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7 (금)

  • 맑음동두천 7.8℃
  • 맑음강릉 10.3℃
  • 박무서울 11.3℃
  • 박무대전 9.6℃
  • 박무대구 10.8℃
  • 구름조금울산 11.8℃
  • 구름많음광주 13.1℃
  • 구름조금부산 14.8℃
  • 구름많음고창 9.9℃
  • 구름조금제주 16.7℃
  • 맑음강화 7.6℃
  • 구름조금보은 6.9℃
  • 구름많음금산 7.1℃
  • 구름많음강진군 10.6℃
  • 구름조금경주시 9.4℃
  • 구름많음거제 13.6℃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이름 없는 길을 걷는 물

저수(貯水)의 역사에서 배우는 생명의 지혜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인류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자원은 ‘물’이었다. 인류 최초의 정원인 에덴동산은 두 줄기의 강물에서 시작되었다.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 정의했다. 생명은 물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인류의 문명은 늘 물을 둘러싼 투쟁과 협력 속에서 전개되었다. 강이 흐르는 곳에 사람이 모여 살았고, 그곳에서 도시와 국가가 세워졌다.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문명의 토대였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이 물을 '저수'하기 시작한 순간은 곧 문명의 출발점이었다. 기원전 6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유역,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주변에서는 계절마다 반복되는 범람과 가뭄을 대비하기 위해 인공 저수지가 만들어졌다. 이는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공동체적 선택이었다.

이집트의 나일강도 마찬가지였다. 나일강의 범람은 기름진 토양을 주었지만, 동시에 불확실성을 안겼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 파라오는 관개와 저수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것은 곧 국가 권력의 기반이 되었다. 중국 황허강 주변의 초기 농경사회도 큰 강의 범람을 막고 물을 모으는 일에 온 힘을 쏟았다. 그들에게 물은 곧 생존의 열쇠였고, 물을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다스린다고 여겼다.

한반도 역시 물을 저수하고 다스리는 전통 속에 문명을 세웠다. 삼국시대에는 저수지와 둑을 쌓아 농업 생산력을 높였다. 대표적으로 백제의 저수지 기술은 일본에까지 전해졌다. 신라의 보와 제방은 공동체적 농업 체계를 가능하게 했고, 고려·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국가적 차원의 수리(水利) 행정이 자리 잡았다.

세종대왕 시기에는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기 위한 수리 사업이 국가적으로 조직화되었다. 이는 농업 기반을 튼튼히 해 백성의 삶을 안정시켰다. 물의 확보와 관리가 곧 나라의 흥망을 가르는 중대한 과제였다.

오늘날 우리는 물의 소중함을 점점 망각해 가고 있다. 지구의 70%가 바다라 하지만, 인류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담수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극지방 빙하와 지하에 묶여 있어, 실질적으로는 1% 남짓이다

. 21세기는 '물 전쟁'의 시대라 불린다.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물 부족으로 이미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물은 이제 석유보다 귀한 자원으로 불리며, 유엔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물 부족 지역에서 살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강릉의 가뭄, 남부 지방의 집중호우는 모두 기후변화와 연결된다. 때로는 넘쳐나고, 때로는 모자라는 극단적 변동 속에서 물을 어떻게 지혜롭게 관리할 것인가는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우리는 흔히 수도꼭지를 틀면 당연히 물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배후에는 수많은 저수지와 댐, 정수 시설, 그리고 묵묵히 지켜온 관리 시스템이 존재한다.

물은 단순히 흘러가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류의 땀과 지혜가 모인 결실이자 자연의 섭리 속에 주어진 귀한 선물이다. 우리는 다시금 물의 소중함을 일깨워야 한다. 낭비를 줄이는 작은 습관, 빗물을 모아 활용하는 지혜, 하천과 습지를 보존하는 사회적 선택이 필요하다. 물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다. 우리 세대가 지키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인류가 최초로 물을 저수했던 순간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려는 공동체의 지혜였다. 오늘날 우리는 그 지혜를 다시 배워야 한다. 물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일은 단지 농업이나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문제다.

