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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 권천학 시인의 '아버지의 흔적'

"아버지, 그 신화의 문턱에서 생명의 회로를 더듬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분주한 하루의 문턱에서, 시는 가장 조용하고도 깊은 목소리로 다가온다. '詩가 있는 아침'은 삶의 결에 스며드는 시 한 편을 통해, 잊고 있던 감정의 무늬를 되살리고, 마음속 어딘가 가만히 내려앉은 사연을 불러낸다.

이 코너는 오늘의 시와 함께, 그 시를 더욱 깊이 들여다보는 해설과 감상을 곁들인다. 더불어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작가의 프로필도 함께 실어, 한 편의 시가 품고 있는 넓은 맥락과 울림을 전달하고자 한다.

만약 이 지면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은 시가 있다면, 누구든 추천해도 좋다. 추천된 작품은 검토 후 본 코너를 통해 소개할 수 있다. 시는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며, 이 아침, 그 눈으로 하루를 다시 열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아버지의 흔적

- 권천학 시인

무적함대였던 등판과 막강했던 어깨가 아버지였다

힘없는 두 다리 사이,
습하고 냄새나는 아버지의 부자지를 주물럭거려가며
내가 태어난 DNA의 통로가 되어준 흔적과
씨앗주머니의 주름 사이사이를 닦는다
퀴퀴한 역사의 어두운 길을 더듬어 들어간다
초점 없는 시선으로 그윽하게 나를 들여다보시는
아버지, 부끄러움도 없다
어쩌면 아버지는 지금 생명의 근원이 되는 바이칼 어디쯤을,
고비사막의 모래언덕 어디쯤을 찾아 헤매며,
원시 이전의 시간이 고여 있는 웅덩이를 응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회로의 어디쯤에서 우린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 돌아오세요!


Traces of My Father

- Kwon Chun-hak / Trans. Kim In-young

Always strong and reliable was my father’s back and shoulders

Between two frail legs
hanging the damp, smelly penis and scrotum of my father
I follow the traces of my birth, cleaning wrinkled scrotal sag,
and the penis through which DNA would have been transmitted
trying to figure out the dark path of stale history
While my father was just looking at me blanky
even without feeling ashamed of himself, I wonder
if my father are wandering around Lake Baikal,
trying to find the source of life, or near the sandy hills in the
Gobi Desert, staring at a puddle containing time ever since
primitive age
At the end of the wandering, I might be coming across with him

Father, please, come back to me!


- 국제계관시인연합한국본부(UPLI-KC) 발행의 <Poetry korea> 영역시 다시 읽기에서

■ 해설과 감상 / 장건섭 시인(본지 편집국장)

권천학 시인의 '아버지의 흔적'은 육신으로부터 출발해 정신으로, 현실로부터 시작해 시원(始原)으로 되돌아가는 한 편의 내면적 순례길이다.

아버지를 간병하는 자식의 손끝에서 생명의 기원을 더듬고, 아버지라는 존재의 '흔적'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유전자적 기억을 더듬어 가는 이 시는, 한국적 정서 속에서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시인은 아버지의 쇠약한 육신을 마주하며, 그곳이야말로 자신이 태어난 '생명의 회로'임을 직감한다.

그 어떤 부끄러움도 없이, 이제는 아버지를 씻기고 어루만지며 아버지의 시간을 되짚는 이 장면은, 과거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린 나의 뒷처리를 하던 순간과 겹쳐지며 세대의 윤회를 보여준다.

"씨앗주머니의 주름 사이사이를 닦는다"는 표현은 어쩌면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으나, 그 안에는 한 인간의 존재를 잉태했던 근원을 존경의 마음으로 더듬는 조용한 예식이 깃들어 있다.

한국인의 심성 깊은 곳에는 부모에 대한 효심이 흐른다. 그 효는 단순히 돌봄을 넘어서, 부모의 생애와 육체, 시간까지 품으려는 포괄적 감응이다.

이 시는 바로 그 감응의 결정체로, 아버지라는 존재를 단지 늙고 힘없는 노인이 아니라, 먼 역사 속 바이칼 호 근처 생명의 원형에서부터 이어진 인류적 기원의 상징으로 되살려낸다.

아버지는 이 시에서 육체이자 신화이며, 기억과 시간의 매개체다.

"아버지는 지금 바이칼 어디쯤을, 고비사막의 모래언덕 어디쯤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대목은 기억을 잃은 한 노인의 방황이자, 동시에 그가 남긴 생명의 여정을 되짚는 시적 탐험이다.

우리는 종종 부모의 노쇠함 앞에 당혹스러워하지만, 시인은 말한다. 그 육신마저도 존엄한 역사이며, 내가 온 길의 입구라고.

"아버지, 돌아오세요!"라는 마지막 행은 단순한 부재에 대한 탄식이나 절규가 아니다. 그 말 속엔 부모가 점점 작아지고 사라져가는 삶의 끝자락에서, 그 존재마저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자식의 간절함이 녹아 있다.

더불어, 세상을 향한 어떤 도리와도 맞닿는다.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도 우리는 그 흔적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며, 그 흔적 안에서 스스로를 정직하게 되돌아보는 법을 배운다.

권천학 시인의 이 시는, 그 모든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아버지로 흔적을 남기게 될 것'이라는 깨달음에 이르게 한다.

그때,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아버지의 등을 어루만졌던 그 손길을, 다시 누군가에게 물려줄 것이다.

이처럼, '아버지의 흔적'은 단지 한 사람의 간병기나 회상록이 아니다. 그것은 세월 속에서 스러져가는 우리 모두의 아버지, 그리고 우리 자신의 흔적을 되짚는 고요한 기도이며, 한 민족의 정서 속에 깊이 뿌리내린 삶의 순환과 효의 미학을 정면으로 바라본 시적 선언이다.


■ 권천학 시인

권천학 시인은 199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중견 시인이다. 현재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며, 한국일보 캐나다판에 '권천학의 문학서재' 고정 칼럼을 연재해 문학 저널리스트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문학예술 단체 KMS-(K문화사랑방) 대표를 맡고 있으며, Writers International Network로부터 Distinguished Poet Award(2015), 포트무드시 시의회로부터 '이 달의 문화예술인'(2016)으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 활동도 왕성하다.

그의 작품은 예술의 전당 초청 시화전, 하버드대학교 한국시 번역대회, 코리아타임즈 현대시부문, 우탁시조문학상, (사)국제PEN한국본부의 해외작가상 등에서 주목받으며, 한국 시문학의 지평을 국외로까지 넓혀가고 있다.

Kwon Chun-hak

Poet, columnist. Made literary debut through Hyundai Munhak in 1990, Currently, she lives in Toronto, Canada. CEO of KMS-(K Culture Quest Room). She received Distinguished Poet Award from Writers International Network & Chosen as the Person of this Month for Literature and Culture in 2016. Awarded Oversea Writers Prize from Internatinal PEN, KOrea Center, and many more.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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