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1 (토)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

'뒤안길'은 젊음의 추억이 담긴 심리적 공간이기도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시 감상에서 유독 어느 문장, 단어에 마음 쓰이는 경우가 있다. 학인과 대화 하며 마음에 두는 문장을 묻는 것은 흔한 질문이다.

시인은 서정주 '국화 옆에서'를 읽으면 ‘뒤안길’이라는 단어가 생각을 멈추게 한다는 말을 주고받는다. '뒤안길'은 지나간 시간, 젊은 시절의 시간이 주마등이 된다. 시골에서는 대안(큰 집의 안쪽)이라 하는 '뒤꼍'도 들어 있다. 으슥하여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도 있다. 마음에 드는 다른 의미는 젊음의 추억이 담긴 심리적 공간이기도 한다.

우리의 삶은 시간의 흐름 속에 성숙하게 된다. 시간의 흐름은 심리적 뒤안길에서 이것저것 상심도 하며 성장하는 것들이다.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의 모습을 성찰하는 것이다.

'국화 옆에서'의 미당은 시를 만들며 한국의 자연, 문화, 정서를 넣는데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토속적인 체취가 스며들고 있다. '뒤안길'은 평범한 단어지만 리듬과 음절의 조합에 특별한 주의도 들어 있다. 이로 인해 '국화 옆에서'는 유려한고 율동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시란 모름지기 아주 평범한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뛰어난 언어 건축(묘미)이 된다. 그래서 시인은 하나의 단어를 가지고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우아한 단어를 탄생시킨다. 다시 말하면 언어를 적절하게 배열하면 표현 넘어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낸다. 자연의 비유를 빌어 시인이 하고자 하는 주제를 더욱 심화시켜준다.

시의 정부(政府)라 칭해주는 서정주 시인도 '뒤안길'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지 모른다. 시인이 초기에 만든 <화사집>이 하나의 사례다. 그 시집의 두 번째 면에 실린 시가 화사(花蛇)다. 화사 시의 첫 행에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화사는 꽃뱀이다. 박하는 식물의 하나이며 향신료 쓰인다. 박하는 영어로는 민트(mint), 순 우리 말로 ‘영생’이라 표기한다. 영어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님프 멘테이다.

박하는 교잡이 잘되면서 번식력과 생존력도 어마어마하게 뛰어난 식물로, 인간이 이 향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냥 잡초였을 식물이다. 심지어 박하에는 독성 식물을 지닌 종류도 있다.

미당이 사향과 박하를 시어에 등장시키며 뒤안길을 넣는 것은 기가 막힌 시의 천재성을 말하게 한다. 어느 시인은 미당이 노벨상을 받지 못한 연유가 있다면 화사의 첫 문장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에 있다라 말한다.

제아무리 뛰어난 번역가가 이 시의 첫 줄을 어떻게 번역하겠냐는 것이다. 사향 박하에는 에덴동산의 이브에 나타난 뱀의 의미가 있다. 그런가 하면 희랍 신화가 들어 있다. 불과 15행의 시지만 광대 무한, 언어벌판의 심상이 들어 있다.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아름다운 배암……/을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둥아리냐.//꽃대님 같다.//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소리 잃은 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푸른 하늘이다.……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麝香) 방초(芳草) 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우리 할아버지의 안해가 이브라서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바늘에 꼬여 두를 까부다. 꽃대님 보다도 아름다운 빛……//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설…… 스며라! 배암.' <화사> 시 전문이다.

아무리 읽어도 간담이 서늘한 시어들이다. 잔인함과 피 끓는 듯한 생명의 전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화사는 뱀과 꽃, 징그러움과 슬픔, 붉은 아가리와 푸른 하늘, 클레오파트라의 입술과 스물 난 색시 순네의 입술 등과 같은 대조적인 이미지를 사용, 선과 악, 욕망과 갈등을 관능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미당은 다른 시인과 다르게 독특한 문체와 언어 스타일을 가졌다. 이는 한국 현대 시의 대표적인 시인을 상징한다는 의미다. 어떤 이는 시신(詩神)이라 일컫는다.

신라의 국선도와 불교의 윤회전생, 그리고 민간에 떠도는 온갖 설화를 에두르는 시적 방황 또는 정신사적 편력을 지녔다 평한다. 국화 핀 가을 길을 걸어본다. 미당이 좋아한 '뒤안길'을 만날 것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 평론가)

i24@daum.net
배너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희망브리지, '안아드림 페스티벌’ 참여…소방관 응원 부스 운영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회장 임채청)는 26일부터 27일까지 경상북도청 천년숲에서 열리는 '2025 안전경북 아이행복 드림 페스티벌(안아드림 페스티벌)'에 참여해 ‘특명! 소방관을 응원하라’ 부스를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안전경북 아이행복 드림 페스티벌(안아드림 페스티벌)은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경상북도 소방본부가 주관하는 도내 최대 규모의 안전체험 행사로, 올해로 4년째를 맞는다. 희망브리지는 이번 부스에서 ▲소방관 OX 퀴즈 ▲소방관 긴급출동키트 꾸리기 ▲소방관 응원 메시지 남기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시민과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소방관을 응원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활동은 희망브리지의 '국민 히어로즈'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국민 히어로즈는 월 2만원의 후원으로 소방관에게는 출동키트, 이재민에게는 구호키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이 일상에서 소방관과 이재민을 응원하는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신훈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경북도민과 함께 소방관을 응원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소방관들과

정치

더보기
김영배 의원, APEC 앞두고 남북‧북미 대화 촉구하는 '한반도 평화 결의안' 발의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2025 경주APEC에 美 트럼프 대통령, 中 시진핑 주석 등 한반도 주변 주요 정상들의 참석이 전망되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 환경 조성을 위한 국회의 적극적 역할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발의됐다.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성북갑)은 '한반도 평화 결의안'을 발의하며 "APEC 계기로 한‧미, 한‧중정상회담은 물론 약 7년 만의 트럼프와 시진핑 간 미‧중정상회담까지 예정되어 있다"며 "북‧미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이 시점에 한반도 평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결의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영배 의원이 발의한 결의안은 ▲남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북미대화 재개 지지 및 남북대화 위한 정부 역할 촉구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현안 해결 ▲과거 남북이 체결한 공동선언과 합의 정신 존중 및 제도적 기반 마련 노력 ▲남북 교류 재개 및 국회 차원의 협력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김영배 의원은 "전 세계의 관심이 2025 APEC에 집중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에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시기인 만큼 10월 중 본회의 통과까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9월, 우원식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