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2 (토)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시의 향기] 가장 뜨거운 말, 전민 시인의 시 '엄마'

"가장 깊고 뜨거운 이름, 엄마…모성의 본능, 침묵의 사랑을 노래하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모성의 본능을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담아낸 전민 시인의 시 '엄마'가 독자들의 깊은 울림을 자아내고 있다.

화마 속에서도 병아리를 품고 끝내 자리를 떠나지 않은 어미 닭의 숭고함은 곧 '엄마'라는 존재의 상징이자, 인간을 포함한 생명의 본능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사랑의 원형'으로 자리매김한다.

시인은 짧은 시 한 편을 통해 '엄마'라는 단어만으로도 깊은 감정의 파동을 불러일으키며, 이 말의 무게와 울림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편집자 주]

엄마

- 전민 시인

화재에 휩싸인 닭장에서
수탉들은 다 빠져나갔는데
병아리를 품속에 꼭 껴안은 채
어미 닭만 까맣게 모두 타 죽었다

사람이나 동물나라에서도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말
나직이 말하며 듣기만 해도
가슴이 물컹해지는 엄마, 어머니!


- 서울지하철역 스크린 안전 도어 게시 시에서

Mother

- Jeon Min / Kim In-young

Out of the henhouse caught in fire
All the roosters escaped,
But hens remained, holding baby chicks
In their bosom—until they were all burnt to death.

For both humans and animals alike,
The word that burns the hottest—
Even softly spoken,
It chokes the heart: Mother!


■ 감상과 해설 / 장건섭 시인(미래일보 편집국장)

"불길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시"

한 편의 시가 이토록 짧고 단순한 문장으로 인간의 심연을 건드릴 수 있을까. 전민 시인의 시 '엄마'는 단 네 줄씩 두 연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여운은 오랫동안 가슴 깊은 곳에 머문다.

시의 첫 장면은 참혹한 화재 현장이다.

"화재에 휩싸인 닭장에서
수탉들은 다 빠져나갔는데
병아리를 품속에 꼭 껴안은 채
어미 닭만 까맣게 모두 타 죽었다"

생존 본능에 충실한 수탉들은 모두 도망친 닭장. 그러나 유일하게 빠져나오지 않은 어미 닭은 병아리들을 품에 안은 채, 끝내 불길 속에서 까맣게 타 죽는다.

이 장면은 시각적으로도 강렬하지만, 그보다 더 무게 있게 다가오는 것은 그 안에 깃든 '모성'의 절대적 희생이다. 말하지 않아도, 눈물 흘리지 않아도, 어미 닭은 오로지 자신의 몸으로 새끼를 품는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는 침묵의 사랑은 인간의 언어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본능적이고 원형적인 사랑이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생명의 본질이 '사랑'이며, 그 사랑의 본질은 '나눔'과 '희생'임을 강렬하게 증언한다.

둘째 연에서 시인은 그 모정을 '언어'로 다시 불러낸다.

"사람이나 동물나라에서도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말
나직이 말하며 듣기만 해도
가슴이 물컹해지는 엄마, 어머니!"


이 연은 논리보다는 감각과 정서의 흐름에 따라 전개된다.

인간과 동물을 넘어 모든 생명에게 ‘엄마’는 가장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이름이다. 시인은 '엄마'라는 말을 "나직이 말하며 듣기만 해도 가슴이 물컹해지는" 감정으로 표현함으로써, 이 단어가 지닌 정서적 울림과 무게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특히 "가슴이 물컹해지는"이라는 표현은 이 시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아프다', '울컥한다', '저리다'와 같은 감정의 언어를 넘어, 신체적 감각으로 직결되는 이 표현은 누구나 기억 속에 간직한 사랑의 순간을 되살린다.

전민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단순히 '엄마'라는 존재를 찬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이 시를 통해 모성이라는 생명의 본질적 사랑, 존재의 원형으로서의 어머니,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올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이는 단순한 모성애에 대한 헌사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기원과 사랑의 본질에 대한 시적 성찰이다.

■ 맺으며

전민 시인의 '엄마'는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우리를 울리는 시다. 짧은 구절마다 우리가 살아오며 놓치거나 외면했던 사랑의 장면들이 스며 있다. 어떤 시는 길고 복잡한 서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시처럼 단 하나의 이름 ― '엄마'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인간이 된다.  그리고 다시금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그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엄마…"


■ 전민 시인

전민(Jeon Min, 본명 전병기) 시인은 1985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생명과 모성, 고향과 자연을 주제로 깊이 있는 서정시를 써오며 한국 현대시의 한 축을 지켜왔다.

국제계관시인연합 한국본부 이사장이자, 사단법인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호서문학회 명예회장을 역임했고,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그의 대표 시집으로는 <소원의 종> 외 다수가 있으며, 국내외 다수의 문학 포럼과 시낭송 행사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민 시인의 시 세계는 단순한 감정의 표출을 넘어, 생명의 본질과 인간 존재의 뿌리를 탐구하는 깊은 성찰의 서정으로 특징지어진다.

특히 모성과 희생, 그리고 자연을 바라보는 눈길은 독자에게 진한 감동을 전하며,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사랑과 인간성에 대한 회복을 제안한다.

i24@daum.net
배너
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네이버, 수해 복구 성금 10억원 희망브리지에 기부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회장 송필호)는 네이버(주)(대표 최수연)가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의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성금 10억원을 기부했다고 23일 밝혔다. 희망브리지는 국내 자연 재난 피해 구호금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정구호단체다. 네이버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의 빠른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해 지원을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네이버는 플랫폼 기업으로서 지역사회와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신훈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네이버는 해피빈을 통해 수해 이재민 돕기 모금함 개설을 누구보다 신속히 요청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따뜻한 나눔이 피해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사무총장은 이어 "희망브리지도 이웃들이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온라인 모금 플랫폼인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23일 오전 9시 기준 1만 6천 명이 넘는 시민이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수해 복구 모금에 동참했으며, 네이버의 이번 기부금을 포함한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총모금액은 12억 원에 달한다. i2

정치

더보기
박수현 의원, "지역신문 살리기 정책 전환 필요"…최휘영 문체부 장관 후보자 "안정적 재정지원 약속"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29일 열린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지역신문 발전정책의 대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 의원은 이날 질의를 통해 △지역신문 발전기금 전입 축소로 인한 사업규모 감소 △우선지원 대상사 선정 기준의 불합리성(지역 보도 실적보다 경영안정성 배점 비중이 큼) △정부광고의 지역매체 배분 부족 등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 발전기금 및 관련 사업 예산 확대 ▲ 우선지원 대상사 선정 기준의 합리화 및 대상 범위 확대 ▲ 정부광고의 지역매체 집행 비중 확대 박 의원은 "지역신문이 수도권 중심의 언론환경을 극복하고 지역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잘되는 언론만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휘영 후보자는 "기자 출신으로서 지역언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지역신문 발전기금과 정부광고 배분의 균형을 통해 안정적인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화답해 기대감을 모았다. 박 의원은 끝으로 "지역언론이 진정한 지방시대의 마중물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