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4 (일)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시의 향기] 가장 뜨거운 말, 전민 시인의 시 '엄마'

"가장 깊고 뜨거운 이름, 엄마…모성의 본능, 침묵의 사랑을 노래하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모성의 본능을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담아낸 전민 시인의 시 '엄마'가 독자들의 깊은 울림을 자아내고 있다.

화마 속에서도 병아리를 품고 끝내 자리를 떠나지 않은 어미 닭의 숭고함은 곧 '엄마'라는 존재의 상징이자, 인간을 포함한 생명의 본능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사랑의 원형'으로 자리매김한다.

시인은 짧은 시 한 편을 통해 '엄마'라는 단어만으로도 깊은 감정의 파동을 불러일으키며, 이 말의 무게와 울림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편집자 주]

엄마

- 전민 시인

화재에 휩싸인 닭장에서
수탉들은 다 빠져나갔는데
병아리를 품속에 꼭 껴안은 채
어미 닭만 까맣게 모두 타 죽었다

사람이나 동물나라에서도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말
나직이 말하며 듣기만 해도
가슴이 물컹해지는 엄마, 어머니!


- 서울지하철역 스크린 안전 도어 게시 시에서

Mother

- Jeon Min / Kim In-young

Out of the henhouse caught in fire
All the roosters escaped,
But hens remained, holding baby chicks
In their bosom—until they were all burnt to death.

For both humans and animals alike,
The word that burns the hottest—
Even softly spoken,
It chokes the heart: Mother!


■ 감상과 해설 / 장건섭 시인(미래일보 편집국장)

"불길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시"

한 편의 시가 이토록 짧고 단순한 문장으로 인간의 심연을 건드릴 수 있을까. 전민 시인의 시 '엄마'는 단 네 줄씩 두 연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여운은 오랫동안 가슴 깊은 곳에 머문다.

시의 첫 장면은 참혹한 화재 현장이다.

"화재에 휩싸인 닭장에서
수탉들은 다 빠져나갔는데
병아리를 품속에 꼭 껴안은 채
어미 닭만 까맣게 모두 타 죽었다"

생존 본능에 충실한 수탉들은 모두 도망친 닭장. 그러나 유일하게 빠져나오지 않은 어미 닭은 병아리들을 품에 안은 채, 끝내 불길 속에서 까맣게 타 죽는다.

이 장면은 시각적으로도 강렬하지만, 그보다 더 무게 있게 다가오는 것은 그 안에 깃든 '모성'의 절대적 희생이다. 말하지 않아도, 눈물 흘리지 않아도, 어미 닭은 오로지 자신의 몸으로 새끼를 품는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는 침묵의 사랑은 인간의 언어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본능적이고 원형적인 사랑이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생명의 본질이 '사랑'이며, 그 사랑의 본질은 '나눔'과 '희생'임을 강렬하게 증언한다.

둘째 연에서 시인은 그 모정을 '언어'로 다시 불러낸다.

"사람이나 동물나라에서도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말
나직이 말하며 듣기만 해도
가슴이 물컹해지는 엄마, 어머니!"


이 연은 논리보다는 감각과 정서의 흐름에 따라 전개된다.

인간과 동물을 넘어 모든 생명에게 ‘엄마’는 가장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이름이다. 시인은 '엄마'라는 말을 "나직이 말하며 듣기만 해도 가슴이 물컹해지는" 감정으로 표현함으로써, 이 단어가 지닌 정서적 울림과 무게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특히 "가슴이 물컹해지는"이라는 표현은 이 시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아프다', '울컥한다', '저리다'와 같은 감정의 언어를 넘어, 신체적 감각으로 직결되는 이 표현은 누구나 기억 속에 간직한 사랑의 순간을 되살린다.

전민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단순히 '엄마'라는 존재를 찬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이 시를 통해 모성이라는 생명의 본질적 사랑, 존재의 원형으로서의 어머니,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올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이는 단순한 모성애에 대한 헌사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기원과 사랑의 본질에 대한 시적 성찰이다.

■ 맺으며

전민 시인의 '엄마'는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우리를 울리는 시다. 짧은 구절마다 우리가 살아오며 놓치거나 외면했던 사랑의 장면들이 스며 있다. 어떤 시는 길고 복잡한 서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시처럼 단 하나의 이름 ― '엄마'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인간이 된다.  그리고 다시금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그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엄마…"


■ 전민 시인

전민(Jeon Min, 본명 전병기) 시인은 1985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생명과 모성, 고향과 자연을 주제로 깊이 있는 서정시를 써오며 한국 현대시의 한 축을 지켜왔다.

국제계관시인연합 한국본부 이사장이자, 사단법인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호서문학회 명예회장을 역임했고,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그의 대표 시집으로는 <소원의 종> 외 다수가 있으며, 국내외 다수의 문학 포럼과 시낭송 행사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민 시인의 시 세계는 단순한 감정의 표출을 넘어, 생명의 본질과 인간 존재의 뿌리를 탐구하는 깊은 성찰의 서정으로 특징지어진다.

특히 모성과 희생, 그리고 자연을 바라보는 눈길은 독자에게 진한 감동을 전하며,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사랑과 인간성에 대한 회복을 제안한다.

i24@daum.net
배너
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광복회, '8월 이달의 독립운동 정미의병 기념식' 개최…"경술국치, 쓰라린 역사를 기억하고 의병정신 전통으로 이어 가자" (서울=미래일보) 이연종 기자= 광복회(회장 이종찬)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과 이중근 대한노인회 겸 부영그룹 회장, 김관진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유족과 독립운동 유관단체 및 광복회원 250여명이 모인 가운데, '광복80주년 8월, 이달의 독립운동 정미의병' 기념식을 개최했다. 국가보훈부와 서울특별시, 행복도시락이 후원한 이날 기념식은 국민의례와 영상시청, 이종찬 광복회장 기념사를 비롯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축사, 이중근 대한노인회장 겸 부영그룹 회장 축사에 이어, 국가부훈부 장관의 민긍호의병장기념사업회와 운강이강년의병대장기념사업회에 대한 기념패 수여, 광복회장의 춘천의병마을에 대한 감사패 수여식, 김상기 충남대학교 명예교수의 ‘자유와 정의를 위한 백성의 투쟁, 정미의병’ 주제 강연 순으로 진행됐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오늘은 경술국치의 날로 1910년 8월 29일 우리가 주권을 빼앗겼다"며 "이런 쓰라린 역사를 우리가 다 기억하고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의병정신에 대해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대한제국의 군대가 강제해산 당하던 날, 정미 의병이 일어났고, 그 의병들이 독립군이 되

정치

더보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오세훈 시장, '내종유착' 사죄해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은 12일 최지효 부대변인 명의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치와 종교의 결탁 책임을 인정하고 시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 시장이 최근 특검의 김장환 목사 참고인 소환을 두고 '금도를 넘었다'고 비난했지만, 정작 금도를 넘어선 것은 종교를 정치에 끌어들여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자 구명에 나선 국정농단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최 부대변인은 "특검의 종교인 조사는 종교 활동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채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구명 로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정당한 절차"라며 "국민 누구도 법 앞에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부대변인은 이어 "오 시장은 과거 전광훈 목사 집회에 참석하며 정치와 종교 결탁을 앞장서 이끌어 왔다"며 "'금도'를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 최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손현보 목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을 거론하며 "정치-종교 유착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이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중범죄"라고 지적했다. 최 부대변인은 "오세훈 시장은 특검 비난과 내란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