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9 (월)

  • 흐림동두천 -12.4℃
  • 맑음강릉 -3.9℃
  • 맑음서울 -9.7℃
  • 맑음대전 -8.5℃
  • 맑음대구 -5.6℃
  • 맑음울산 -6.4℃
  • 맑음광주 -5.6℃
  • 맑음부산 -4.9℃
  • 흐림고창 -4.0℃
  • 흐림제주 2.2℃
  • 맑음강화 -11.4℃
  • 흐림보은 -12.2℃
  • 흐림금산 -10.2℃
  • 맑음강진군 -2.4℃
  • 맑음경주시 -5.7℃
  • 맑음거제 -3.7℃
기상청 제공

[시의 향기] 가장 뜨거운 말, 전민 시인의 시 '엄마'

"가장 깊고 뜨거운 이름, 엄마…모성의 본능, 침묵의 사랑을 노래하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모성의 본능을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담아낸 전민 시인의 시 '엄마'가 독자들의 깊은 울림을 자아내고 있다.

화마 속에서도 병아리를 품고 끝내 자리를 떠나지 않은 어미 닭의 숭고함은 곧 '엄마'라는 존재의 상징이자, 인간을 포함한 생명의 본능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사랑의 원형'으로 자리매김한다.

시인은 짧은 시 한 편을 통해 '엄마'라는 단어만으로도 깊은 감정의 파동을 불러일으키며, 이 말의 무게와 울림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편집자 주]

엄마

- 전민 시인

화재에 휩싸인 닭장에서
수탉들은 다 빠져나갔는데
병아리를 품속에 꼭 껴안은 채
어미 닭만 까맣게 모두 타 죽었다

사람이나 동물나라에서도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말
나직이 말하며 듣기만 해도
가슴이 물컹해지는 엄마, 어머니!


- 서울지하철역 스크린 안전 도어 게시 시에서

Mother

- Jeon Min / Kim In-young

Out of the henhouse caught in fire
All the roosters escaped,
But hens remained, holding baby chicks
In their bosom—until they were all burnt to death.

For both humans and animals alike,
The word that burns the hottest—
Even softly spoken,
It chokes the heart: Mother!


■ 감상과 해설 / 장건섭 시인(미래일보 편집국장)

"불길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시"

한 편의 시가 이토록 짧고 단순한 문장으로 인간의 심연을 건드릴 수 있을까. 전민 시인의 시 '엄마'는 단 네 줄씩 두 연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여운은 오랫동안 가슴 깊은 곳에 머문다.

시의 첫 장면은 참혹한 화재 현장이다.

"화재에 휩싸인 닭장에서
수탉들은 다 빠져나갔는데
병아리를 품속에 꼭 껴안은 채
어미 닭만 까맣게 모두 타 죽었다"

생존 본능에 충실한 수탉들은 모두 도망친 닭장. 그러나 유일하게 빠져나오지 않은 어미 닭은 병아리들을 품에 안은 채, 끝내 불길 속에서 까맣게 타 죽는다.

이 장면은 시각적으로도 강렬하지만, 그보다 더 무게 있게 다가오는 것은 그 안에 깃든 '모성'의 절대적 희생이다. 말하지 않아도, 눈물 흘리지 않아도, 어미 닭은 오로지 자신의 몸으로 새끼를 품는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는 침묵의 사랑은 인간의 언어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본능적이고 원형적인 사랑이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생명의 본질이 '사랑'이며, 그 사랑의 본질은 '나눔'과 '희생'임을 강렬하게 증언한다.

둘째 연에서 시인은 그 모정을 '언어'로 다시 불러낸다.

"사람이나 동물나라에서도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말
나직이 말하며 듣기만 해도
가슴이 물컹해지는 엄마, 어머니!"


이 연은 논리보다는 감각과 정서의 흐름에 따라 전개된다.

인간과 동물을 넘어 모든 생명에게 ‘엄마’는 가장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이름이다. 시인은 '엄마'라는 말을 "나직이 말하며 듣기만 해도 가슴이 물컹해지는" 감정으로 표현함으로써, 이 단어가 지닌 정서적 울림과 무게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특히 "가슴이 물컹해지는"이라는 표현은 이 시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아프다', '울컥한다', '저리다'와 같은 감정의 언어를 넘어, 신체적 감각으로 직결되는 이 표현은 누구나 기억 속에 간직한 사랑의 순간을 되살린다.

