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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남쪽 끝, '땅끝순례문학관' 재개관… 해남 문학자취 새롭게 조명

"시맥의 고장 해남, 문학의 혼 다시 피어나다"
오는 7월 4일(금) 오후 2시, 해남 땅끝순례문학관 앞마당에서 기념식 개최

(해남=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반도의 시작이자 끝, 전남 해남에서 문학의 혼이 다시 피어난다. 조선의 고풍에서 현대의 저항까지, 해남의 땅은 시인들의 언어와 삶을 오롯이 품어온 '시의 땅'이다. 그 깊고도 넓은 문학적 혈맥(血脈)이 다시 살아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해남군은 오는 7월 4일(금) 오후 2시, 땅끝순례문학관 앞마당에서 리모델링을 마친 문학관의 재개관 기념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재개관은 단순한 시설 정비나 공간의 복원을 넘어, 호남문학과 한국문학의 뿌리를 되새기고 미래를 여는 문화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되는 해남 문학의 계보를 현대적으로 조명하는 '문학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조선부터 현재까지, 문학의 뿌리를 간직한 해남

해남과 남도는 예로부터 문학의 향기와 깊이를 간직해온 정신문화의 보고였다.

조선 초기에 호남 시학의 기틀을 닦은 스승 임억령과 백광훈, 불운한 정치가였으나 조선 최고 시인으로 손꼽히는 윤선도, 남도의 삶과 정서를 뼛속 깊이 노래한 토속 시인 이동주까지, 해남 땅은 한국 시문학의 본향이라 불릴 만하다.

해남의 시맥은 조선 전기 석천 임억령(1496~1568)에서부터 시작된다. 해남읍 관동리 태생인 그는 사간원 대사헌을 지내며 개혁정치를 주장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낙향한 인물로, 담양 식영정에서 송강 정철을 비롯한 수많은 문인들을 배출한 호남 시학의 스승이다.

그의 뒤를 이은 옥봉 백광훈(1537~1592) 역시 장흥 출생이나 다섯 살 때 해남 옥천으로 이주해 성장했으며, 최경창·이달과 함께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불리며 한시문학의 정점에 올랐다.

그리고 조선 중기의 중심에는 고산 윤선도(1587~1671)가 있다. 그는 해남의 보길도에서 생애 대부분을 유배자 혹은 은둔자로 살며 '어부사시사', '산중신곡' 등의 명작을 남겼다. 그의 시는 송강 정철과 함께 조선 시가문학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된다.

풀잎, 민초, 저항…해남 현대시의 흐름

근현대에 이르러 해남은 다양한 색채의 시인을 배출하며 한국 현대시의 축을 형성하게 된다.

박성룡 시인(1932~2002)은 해남 화원면 마산리 출신으로,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한 뒤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풀잎', '풀벌레' 등의 작품을 통해 언어예술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특히 시 '풀잎'은 6차 교육과정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리며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그의 선배격인 이동주 시인(1920~1979)은 해남 현산면 읍호리에서 태어나, 1950년 <문예>지에 '혼야'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그는 해남의 전통과 정서를 토속적인 언어로 섬세히 그려낸 향토 서정시의 대가이며, 시 '강강술래'는 달빛 아래 펼쳐지는 남도 부녀자들의 모습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대표작이다.

김남주 시인(1946~1994)은 '해남이 낳은 위대한 혁명시인'으로 불린다. 유신 정권에 저항하며 감옥에서도 시를 쓰던 그는, "민중이 없는 시는 쓰지 않겠다"는 신념 아래 <진혼가>, <조국은 하나다> 등으로 민중시의 아이콘이 되었다.

고정희 시인(1948~1991) 역시 해남 출신 여성시인으로, 여성 해방과 민중연대의 시적 담론을 앞장서 실천했다.

