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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문학의 양심이 무너질 때 … "표절과 문단 권력의 그늘"

"누군가의 언어를 훔치는 자는, 문학의 빛을 스스로 감춘다"
문학, 표절의 그림자 … 자정 없는 문단을 고발한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본지 편집국장) = 문학은 인간의 내면에서 피어나는 가장 고결한 언어의 형식이다. 그러나 그 언어의 꽃이 피기 전, 누군가의 글을 베끼는 손이 있다면 그것은 창조가 아니라 절도이며, 시가 아니라 범죄다.

1984년 신춘문예 당선작이 발표된 후, 그 작품을 거의 그대로 표절한 사건이 있었다. 원작자는 참담함 속에서도 "잘못을 인정한다면 용서하겠다"는 편지를 보냈지만, 사과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40년이 흘렀지만, 표절자는 여전히 문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 문단의 현실이다. [편집자 주]

표절, 문학의 집을 허무는 돌멩이

문학은 진실을 말하는 언어의 집이다. 그러나 그 집을 허무는 가장 무거운 돌멩이가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표절이다.

표절은 단순한 잘못이 아니라 창작 윤리를 파괴하는 범죄다. 그럼에도 한국 문단은 오랫동안 이 문제를 직시하지 못했다. 문학은 개성 있는 언어의 울림이며 작가의 정신이 새겨진 기록이다. 그러나 그 울림 위를 무심히 걷는 표절의 발자국은 문학의 깊이를 꺾고 신뢰를 갉아먹는다.

오늘날 한국 문단에서 표절은 더 이상 드문 사건이 아니다. 다만 '공론화되지 못한 표절'과 '침묵의 공모'가 반복되며, 문학 내부의 윤리 기반은 조금씩 부식되고 있다. 이제는 문단 스스로 짚고 넘어가야 할 때다.

과거의 그림자, 지금도 되풀이되는 표절

한국 문학은 과거에도, 지금도 표절 문제로 흔들려 왔다.

199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 발표된 뒤, 이 작품이 소설가 오정희의 기존 작품과 유사하다는 항의가 잇따랐다. 결국 신문사는 당선을 취소하며 "혼성모방 운운은 어불성설"이라는 강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표절에 대해 문단이 한때 엄격한 잣대를 세웠던 사례로 회자된다. 그러나 그 엄격함은 신인에게만 적용되고, 기성 작가나 권위 있는 인물에게는 관대했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작인 권혁모 시조시인의 '하회동 소견(河回洞所見)'이 발표된 직후, 이 작품을 무단 차용한 표절 사건이 문단 내에서 알려졌다. 원작자의 진심을 훔친 이 사건은 충격적이었으나, 이후 문단 내부는 침묵했다.

"한 번의 실수일 수 있다", "문단 망신은 피해야 한다"는 자기보호 논리가 더 앞섰다. 결국 가해자는 사과조차 하지 않은 채 문학 활동을 이어갔고, 피해자는 40년의 세월을 상처와 함께 살아야 했다.

신경숙·조경란 사건이 남긴 교훈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이다.

2015년 소설가 이용준은 한 매체를 통해 신경숙 작가의 '오래전 집을 떠날 때'에 수록된 단편 '전설'의 일부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우국', '연회는 끝나고'의 구절을 거의 그대로 따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역시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와 유사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경숙 작가와 출판사 창비는 해당 의혹을 부인하며 "유사한 구절은 문학적 표현의 범주 안에 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문학계 안팎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는 한국 문단이 표절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계기가 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응모작 '혀'의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신인 작가 주이란 씨는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조경란 작가가 자신의 응모작을 본 뒤 유사한 결말과 표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저작권 분쟁 조정 요청까지 갔지만, 결국 공식적인 결론 없이 흐지부지 끝났다. 표절 의혹이 제기되어도 진상 규명이 미비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관행이 문제의 본질이다.

