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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손끝에 닿지 않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

그리움 속에서 완성되는 사랑의 진실…닿지 못해 더 깊어지는 마음의 울림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나희덕 시인은 '야생사과' 시에서 '어떤 영혼과 얘기를 나누었다/ 붉은 절벽에 스며 나온 듯한 그들과' 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의 시대를 '야생사과'에 비유함으로 읽힌다. 시와 대비, 20년도 넘은 시간 전에 <화양연화>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2000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는 단순한 멜로드라마를 넘어, 동아시아 영화사의 정점에 자리 잡았다. 장만옥과 양조위가 빚어낸 절제된 연기, 크리스토퍼 도일의 촬영, 그리고 느릿하게 흐르는 음악과 장면은 관객을 긴 시간 동안 붙들어 두었다.

이 영화의 성공은 단순히 흥행 성적이나 수상 실적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사랑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성찰이며, 동시에 시대와 장소의 기억을 예술로 승화한 결과였다.

왕가위 감독은 이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주인공들이 겪는 불륜의 아픔과 갈등은 노골적 장면이 아니라, 국수 가게에서 마주치는 짧은 대화, 좁은 복도를 스쳐 지나가는 발걸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마주한 시선 속에 담겨 있다.

절제된 방식은 오히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말하지 않은 것의 무게를 더욱 크게 부각한다. 동양적 미학, 곧 여백과 절제의 미학과 맞닿아 있으며, 서구 관객에게도 낯설지만 강렬한 감각으로 다가왔다.

<화양연화>의 핵심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다. 주인공들은 배우자의 불륜이라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끌리지만, 끝내 그 선을 넘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은 언제나 "거기 있지만 닿을 수 없는 것"으로 남는다.

관객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깊은 공감을 얻는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었던, 그러나 끝내 이루지 못한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특정 문화권을 넘어, 인류 보편의 정서를 울리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1960년대 홍콩이라는 구체적 시공간 속에 자리한다. 좁은 아파트 복도, 습기 가득한 골목, 이웃과 얽힌 생활은 당시 홍콩인들의 삶의 단면이자 향수의 원천이다.

시대적 배경은 단순한 무대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곧 시간의 흐름에 갇힌 인간의 숙명을 드러낸다. 제목 '화양연화(花樣年華)'가 말하듯, 가장 찬란해야 할 시절은 언제나 흘러가 버린 순간으로 남는다.

닿을 듯, 닿지 못한
사랑은 늘 가까이에서 태어나지만
결코, 완전히 소유되지 않는다
복도 끝에서 마주친 두 시선,
그 짧은 순간이
우주 전체보다 무거운 침묵을 낳는다
우리는 손끝으로 닿으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거리는 더욱 선명하다
사랑은 붙잡음이 아니라
비켜섬에서, 멈춤에서
끝내 다가서지 못한 자리에서 자란다

- 최창일 시인의 시 '화양연화' 전문

많은 관객은 이 영화를 떠올릴 때 자동으로 'Yumeji’s Theme'의 선율을 기억한다. 바이올린의 느린 반복은 주인공들의 발걸음과 어긋난 시선을 따라가며, 감정의 파동을 증폭시킨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 전체의 정서적 리듬을 형성한다. 반복되는 선율은 곧 사랑의 미완성과 되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상징한다. 그래서 관객은 음악을 들을 때마다 영화 속 정서를 다시 경험하게 된다.

장만옥과 양조위의 연기는 절제와 내면 표현의 정수다. 대사를 넘어선 눈빛과 몸짓, 옷차림과 걸음걸이만으로도 관객은 인물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장만옥이 입은 치파오 드레스는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감정을 담은 또 하나의 언어다.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그 모습은 여성성의 상징일 뿐 아니라, 시대의 기억과 억눌린 감정의 은유로 작용한다.

<화양연화>는 실험적 예술영화의 면모를 갖추었지만, 동시에 멜로드라마적 서사를 지녔다. 이 균형은 영화가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예술적 완성도와 대중적 공감대 사이의 섬세한 균형이 바로 영화의 성공을 이끈 핵심이었다. <화양연화>는 단순한 멜로영화가 아니라, 시간과 사랑, 기억과 상실에 대한 철학적 묵상이다. 이 영화가 성공한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나 지나간 시간 속에서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떠올리지만, 그것은 이미 붙잡을 수 없다. 영화는 그 아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냈다. 그래서 〈화양연화〉는 단지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숙명을 비추는 거울로 남았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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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계간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성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2025년 12월 5일 저녁,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이 문학의 향기로 가득 찼다. 계간 <문학에스프리>(발행인·시인 박세희)가 주최하고 도서출판 등대지기가 주관한 '제3회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및 송년 문학의 밤'이 각계 문인과 축하객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김종대 시인(문학에스프리 작가회 사무국장)의 진행으로 문학과 예술의 깊은 교류가 이어진 이번 행사는, 한 해 동안 한국문학이 어떤 고민을 거듭했고 어떤 성취를 이뤄냈는지 조명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과 달리, 행사장은 오랜 창작의 길을 걸어온 문인들과 신예 작가들의 열정으로 따뜻했다. 정면 무대에는 "문학은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라는 문구가 걸렸고, 문단 원로와 신진이 함께 어우러진 축하의 장이 이어졌다. "문학은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힘" 이날 축사에 나선 다산 정약용 연구의 권위자이자 인문정신의 상징적 존재인 박석무 우석대 석좌교수는 문학의 본질적 사명과 시대적 역할을 다시 일깨웠다. 박 교수는 먼저 "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라고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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