김준태 시인(1948~ )은 해남 화산면 출신으로, 1980년대 암울한 시대를 시로 저항하며 <사람들 사이에 꽃이 피네>로 유명한 '오월 시인', '민족시인'으로 불린다. 남도의 정서와 삶을 품은 언어는 한국 민중문학의 중요한 축을 이뤘다.

황지우 시인(1952~ )은 해남 북평면 배다리 출신으로, 서울대 미학과 출신의 엘리트 시인이자 실험적 언어와 퍼포먼스로 시대를 저항한 지식인의 아이콘이었다.

중견 시인 박일남 시인도 해남을 기반으로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오며 지역문학의 든든한 줄기를 지켜오고 있다.

문학관 재개관, 문학의 시간과 공간을 잇다

땅끝순례문학관의 이번 재개관은 이렇듯 수백 년간 이어져온 해남 문학의 시간을 하나의 공간에 압축한 상징적 복원이다.

문학관 내부에는 이동주·김남주·박성룡 시인을 중심으로 한 지역 대표 문인의 유품, 초판본, 육필 원고 등이 전시되며, ‘남도문학의 순례’라는 테마로 관람 동선이 구성됐다.

7월 4일 열리는 재개관 기념식은 '땅끝시여울'이라는 주제의 시낭송 퍼포먼스로 시작되며, 팬텀싱어 출신 테너 안세권의 공연과 함께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한 편의 축제가 펼쳐질 예정이다.

삶과 시가 만나는 공간, 땅끝순례문학관

이번 문학관 재개관은 문인들의 발자취와 문학정신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도록 전시와 콘텐츠를 재정비했다. 지역 문학인의 육필 원고, 초판 시집, 육성 자료 등을 강화하고, 시낭송과 강연, 순례길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살아 있는 문학’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7월 4일 열리는 재개관 기념식 재개관 행사는 '땅끝시여울'이라는 시낭송 콘서트로 시작된다. 이어 팬텀싱어 출신 테너 안세권의 무대, 기념사, 축사, 전시해설 및 관람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역 문인과 주민, 문학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학의 정신을 함께 되새기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초청 인사를 통해 "땅끝 해남은 단지 지리적 끝이 아니라, 문학의 시작이자 숨결이 이어지는 곳"이라며 "이번 재개관이 한국문학의 또 다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맹 군수는 이어 "이번 재개관은 해남 문학의 깊이를 알리는 계기일 뿐만 아니라, 문학을 통해 삶과 공동체가 다시 연결되는 시적 공간의 회복"이라며 문학관의 의미를 전했다.

땅끝순례문학관은 재개관을 계기로 단순한 기념관을 넘어, 문학과 삶, 기억과 순례가 만나는 거점 공간으로 거듭난다.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이야기하며, 미래를 열어가는 이곳에서 문학은 다시 '길'이 되어 다시 오늘의 독자에게로 되돌아오고 있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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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쏘다 … 제2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어울림한궁대회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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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 논쟁 재점화… 李 대통령 발언 이후 역사학계·시민사회 엇갈린 반응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과정에서의 고대사 관련 발언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 오랜 기간 금기처럼 다뤄져 온 고대사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의 문제 제기를 두고 역사학계와 시민사회는 찬반으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주류 역사학계 "유사역사 확산 우려" 일부 강단 역사학계와 관련 학술 단체들은 대통령의 발언이 자칫 '유사역사학'을 정당화하는 신호로 오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들은 "역사 연구는 검증 가능한 사료에 기반해야 하며, 근거가 불분명한 문헌이나 신화를 역사로 받아들이는 것은 학문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환단고기' 논쟁과 관련해 "이미 학문적으로 위서 논란이 정리된 사안을 다시 공론장에 올리는 것은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대통령 발언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고대사 음모론이나 과장된 민족주의 담론이 확산되는 점을 문제 삼으며, 공적 발언의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시민사회·독립운동계 "문제 제기 자체를 봉쇄해선 안 돼" 반면 시민사회와 독립운동 관련 단체, 재야 사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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