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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향기] 박인숙 시인의 '6월의 꽃이 되어'

6월의 슬픔과 찬란함이 피어나는 언어의 꽃– 존재와 부재를 넘나드는 서정의 장송곡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6월은 죽은 이를 기리는 계절이자, 그 죽음을 품고 꽃피우는 시간이다. 찔레꽃, 장송곡, 바다를 나는 새, 황금빛 노을, 태양… 이 모든 상징들이 '죽음 이후의 존재'로서의 누군가를 찬미하며 기억한다.

죽음의 어둠과 고통을 지나 자연은 새벽을 맞고, 세계는 다시 깨어난다. 이는 단지 시간의 흐름이 아닌, 생명과 희망의 복원을 상징한다. 바다는 춤을 추고, 하늘은 타오른다. 죽은 자가 남긴 의미가 세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한 서사이다.

박인숙 시인의 시 '6월의 꽃이 되어'는 누군가의 죽음을 추모하는 개인적 체험에서 출발해, 사회적 기억, 존재의 의미, 자연의 윤회와 연결되는 서정적 장중함을 지닌다. 죽음을 단순한 끝이 아니라 "다시 날아오르는 새처럼" 승화된 존재로 바라보는 이 시의 마지막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위안을 준다.

다음은 박인숙 시인이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그 너머의 생과 빛, 영혼의 여정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인 시 '6월의 꽃이 되어' 전문과 이 시에 대한 감상과 해석이다. [편집자 주]

‘6월의 꽃이 되어’

- 박인숙 시인

죽음은 시간의 영속 중 어느 굴곡부터 일까
세상과 얽혀있는 매듭을 풀고
영들의 영역을 향한 시점일까
빛이 깨지고 흩어져 바람이 된 순간일까
방향 없는 마음을 감당하지 못한 채
창백히 시들어 가는 삶이 죽음이겠지

푸르게 멍이 든 숲에서
쏙독새는 밤 세워 울었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은 도시는
젊음을 버리고 가버린
나의 영웅을 안고 쓰러져 갔다
세상은 어둠속으로 가라앉으며
땅 속 깊이 그림자를 묻었다

오래 된 바위처럼 이름 모를
어느 골짜기에 버려 진 너는
북녘의 별이 되어 흐느꼈다.
얼마나 많은 나의 밤들도
신음 속에 비틀렸던가
슬프게 웃는 밤하늘의 너를 보며
저항하지 못했던 날들을 채찍했다
빛바랜 날들은 새벽의 물결에 밀려가고
네가 지킨 동쪽 하늘에 햇빛이 내린다
서쪽 하늘도 붉게 타오르며
세상은 깨어나고 바다는 춤을 춘다

찔레꽃 향기 속에 울던 장송곡에
바람도 목이 쉬었던 그날
유월의 꽃들은 너를 안고 피었다
이제 너는 저 바다를 나는 한 마리 새처럼
황금빛 노을을 따라 날아라
네가 지킨 동녘에 해가 떠오르며
네 무덤에 태양이 쏟아진다.

■ 감상과 해석

"유월의 꽃들은 너를 안고 피었다
이제 너는 저 바다를 나는 한 마리 새처럼…"

박인숙 시인의 '6월의 꽃이 되어'는 죽음을 소재로 삼되, 절망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너머의 '존재의 빛'과 '기억의 언어'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서정시다.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6월이라는 계절에 깃든 역사와 상실, 그리고 그것을 넘는 치유와 희망의 서사를 노래한다.

시의 시작은 철학적인 질문으로 문을 연다. "죽음은 시간의 영속 중 어느 굴곡부터일까"라는 첫 구절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단절이 아닌 '연속된 곡선'으로 인식한다. 이는 단순한 죽음의 서사가 아닌, 시간과 기억 속에 영원히 새겨지는 존재의 흔적을 사유하게 만든다.

삶의 허무와 고통, 그리고 시대를 떠안고 스러져 간 한 '영웅'의 상실 앞에서 시인은 깊은 침묵과 자책, 그리고 감정의 파문을 그린다. 쏙독새의 울음소리와 멍든 숲, 쓰러진 도시는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시에, 모두의 청춘이 짓밟힌 시대적 상처를 은유한다.

그러나 시는 슬픔에만 머물지 않는다. "빛바랜 날들은 새벽의 물결에 밀려가고 / 바다는 춤을 춘다"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 삶은 다시 새벽을 맞고, 자연은 순환한다. 죽음을 받아들이되, 그를 기억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응원하는 듯한 시인의 시선은 독자에게 묵직한 위로를 건넨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는 "네가 지킨 동녘에 해가 떠오르며 / 네 무덤에 태양이 쏟아진다"는 문장으로, 죽은 이를 '자연의 일부'로 끌어안는 경건한 추모를 담아낸다. 그 존재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동쪽 하늘을 지키는 빛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6월의 꽃이 되어'는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는 '그리움'과 '상실의 기억'을 어루만진다. 찔레꽃 향기처럼 아리고도 아름다운 시인의 언어는, 우리에게 6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자리, 그 빈자리에 피어난 ‘꽃 한 송이의 문학’을 통해 우리는 오늘도 삶의 한복판을 건넌다.

■ 박인숙 시인

박인숙 시인은 2010년 종합문예지 격월간 <서라벌문예> 시부문 신인 작품상으로 처음 등단했다. 저서로는 2014년 시집 <나, 어머니로 태어나 아버지로 살았네>를 출간했다.

현재 (사)한국문인협회,(사)국제PEN한국본부,(사)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계관시인연합 한국본부(UPLI-KC)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울림>과 <문학의 뜨락> 등 동인지에 작품을 기고하고 있다. 세종여성플라자 새봄기자단과 뉴스피치 시민기자로도 활동 중이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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