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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 전민 시인의 '내 유년의 보리밭에는'

유년기의 상실과 그리움을 '보리밭'이라는 자연 풍경에 투영해 그려낸 서정시


내 유년의 보리밭에는
- 전민 시인

내 유년의 풋보리 밭에는
꿩알 주우러 아침에 들어간
동네 친구 철이가
점심 때가 넘어 저녁
다시 몇 밤, 몇 달
몇 해가 지난 여직까지
억새꽃 나비 되어
노을 밭 서성여도
깜장 고무신 뒤꿈치 한 쪽
내보이지 않고

내 유년의 청보리밭에는
숨바꼭질 놀이 하다가
짚 더미 넘어간 술래
숫자 세어가는 목소리
들려올 듯, 말 듯
앞머리 뒤통수 덮어
꿈결에서 챙겨봐도
긴 머리칼 한 올
넘어오지 않고

내 유년의 갈보리 밭에는
길찬 장다리 꽃밭에서
밀려온 노랑나비 한 쌍이
날개깃에 묻힌 보리깜부기
서로 털어다가
호랑나비가 되어
마음속 사래 긴 밭
돌고 돌아 찾아봐도
풀피리 소리 한 잎
돋아나지 않고


■ 해설과 감상
전민 시인의 '내 유년의 보리밭에는'은 유년기의 상실과 그리움을 '보리밭'이라는 자연 풍경에 투영해 그려낸 서정시이다. 시는 '풋보리', '청보리', '갈보리'라는 세 단계의 보리밭을 중심으로 각각의 시기에서 사라진 존재들과의 기억을 회상하며,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추억의 아릿함을 섬세하게 짚는다.

1연에서는 보리밭에 들어간 채 돌아오지 않은 친구 '철이'에 대한 기억을 통해 아동기의 상실을 이야기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은 흐려지고, 존재는 환상처럼 변화하며 시적 자아의 마음속을 배회하지만, 그 실체는 영영 사라진다.

2연에서는 숨바꼭질을 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놀이의 흔적을 떠올리지만, 그것 역시 희미한 목소리로만 남고, 결국 현실에서 어떤 실체도 건져 올릴 수 없다. 유년 시절의 한 장면조차 단편적으로만 기억될 뿐이다.

3연에서는 시적 자아의 마음속 '갈보리 밭'에서 나비와 풀피리, 사라진 감정의 자취를 쫓아보지만, 끝내 아무것도 되찾을 수 없음을 말한다. '갈보리'는 단지 보리밭의 성숙 단계를 넘어서, 고통과 희생의 이미지로 확장되어, 인간 기억의 회복 불가능성과 영혼 깊은 곳의 상흔을 드러낸다.

이처럼 시는 성장의 순환 속에서 점차 사라지는 것들, 즉 친구, 놀이, 감정, 생명 등을 보리밭의 변화와 함께 시적으로 직조하며, 아름답고도 애잔한 유년의 상실을 노래한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오래된 흑백사진 속에서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밭과 그 사이를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렸다.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며 소리 지르던 웃음소리, 맨발로 밟던 흙길, 작은 풀피리 하나 불며 불던 저녁노을의 바람.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안개처럼 희미하다.

시인은 그런 기억 속에서 친구 '철이'를 불러내고, 잃어버린 놀이의 장면을 회상하며, 더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에 애틋한 눈길을 보낸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갈보리'라는 단어는 단순히 농촌의 풍경을 넘어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구원의 문제까지 환기시킨다. 그 안에 서 있는 나 역시 누군가를, 무언가를 영영 잃어버린 채 기억의 밭을 서성이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 시는 나에게 유년기의 순수함을 회복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쓸쓸한 일인지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더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마음속에서 조용히 추모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시로 보여주었다.

이 봄, 노랗게 고개 드는 보리밭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나도 그 사이를 조용히 걸으며 오래된 이름 하나 불러보고 싶다.

- 글/장건섭 기자(시인·본지 편집국장)


■ 전민 시인
전민 시인은 1948년 충남 홍성 출생으로 본명은 전병기(田炳基)이며 아호는 녹원(綠苑)이다. 홍성고(1968), 공주교대(1970), 충남대교육대학원(1989)을 졸업하였고 새여울시문학동인회(1971년) 창립 동인이며 월간 <시문학>(1985)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주민등록증을 갱신하며>, <가을비 곱게 내리는 저녁나절에는>, <그대마음 훔쳐 싣고>, <가슴꽃 이야기>, <바람꽃 해후>, <그리움에 불타는 마음밭>, <불꽃놀이>, <신 사미인곡>, <움직이는 풍경화>, <도망친 암소>, <바람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행복은 비워둔 자리를 찾는다>, <소원의 종> 등 13권이 있으며 칼럼집 <남은 생애 존졸이 써봐야 할 턴데> 등이 있다.

1993년 대전엑스포 당시 대전문인협회 사무국장, 1952년에 창간한 한국 최고령 종합 문학지인 호서문학회 회장, (사)한국문인협회 이사, (사)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한국시문학문인회 대전·충남지회장, (사)국제PEN한국본부 이사, 국제계괸시인연합 한국본부(UPLI-KC)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대전문학상(1993), 대전시인상(2002), 대전시문화상(2004년), 문학시대대상(2018), 한국현대시인상(2021), 박종화문학상(2022) 등을 수상했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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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 전민 시인의 '내 유년의 보리밭에는'
내 유년의 보리밭에는 - 전민 시인 내 유년의 풋보리 밭에는 꿩알 주우러 아침에 들어간 동네 친구 철이가 점심 때가 넘어 저녁 다시 몇 밤, 몇 달 몇 해가 지난 여직까지 억새꽃 나비 되어 노을 밭 서성여도 깜장 고무신 뒤꿈치 한 쪽 내보이지 않고 내 유년의 청보리밭에는 숨바꼭질 놀이 하다가 짚 더미 넘어간 술래 숫자 세어가는 목소리 들려올 듯, 말 듯 앞머리 뒤통수 덮어 꿈결에서 챙겨봐도 긴 머리칼 한 올 넘어오지 않고 내 유년의 갈보리 밭에는 길찬 장다리 꽃밭에서 밀려온 노랑나비 한 쌍이 날개깃에 묻힌 보리깜부기 서로 털어다가 호랑나비가 되어 마음속 사래 긴 밭 돌고 돌아 찾아봐도 풀피리 소리 한 잎 돋아나지 않고 ■ 해설과 감상 전민 시인의 '내 유년의 보리밭에는'은 유년기의 상실과 그리움을 '보리밭'이라는 자연 풍경에 투영해 그려낸 서정시이다. 시는 '풋보리', '청보리', '갈보리'라는 세 단계의 보리밭을 중심으로 각각의 시기에서 사라진 존재들과의 기억을 회상하며,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추억의 아릿함을 섬세하게 짚는다. 1연에서는 보리밭에 들어간 채 돌아오지 않은 친구 '철이'에 대한 기억을 통해 아동기의 상실을 이야기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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