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0 (금)

  • 흐림동두천 9.7℃
  • 흐림강릉 11.9℃
  • 박무서울 9.7℃
  • 대전 10.0℃
  • 구름많음대구 20.1℃
  • 구름많음울산 23.2℃
  • 흐림광주 12.6℃
  • 구름많음부산 20.6℃
  • 흐림고창 10.6℃
  • 흐림제주 15.9℃
  • 구름많음강화 12.4℃
  • 흐림보은 10.4℃
  • 흐림금산 11.5℃
  • 흐림강진군 14.3℃
  • 맑음경주시 20.9℃
  • 맑음거제 18.4℃
기상청 제공

한국 영화 편집의 거장 김현 별세… "편집은 제2의 시나리오"

영화의 심장 박동을 조율해온 시간의 건축가… 185편으로 한국 영화의 시간을 조율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 영화 편집의 산증인이자 '시간의 건축가'로 불린 김현 편집감독이 13일 저녁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6세.

1969년 영화계에 입문해 반세기 동안 185편의 영화를 편집하며 한국 영화의 리듬과 호흡을 만들어온 그는,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영화를 완성해온 충무로의 거장이었다.

유족에 따르면 김 감독은 2019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6년간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1948년 경북 경주 출생인 그는 무비올라 시대부터 디지털 편집 시기까지를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편집자로, 한국 영화의 격동기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관통해온 인물이다.

"필름을 세며 배운 편집"… 영화광에서 작가적 편집자로

김현은 영화인 이전에 지독한 영화광이었다. 정식 데뷔 전 마이크 니콜스의 '졸업'을 보고 충격을 받은 그는 극장에 숨어들어 필름 프린트를 펼쳐놓고 점프컷 장면의 프레임 수를 직접 세며 편집의 원리를 익혔다. 아메리칸 뉴 시네마와 데이비드 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그의 영화관을 형성한 중요한 원천이었다.

이러한 집요한 영화 사랑은 그를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서사의 흐름을 다시 쓰는 '작가적 편집자'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신필름에서 암흑기까지… 그리고 '고래사냥'의 복귀

1969년 신상옥 감독의 신필름에 입사한 김현은 무비올라 앞에서 수천 번의 가위질을 반복하며 컷의 감각을 몸으로 익혔다. 1972년 〈궁녀〉로 공식 데뷔했지만, 1978년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 배우의 북한 납치 사건으로 신필름이 붕괴되며 그는 5년여간 영화계를 떠나야 했다.

한국 영화의 '암흑기'로 불리던 이 공백은 오히려 그의 감각을 보존한 시간이 됐다. 1984년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으로 복귀한 그는 청춘의 속도와 리듬을 경쾌하게 편집하며 한국 영화에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었다.

"한국 영화는 다 김현이 편집한다"

이후 독립 편집실을 열고 활동한 김현은 1980~90년대 한국 영화의 거의 모든 흐름과 함께했다.

'어미', '황진이', '기쁜 우리 젊은 날', '칠수와 만수', '남부군', '투캅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 속에서 그의 이름은 곧 신뢰의 보증이 됐다.

'남부군'으로 춘사영화예술상 편집상을,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대종상 편집상을 수상했으며, '하얀 전쟁'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는 사회적 리얼리즘을, '투캅스'와 '마누라 죽이기'에서는 코미디 액션의 속도감을 완성했다.

이창동·장선우… 한국 영화의 깊이를 편집하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김현의 이름은 예술영화의 깊이와도 긴밀히 연결된다.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에서 보여준 '뺄셈의 미학'은 이후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로 이어지며 그의 편집 철학을 집대성했다.

장선우 감독과의 협업 또한 의미 깊다. '꽃잎'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날카로운 리듬으로 엮었고, '나쁜 영화'에서는 실험적 영상 언어를 편집으로 지탱하며 한국 영화의 표현 영역을 확장했다.

블록버스터부터 세대 협업까지

2000년대 이후에도 김현은 허진호의 '봄날은 간다', 김성수의 '무사', 강우석의 '실미도' 등 굵직한 작품을 통해 멜로, 무협, 블록버스터를 넘나들었다. 2008년 '신기전'으로 다시 한 번 대종상 편집상을 수상했고, 2018년 '버닝'에서는 후배 김다원과 공동 편집으로 이름을 올리며 세대 간 협업의 의미를 남겼다.

