가 되어간 여정이었다.

전 재산 100만 원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월세 50만 원짜리 방에 살며 설거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다. 귀국을 결심하던 마지막 날, 그는 통장 잔고 30만 원으로 초밥을 먹으러 갔고, 그 자리에서 운명을 만났다. 일본 셰프가 그의 열정에 감동해 사장에게 소개했고, 그는 도쿄 최고의 초밥집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석봉은 어둠 속에서도 붓을 잡았다. 글자의 결을 손끝으로 느끼며 수천, 수만 번의 연습 끝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역사에 새겼다. 중국 사신들까지 그의 글씨를 탐했고, 군수직에 오르기도 했다. 문 셰프 역시 생선이 없어 신문지를 오려 초밥 연습을 했다. 초밥 한 점에 담긴 온도와 수분, 식감, 정성이 완벽해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어깨에 석회가 낄 정도로 무리했고, 수술을 감수하면서도 칼을 놓지 않았다.

조선에서 석봉이 글씨로 이름을 떨치기까지 수십 년의 연습이 필요했듯, 문 셰프도 도쿄에서 첫 초밥을 쥐기까지 5년이 걸렸다. 이후 9년째에 자신의 가게를 열었고, 이듬해 미슐랭 별 하나를 받았다. 외국인 최초로 5년 연속 별을 받은 셰프가 된 것이다.

석봉에게는 어머니의 가르침이, 문 셰프에게는 만화 속 쇼타가 있었다. 문 셰프는 지금도 '쇼타'라는 이름을 예명처럼 쓰며 초심을 잊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시대와 언어, 문화를 초월해 '진심'을 전달했다. 석봉은 백성을 감동하게 했고, 문 셰프는 미슐랭을 감동하게 했다. 누군가는 그들을 천재라 부르겠지만,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그냥 매일 했을 뿐이다."

촛불 없는 밤
붓 하나로 별을 그린 석봉
장어 천 마리
칼끝으로 꿈을 빚은 경환
부유하지 않아도
배고파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매일, 매일
지루할 만큼 같은 연습
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별을 길렀다
사람들은 말하겠지
"천재였다"고
그러나 그들은 말하리라
"나는 그냥 매일 했을 뿐이다."
우리가 선 그 자리,
그곳이 바로/우리의 무대다

- 최창일 시인의 시 '무대' 전문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i24@daum.net
배너
한국산림문학회, '제14회 녹색문학상'에 이열 <느린 인간>·명은애 <벌목공에게 숲길을 묻다> 공동 선정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사)한국산림문학회(이사장 김선길)가 주관하고 산림청이 주최하는 '제14회 녹색문학상' 수상작이 발표됐다. 산문 부문에서는 이열 작가의 사진에세이집 <느린 인간>이, 운문 부문에서는 명은애 시인의 시집 <벌목공에게 숲길을 묻다>가 각각 선정되며 공동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두 작품은 숲과 인간의 공존을 탐구하며, 생명과 환경의 가치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29일(수) 오전 10시 30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과학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리며, 산림청 김인호 청장을 비롯해 산림 관계자와 문학인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녹색문학상은 숲사랑과 생명존중, 산림녹화와 환경보존의 가치를 주제로 한 문학 작품을 시상하기 위해 2012년 제정된 상이다. 올해는 시·소설·수필·아동문학 등 199편의 응모작 중 196편이 예선을 통과했으며, 본심에는 장르별 6편이 올라왔다. 심사위원장 김홍신 소설가를 비롯한 곽주린, 오경자, 정두리, 허형만 등 5명의 본심위원은 숙독과 토론을 거쳐 두 작품을 최종 선정했다. 김홍신 위원장(소설가)은 심사평에서 "녹색문학상은 단순히 뛰어난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희망브리지, '안아드림 페스티벌’ 참여…소방관 응원 부스 운영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회장 임채청)는 26일부터 27일까지 경상북도청 천년숲에서 열리는 '2025 안전경북 아이행복 드림 페스티벌(안아드림 페스티벌)'에 참여해 ‘특명! 소방관을 응원하라’ 부스를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안전경북 아이행복 드림 페스티벌(안아드림 페스티벌)은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경상북도 소방본부가 주관하는 도내 최대 규모의 안전체험 행사로, 올해로 4년째를 맞는다. 희망브리지는 이번 부스에서 ▲소방관 OX 퀴즈 ▲소방관 긴급출동키트 꾸리기 ▲소방관 응원 메시지 남기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시민과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소방관을 응원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활동은 희망브리지의 '국민 히어로즈'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국민 히어로즈는 월 2만원의 후원으로 소방관에게는 출동키트, 이재민에게는 구호키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이 일상에서 소방관과 이재민을 응원하는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신훈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경북도민과 함께 소방관을 응원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소방관들과

정치

더보기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