돌과 모래, 풀잎 사이
끊임없이 흘러가며
자신을 뽐내지 않는다

마른 입술 적시고
뜨거운 땅 식히며
눈물처럼 맑게 스며드는 순간
생명은 다시 일어난다

바람이 지나가면 흔들리고
햇살 닿으면 빛을 품는다
그 어떤 것도
물의 자유 묶을 수 없다

흘러가며 머물고
머물며 흘러가며
끝내 강과 바다를 품는
그 길 위에 물은 노래한다

- 최창일 시의 시 '이름 없는 길을 걷는다' 전문

"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다"는 진리를 기억해야 한다. 물은 우리 곁을 흐르지만, 동시에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저수의 역사 속에 담긴 생명의 교훈을 삶에 새겨, 물을 소중히 여기고 지혜롭게 다스릴 때 인류의 미래는 비로소 안전해질 것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 평론가)

i24@daum.net
배너
송파문인협회, '제2회 송파문학상' 및 '제17회 한성백일장' 시상식 등 개최…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진 감성의 향연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사)한국문인협회 송파지부(지회장 전세중)는 11월 4일 오후 송파여성문화회관 소강당에서 '제2회 송파문학상 시상식'과 '제17회 한성백일장 시상식', 그리고 '제31호 송파문학 발간식'을 성대히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지역문학의 발전과 문학인을 위한 교류의 장으로 마련돼, 협회 회원과 지역 문인, 문학 애호가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뜻깊은 문학 축제로 마무리됐다. 세미나·시극·축가로 문학의 향기 더해 1부 식전행사에서는 김호운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 '소설과 수필의 차이점 비교 고찰'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며 장르문학의 본질적 차이를 짚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제2회 송파문학상 심사평을 통해 "문학의 근본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에 있다"며 수상작들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 평가했다. 이현주 시인 외 4명이 출연한 시극 '그 열혈 통일'이 무대에 오르며 문학과 공연예술의 경계를 허물었고, 바리톤 송기창의 축가 '청산에 살리라'와 '마중'이 장내에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이원우 시인·최균희 작가, 제2회 송파문학상 대상 2부 본행사에서는 올해의 송파문학상과 한성백일장 시상이 이어졌다. 제2회 송파문학상 대상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재)송호·지학장학재단, '제39회 송호장학금' 및 '제16회 지학장학금(연구비)' 수여식 개최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국내 굴지의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가 위치한 경기도 화성시 송호지학장학회관 지학홀에서 오는 10월 28일(화) 오후 2시, '제39회 송호장학금'과 '제16회 지학장학금(연구비)' 수여식이 열린다. 이번 수여식은 재단법인 송호·지학장학재단(이사장 정희준)이 주최하는 연례 장학행사로, 올해는 총 35명에게 1억 1천8백만 원의 장학금 및 연구비가 전달된다. 화성에서 피어난 39년의 교육 나무 '송호·지학장학재단'은 고(故) 정영덕 선생이 1985년 고향 화성 지역의 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한 '송호장학회'를 모태로 한다. '송호(松湖)'는 선친의 아호로, 선친의 뜻을 이은 장남 정희준 이사장이 2009년 재단법인으로 확대 개편하여 현재의 송호·지학장학재단으로 이어오고 있다. 1987년부터 시작된 '송호장학금'은 화성 시내 고교 재학생 중 학업 성적이 우수하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발해 지원해 왔으며, 올해 역시 화성 남양고등학교 재학생 10명에게 총 1천만 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한편 2010년부터 시행된 '지학장학금'은 이공계 대학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 장학 제도로, 실질적 연구성과를

정치

더보기
용혜인 의원 "선방한 협상… 국민경제 대개혁으로 나아가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30일 29일 타결된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해 "한국이 국익 중심의 전략적 협상을 통해 선방했다"며 "이제 국민경제의 대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용 대표는 이날 논평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압박 속에서도 정부가 원칙을 지켜냈다"며 "현금 3,500억 달러의 '묻지마 투자' 요구를 거부하고,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주력 수출품의 대미 관세율을 유럽연합과 일본 수준으로 맞추고,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낸 점은 큰 성과"라며 "정부와 민간이 국익을 중심으로 협력한 결과, 이번 협상은 '선방'이라 부를 만하다"고 강조했다. 용 대표는 그러나 "이번 협상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한 대미 수출 의존과 불균형한 재정·외환 운용, 그리고 국민에게 환원되지 않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 구조가 여전히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수출대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면, 그 성과 또한 국민이 나눠 가져야 한다"며 "기업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으로 환원되는 구조, 즉 '공유부 기본소득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