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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붓글씨와 초밥

"조선의 붓끝과 도쿄의 칼끝, 노력은 시대를 넘어선다"
"한석봉의 글씨와 문경환의 초밥, 장인정신의 공통 분모"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연습에서 길러진다. 조선의 한석봉과 현대의 초밥 장인 문경환 셰프, 두 사람의 무대는 시대와 분야는 달랐으나 ‘노력’이라는 본질 앞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한석봉은 촛불 없이 글씨를 연습했다. 천 년이 지난 오늘날, 일본 도쿄에서 문경환(논산 출신, 2025년 9월 17일 tvN '유 퀴즈' 출연) 셰프는 천여 마리의 바닷장어를 연습용으로 사용해 초밥을 만들었다. 시대와 도구는 달랐지만, 두 사람 모두 피나는 반복 속에서 장인정신을 세워갔다.

한석봉의 전설은 흔히 어머니와의 일화에서 시작된다. 서당에서 돌아온 석봉에게 어머니는 촛불을 끄고 붓글씨를 쓰게 했고, 자신은 떡을 썰었다. 아들의 글씨는 엉망이었고, 어머니가 썬 떡은 정갈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오밤중에 선생에게 보내며 일깨웠다. 석봉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날 이후 조선 최고의 서예가가 되기까지 수만 번의 붓놀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문경환 셰프의 시작은 한 권의 만화책이었다. <미스터 초밥왕> 속 주인공 쇼타에 매료된 그는 초밥이라는 단어 하나에 인생을 걸었다. 도쿄의 식당이 조선의 서재가 되어간 여정이었다.

전 재산 100만 원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월세 50만 원짜리 방에 살며 설거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다. 귀국을 결심하던 마지막 날, 그는 통장 잔고 30만 원으로 초밥을 먹으러 갔고, 그 자리에서 운명을 만났다. 일본 셰프가 그의 열정에 감동해 사장에게 소개했고, 그는 도쿄 최고의 초밥집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석봉은 어둠 속에서도 붓을 잡았다. 글자의 결을 손끝으로 느끼며 수천, 수만 번의 연습 끝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역사에 새겼다. 중국 사신들까지 그의 글씨를 탐했고, 군수직에 오르기도 했다. 문 셰프 역시 생선이 없어 신문지를 오려 초밥 연습을 했다. 초밥 한 점에 담긴 온도와 수분, 식감, 정성이 완벽해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어깨에 석회가 낄 정도로 무리했고, 수술을 감수하면서도 칼을 놓지 않았다.

조선에서 석봉이 글씨로 이름을 떨치기까지 수십 년의 연습이 필요했듯, 문 셰프도 도쿄에서 첫 초밥을 쥐기까지 5년이 걸렸다. 이후 9년째에 자신의 가게를 열었고, 이듬해 미슐랭 별 하나를 받았다. 외국인 최초로 5년 연속 별을 받은 셰프가 된 것이다.

석봉에게는 어머니의 가르침이, 문 셰프에게는 만화 속 쇼타가 있었다. 문 셰프는 지금도 '쇼타'라는 이름을 예명처럼 쓰며 초심을 잊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시대와 언어, 문화를 초월해 '진심'을 전달했다. 석봉은 백성을 감동하게 했고, 문 셰프는 미슐랭을 감동하게 했다. 누군가는 그들을 천재라 부르겠지만,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그냥 매일 했을 뿐이다."

촛불 없는 밤
붓 하나로 별을 그린 석봉
장어 천 마리
칼끝으로 꿈을 빚은 경환
부유하지 않아도
배고파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매일, 매일
지루할 만큼 같은 연습
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별을 길렀다
사람들은 말하겠지
"천재였다"고
그러나 그들은 말하리라
"나는 그냥 매일 했을 뿐이다."
우리가 선 그 자리,
그곳이 바로/우리의 무대다

- 최창일 시인의 시 '무대' 전문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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