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음이 먼저 젖는 달 오월
(서울=미래일보) 최현숙 기자 = 봄이 옅어져 가는 오월은 따스한 햇살과 함께 여름 길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는 계절이다. 낮과 밤을 가르는 빛마저 부드럽고 환해지며, 무성한 초록은 바람에 살며시 흔들린다.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는 길목에서 또 다른 풍경이 스며들고, 사람의 마음도 더 깊고 푸르러진다. 오월은 감사와 고마움 뒤에 찾아오는 미안함이 마음 한쪽에 꽃잎처럼 내려앉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자라는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한때 작고 여렸던 나의 시간을 들여다보게 되고, 학창 시절 등을 토닥이던 선생님의 따뜻한 손길도 떠오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깊이 다가오는 것은 어버이날이다. ‘엄마’, ‘아버지’라는 이름은 가슴 깊이 접어 두었다가도 그리움으로 다시 피어나는,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월은 살아 있는 동안 더 많은 손을 잡고, 더 많은 눈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한다. 또한 누군가의 품을 떠올리게 하며, 지나온 시간 속에 내가 받았던 고마움을 되새기게 한다. 미처 전하지 못했던 감사함과 너무 늦게 깨달은 미안함이 오월의 바람을 타고 마음을 흔든다. 감사는 종종 늦고, 사랑은 말보다 깊으며, 미안함은 오래도록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