"편집은 제2의 시나리오"

김현은 편집을 "제2의 시나리오 집필"이라 정의했다.

무비올라 세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며 살아남은 극소수의 장인으로서, 그는 평생 서사의 경제성과 밀도를 중시하는 ‘뺄셈의 미학’을 추구했다. "어떤 영화든 더 자를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은, 편집자의 직관이 영화의 완성도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왔다.

185편의 작품은 곧 한국 영화의 역사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영화의 심장 박동을 조율해온 편집감독 김현의 별세는, 한국 영화가 지나온 시간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시간의 건축가’는 이제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빈소는 14일부터 대학로 서울대학교병원에 마련되며, 발인은 16일 거행된다

i24@daum.net
배너
[이달의 문학지] 봄은 기다림을 넘어 온다, 시의 계절을 여는 한 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 기다림마저 잊었을 때에도 / 너는 온다." 4월호 <시인>은 이성부 시인의 '봄'을 표지에 내세우며 계절의 도래를 선언한다. 이번 호는 시의 현재와 문학 생태계를 촘촘히 엮어내며, 한국 시단의 다층적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표지에서 시작되는 '도래의 미학' 이번 호 표지는 송하진 시인(전 전북도지사)의 수채화 풍경 위에 얹힌 이성부의 시 '봄'으로, 기다림을 초월한 도착의 시간을 상징한다. 이는 단순한 계절의 환기가 아니라, 시와 삶이 도달하는 방식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목차로 읽는 문학의 현재 권두 '에세이로 출발합니다'는 지상과 지하를 오가는 사유의 출발점으로 기능하며, 이어지는 '자비출판 시집 안내'는 인문학 시인선 신간 시집의 흐름과 독서 경향을 짚는다. 한성원의 그림기록은 이상의 '오감도 시제2호~시제14호'를 시각적으로 재해석하며, 난해한 현대시를 감각적으로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서울시인협회의 신작 발표 및 시단 활동 지원 안내는 문학 공동체의 실질적 기반을 보여준다. 시의 중심-이름으로 드러나는 흐름 이번 호의 핵심인 '허형만의 선택' 코너에서는 민윤기, 윤채한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한국산림문학회, 기후위기 대응과 산림 가치 확산 위한 제6회 '문학인 나무심기' 행사 개최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봄비가 산천을 적신 뒤, 문학인들이 다시 나무를 심는다. 나무를 심는 일은 단순한 식목 행사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문학인들의 실천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약속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산림청(청장 박은식)이 주최하고 (사)한국산림문학회(이사장 김선길)가 주관하는 '문학인과 함께하는 나무심기 행사'가 오는 4월 23일 경기도 파주 남북산림교류센터에서 열린다. 올해로 6회를 맞는 이번 행사는 문학인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나무를 심으며 산림의 가치와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행사다.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속에서 산림 관리의 중요성과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세계전통시인협회한국본부, 한국아동청소년문학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등 10여 개 문학단체가 참여하며, 문인 100여 명이 나라꽃 무궁화를 한 그루씩 심을 예정이다. 김선길 한국산림문학회 이사장은 "문학인들이 쓰는 글이 정신의 숲을 가꾸는 일이라면, 나무를 심는 일은 삶의 숲을 가꾸는 일"이라며 "문학과 산

정치

더보기
"지금 보성은 멈춰 있다"…임영수 보성군수 예비후보, 개소식서 '판갈이' 선언 (보성=미래일보) 이중래 기자 = "지금의 보성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습니다." 임영수 더불어민주당 보성군수 예비후보가 2일 보성읍 중앙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보성 판갈이’를 공식 선언하며 강도 높은 변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개소식에는 지역 주민과 당원들이 대거 참석해 세 결집에 나섰으며, 지역 주요 인사들도 함께해 분위기를 더했다. 특히 36년 행정 경험을 지닌 윤영주 전 진도부군수가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으면서, 임 예비후보의 24년 행정·정치 경험과 결합된 ‘60년 실전형 선대위’가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행사에서는 문금주, 정준호, 민형배 의원과 박찬대 전 원내대표의 영상 축사도 이어졌다. 박찬대 전 원내대표는 "지금 보성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군민이 주인이 되는 보성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예비후보는 현 군정에 대해 직설적인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보성은 더 잘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재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며 "기회는 있었지만 결과는 부족했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예비후보는 이어 "24년간 군정과 도정을 경험하며 예산과 행정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