표절자의 도덕불감증과 문단 권력

표절 논란이 일어난 뒤에도, 가해자가 문단 내 지도적 자리로 나아가는 경우가 있다. 이 내재된 도덕불감증은 문학계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표절자가 공개적 사과 없이 세월만 흘려보내며, 오히려 문단 단체의 임원·심사위원·협회장으로 출마하는 것은 문학적 윤리에 대한 조롱이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이중의 폭력이며, 문학의 도덕성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표절 전력이 있는 인물이 '문단 지도자'로 출마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 문단의 구조적 허점을 보여준다. 선거제도의 허술함, 윤리 검증 부재, "사람 좋으면 된다"는 관행이 합쳐진 결과다.

어떤 이는 자신이 표절한 작품으로 명성을 쌓고, 그 권위를 바탕으로 후학을 가르치며 문학상을 심사한다. 이는 더 이상 '개인의 부끄러움'이 아니라 문학 제도의 붕괴다.


문단 지도자화의 위험성 …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표절 의혹이 있는 작가가 문학회 임원이나 평론가 그룹의 리더로 진출하는 것은, 윤리의 붕괴이자 권력의 자기보호다. 이들은 심사위원, 공모전 운영자, 문학상 추천위원으로서 표절 문제를 검증할 책임을 져야 하지만, 정작 자신이 그 시스템 안에서 윤리적 검증을 피해 가는 구조적 카르텔을 만들고 있다.

표절 전력자에게 지도자 출마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양심 없는 권력"을 제도적으로 승인하는 것과 같다. 문학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1. 문단 공직윤리심사제 도입
문학단체 임원 후보자는 과거의 표절 이력, 저작권 분쟁, 징계 기록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는 문단 선거가 도덕적 검증의 장이 되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2. 표절 이력자 출마 제한 규정 제정
일정 기간(예: 5~10년) 내 표절로 판정된 자는 문단 임원, 문학상 심사위원, 운영위원 등 주요 직책에 오를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

3. 독립된 문예윤리위원회 신설
중앙 문학단체 차원에서 표절·윤리 위반을 조사·징계하는 독립적 기구를 설치하고, 정치적·인맥적 개입을 배제해야 한다.

4. 문단 선거의 투명성 강화
단체장 선출 과정에서 '도덕성 검증 공청회'나 후보자 윤리 질의 절차를 도입해, 표절 이력이나 의혹이 공론화되도록 해야 한다.

문단의 리더십은 문학적 성취 이전에 도덕적 자격에서 출발해야 한다. '작품은 훌륭하지만 사람이 문제'라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양심 없는 리더는 문학을 이끌 수 없고, 표절의 그림자 위에 문학의 빛은 설 수 없다.

피해자의 증언 … "표절보다 더 아픈 건 침묵이었다"

표절 피해자들은 단순히 작품의 권리를 빼앗긴 것이 아니라, 정신적 상처와 문단 내 고립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그들의 고통은 침묵 속에서 더욱 깊어진다.

"표절보다 더 아픈 건 문단의 침묵이었다." 이 절규는 한국 문학이 스스로에게 던진 가장 준엄한 물음이다.

문단의 자정력 상실과 윤리 회복 과제

문단이 자정하지 않는다면, 문학은 스스로의 신뢰를 잃는다. 창작의 근원은 '양심'이며, 그 양심이 무너질 때 문학은 권력과 허위의 언어로 전락한다.

문단 윤리 회복의 시급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 공개적 검증·징계 시스템 정비, ▲ 심사위원과 작가 간 거리 두기, ▲ 저작권 및 창작 윤리 교육 강화, ▲ 피해자 보호 체계 마련, ▲ 출판사와 문학권력의 책임 강화이다.

문학의 양심을 회복하기 위하여

꽃이 피면 그 향기로 세상을 밝히고, 언어가 피면 그 진실로 마음을 감싼다. 그러나 그 꽃잎을 훔치는 손이 있다면, 그 향기는 사라지고 만다. 표절은 한 작가의 죄를 넘어 문학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독이다.

이제 문단은 스스로의 윤리를 세워야 한다. 표절을 감추려 하지 말고, 밝히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때 비로소 문학은 다시 독자의 신뢰 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은 양심의 기록이다. 그 양심이 무너질 때, 문학은 더 이상 문학이 아니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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