전민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단순히 '엄마'라는 존재를 찬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이 시를 통해 모성이라는 생명의 본질적 사랑, 존재의 원형으로서의 어머니,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올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이는 단순한 모성애에 대한 헌사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기원과 사랑의 본질에 대한 시적 성찰이다.

■ 맺으며

전민 시인의 '엄마'는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우리를 울리는 시다. 짧은 구절마다 우리가 살아오며 놓치거나 외면했던 사랑의 장면들이 스며 있다. 어떤 시는 길고 복잡한 서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시처럼 단 하나의 이름 ― '엄마'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인간이 된다.  그리고 다시금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그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엄마…"


■ 전민 시인

전민(Jeon Min, 본명 전병기) 시인은 1985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생명과 모성, 고향과 자연을 주제로 깊이 있는 서정시를 써오며 한국 현대시의 한 축을 지켜왔다.

국제계관시인연합 한국본부 이사장이자, 사단법인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호서문학회 명예회장을 역임했고,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그의 대표 시집으로는 <소원의 종> 외 다수가 있으며, 국내외 다수의 문학 포럼과 시낭송 행사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민 시인의 시 세계는 단순한 감정의 표출을 넘어, 생명의 본질과 인간 존재의 뿌리를 탐구하는 깊은 성찰의 서정으로 특징지어진다.

특히 모성과 희생, 그리고 자연을 바라보는 눈길은 독자에게 진한 감동을 전하며,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사랑과 인간성에 대한 회복을 제안한다.

i24@daum.net
배너
손톱 끝에 걸린 삶의 진동… 박은선 시인, 다섯 번째 시집 '손톱 끝에 걸린 세상' 출간
박은선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손톱 끝에 걸린 세상>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삶의 가장 미세한 감각과 통증, 그리고 놓치면 사라질 듯한 순간들을 손끝의 언어로 길어 올린 작품집이다. 거대한 선언 대신 사소한 진동에 귀 기울이며, 개인적 상흔과 일상의 숨결을 절제된 시어로 기록한 이번 시집은 박은선 시 세계의 한층 깊어진 내면을 보여준다. [편집자 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박은선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손톱 끝에 걸린 세상>을 펴냈다. 월훈출판사에서 출간된 이번 시집은 삶의 가장 미세한 감각과 통증,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지속의 의지를 섬세한 언어로 길어 올린 작품집이다. <손톱 끝에 걸린 세상>이라는 표제는 이번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시적 태도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거대한 세계나 선언적 언어 대신, 놓치면 사라질 듯한 순간들, 손끝에 스쳐 머무는 감정의 떨림을 끝까지 붙잡으려는 시인의 시선이 이 시집의 중심에 놓여 있다. 표지에 담긴 눈을 감은 인물과 흐릿하게 번지는 꽃의 이미지는 그러한 내면의 집중과 미세한 감각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환기한다. 특히 표제시 '손톱 끝에 걸린 세상'은 이번 시집의 미학과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정치

더보기
감사원 "정황은 있다"면서 면죄부… 기본소득당, 류희림 '민원사주' 재수사 촉구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사실상 면죄부에 가까운 결론을 내리자, 기본소득당이 강하게 반발하며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노서영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5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감사원이 '정황은 확인됐다'면서도 '단정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다"며 "이는 민원사주 의혹 규명의 책임을 방기한 무책임한 감사"라고 비판했다. 노 대변인은 류희림 전 위원장이 재임 당시 정권 비판 언론에 과도한 제재를 반복하고, 법적 근거가 미비한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졸속 설치하는 등 언론 규제와 탄압에 앞장섰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민원사주 의혹 역시 "내란정권 하에서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드러난 중대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류 전 위원장의 친족과 지인 11명이 이틀 동안 34건의 민원을 집중 제기했으며, 민원 문구의 분량과 표현 방식, 심지어 맞춤법 오류인 '사실인냥'이라는 표현까지 유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 대변인은 "이는 기존 보도보다 축소된 규모일 뿐, 명백한 민원사주 정황"이라며 "그럼에도 감사원이 물적 증거 부족을 이유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