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봄이 왔음을 알리는 대표적인 야상화인 '변산바람꽃'이 개화하면서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 일원에 때아닌 꽃구경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전국에 꽃샘추위와 함께 내린 눈 속에서 변산바람꽃은 벌써부터 열롱한 꽃잎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소장 김병채)는 3일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자생 서식지에서 변산바람꽃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변산반도국립공원 깃대종으로 지정된 변산바람꽃은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한국특산종으로 10cm 가량의 아주 작은 꽃으로 이른 봄에 개화하는 야생화 중 하나이다.

깃대종은 특정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야생 동·식물로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받는 종을 말한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변산바람꽃은 꽁꽁 언 땅 속에서 실낱같이 가는 줄기가 훈짐을 내며 뻗어 올라와 꽃을 피우고는 1주일 정도면 져버리는 변산의 봄전령이다. 이렇듯 강인한 생명력으로 환희에 찬 봄을 알리지만, 그 만남은 너무 짧아 아쉽기만 하다.

변산바람꽃은 주위의 덩치 큰 나무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결실까지를 마무리 해 버린다. 이것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산바람꽃, 복수초, 노루귀 등 키 작은 식물들의 생존전략으로 키 큰 나무들이 잎을 틔워 햇볕을 가리기 전에 부지런히 서둘러야만 하기 때문이다.

도도하게 피어나 자연생태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변산바람꽃이 학술적으로 알려진 것은 1993년 선병륜 교수(전북대)가 변산반도 내변산에서 채집된 표본을 근거로 한국특산종으로 발표하면서부터 얻은 이름이다. 따라서 학명에 첫 발견지인 변산(byunsanensis)이 속명으로 들어갔고, 선 교수(B.Y.Sun)도 발견자로 그 이름이 표기됐다.

그런데 다행히도 자생지가 변산반도 등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은 아니어서 누구나 조금만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면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변산바람꽃은 그리스어로 '바람의 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에란디스(Eranthis)속 식물로 'er(봄)'와 anthos(꽃)의 합성어로 이른 봄에 피는 식물이 꽃에게 붙여진 속명이라고 한다.

원래 앙증맞고 예쁘지만 이름 때문에 더욱 더 부안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변산바람꽃은 변산반도국립공원의 깃대종이기도 하다. 2월 말에서 3월 초면 변산에는 야생화를 구경하고 촬영하기 위해서 사진애호가나 등산객 등이 한철 관광객으로 부안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변산바람꽃이 변산에서만 자생하는 것은 아니다. 설악산, 내장산, 마이산, 지리산, 불갑산, 한라산 등지에도 자생한다.

유석상 사진작가(한국사진작가협회)는 "변산바람꽃과 복수초 등의 군락지가 탐방금지구역에 분포돼 있지만 겨울 내내 참아왔던 꽃 구경꾼들과 사진작가들의 무분별한 산행으로 훼손돼 갈수록 객체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전북 부안군 상서면 청림마을도 십수 년 전부터 변산바람꽃의 자생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변산반도공원사무소는 무분별한 출입과 변산바람꽃의 유출 위험으로부터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대체서식지를 조성해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원사무소에서는 3월말까지 대체서식지를 개방하고 있으며 방문을 원하는 경우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분소에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출입증을 받아 입장이 가능하다.

오늘도 봄의 대표적인 야생화인 변산바람꽃은 봄 기운이 완연한 지금 조용히 허리를 낮춰 수줍게 세상과 인사하고 있다.

탐방문의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분소(063)584-7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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