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3 (토)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손끝에 닿지 않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

그리움 속에서 완성되는 사랑의 진실…닿지 못해 더 깊어지는 마음의 울림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나희덕 시인은 '야생사과' 시에서 '어떤 영혼과 얘기를 나누었다/ 붉은 절벽에 스며 나온 듯한 그들과' 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의 시대를 '야생사과'에 비유함으로 읽힌다. 시와 대비, 20년도 넘은 시간 전에 <화양연화>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2000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는 단순한 멜로드라마를 넘어, 동아시아 영화사의 정점에 자리 잡았다. 장만옥과 양조위가 빚어낸 절제된 연기, 크리스토퍼 도일의 촬영, 그리고 느릿하게 흐르는 음악과 장면은 관객을 긴 시간 동안 붙들어 두었다.

이 영화의 성공은 단순히 흥행 성적이나 수상 실적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사랑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성찰이며, 동시에 시대와 장소의 기억을 예술로 승화한 결과였다.

왕가위 감독은 이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주인공들이 겪는 불륜의 아픔과 갈등은 노골적 장면이 아니라, 국수 가게에서 마주치는 짧은 대화, 좁은 복도를 스쳐 지나가는 발걸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마주한 시선 속에 담겨 있다.

절제된 방식은 오히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말하지 않은 것의 무게를 더욱 크게 부각한다. 동양적 미학, 곧 여백과 절제의 미학과 맞닿아 있으며, 서구 관객에게도 낯설지만 강렬한 감각으로 다가왔다.

<화양연화>의 핵심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다. 주인공들은 배우자의 불륜이라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끌리지만, 끝내 그 선을 넘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은 언제나 "거기 있지만 닿을 수 없는 것"으로 남는다.

관객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깊은 공감을 얻는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었던, 그러나 끝내 이루지 못한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특정 문화권을 넘어, 인류 보편의 정서를 울리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1960년대 홍콩이라는 구체적 시공간 속에 자리한다. 좁은 아파트 복도, 습기 가득한 골목, 이웃과 얽힌 생활은 당시 홍콩인들의 삶의 단면이자 향수의 원천이다.

시대적 배경은 단순한 무대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곧 시간의 흐름에 갇힌 인간의 숙명을 드러낸다. 제목 '화양연화(花樣年華)'가 말하듯, 가장 찬란해야 할 시절은 언제나 흘러가 버린 순간으로 남는다.

닿을 듯, 닿지 못한
사랑은 늘 가까이에서 태어나지만
결코, 완전히 소유되지 않는다
복도 끝에서 마주친 두 시선,
그 짧은 순간이
우주 전체보다 무거운 침묵을 낳는다
우리는 손끝으로 닿으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거리는 더욱 선명하다
사랑은 붙잡음이 아니라
비켜섬에서, 멈춤에서
끝내 다가서지 못한 자리에서 자란다

- 최창일 시인의 시 '화양연화' 전문

많은 관객은 이 영화를 떠올릴 때 자동으로 'Yumeji’s Theme'의 선율을 기억한다. 바이올린의 느린 반복은 주인공들의 발걸음과 어긋난 시선을 따라가며, 감정의 파동을 증폭시킨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 전체의 정서적 리듬을 형성한다. 반복되는 선율은 곧 사랑의 미완성과 되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상징한다. 그래서 관객은 음악을 들을 때마다 영화 속 정서를 다시 경험하게 된다.

장만옥과 양조위의 연기는 절제와 내면 표현의 정수다. 대사를 넘어선 눈빛과 몸짓, 옷차림과 걸음걸이만으로도 관객은 인물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장만옥이 입은 치파오 드레스는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감정을 담은 또 하나의 언어다.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그 모습은 여성성의 상징일 뿐 아니라, 시대의 기억과 억눌린 감정의 은유로 작용한다.

<화양연화>는 실험적 예술영화의 면모를 갖추었지만, 동시에 멜로드라마적 서사를 지녔다. 이 균형은 영화가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예술적 완성도와 대중적 공감대 사이의 섬세한 균형이 바로 영화의 성공을 이끈 핵심이었다. <화양연화>는 단순한 멜로영화가 아니라, 시간과 사랑, 기억과 상실에 대한 철학적 묵상이다. 이 영화가 성공한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나 지나간 시간 속에서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떠올리지만, 그것은 이미 붙잡을 수 없다. 영화는 그 아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냈다. 그래서 〈화양연화〉는 단지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숙명을 비추는 거울로 남았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i24@daum.net
배너
강서일 시인, 다섯 번째 시집 <우주의 벌레 구멍> 출간…우주의 심연에서 마음의 언어를 길어 올리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 현대시단에서 묵직한 울림과 날카로운 사유로 독자들에게 다가온 강서일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우주의 벌레 구멍>(한국문연 刊)을 출간했다. 전작 <고양이 액체설>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시집은, '마음의 언어'라는 본질적 화두를 우주적 상상력과 철학적 사유로 풀어내며, 인간 내면의 마음을 물과 구름, 파도 같은 이미지로 풀어내며 우주적 차원의 상상력으로 확장한 시편들로 독자들을 ‘내면의 벌레 구멍’으로 초대하고 있다. 강서일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시간과 공간, 공기까지 시 속에 묻어 두었다"라며 "살펴보니, 시편마다 그때의 시간과 공간, 함께 머물렀던 공기까지 그대로 묻어 있다. 지금의 생각이나 감각과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그때 그 순간의 느낌을 존중하기로 한다"고 고백한다. 이는 곧 지나간 시간을 붙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순간의 감응이 여전히 현재 속에서 살아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로 그의 시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순간의 감각을 영원의 언어로 보존하려는 작업임을 드러낸다. 시집은 총 4부로, 일상과 우주의 경계를 넘나 드는 60여 편의 시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l
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광복회, '8월 이달의 독립운동 정미의병 기념식' 개최…"경술국치, 쓰라린 역사를 기억하고 의병정신 전통으로 이어 가자" (서울=미래일보) 이연종 기자= 광복회(회장 이종찬)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과 이중근 대한노인회 겸 부영그룹 회장, 김관진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유족과 독립운동 유관단체 및 광복회원 250여명이 모인 가운데, '광복80주년 8월, 이달의 독립운동 정미의병' 기념식을 개최했다. 국가보훈부와 서울특별시, 행복도시락이 후원한 이날 기념식은 국민의례와 영상시청, 이종찬 광복회장 기념사를 비롯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축사, 이중근 대한노인회장 겸 부영그룹 회장 축사에 이어, 국가부훈부 장관의 민긍호의병장기념사업회와 운강이강년의병대장기념사업회에 대한 기념패 수여, 광복회장의 춘천의병마을에 대한 감사패 수여식, 김상기 충남대학교 명예교수의 ‘자유와 정의를 위한 백성의 투쟁, 정미의병’ 주제 강연 순으로 진행됐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오늘은 경술국치의 날로 1910년 8월 29일 우리가 주권을 빼앗겼다"며 "이런 쓰라린 역사를 우리가 다 기억하고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의병정신에 대해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대한제국의 군대가 강제해산 당하던 날, 정미 의병이 일어났고, 그 의병들이 독립군이 되

정치

더보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오세훈 시장, '내종유착' 사죄해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은 12일 최지효 부대변인 명의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치와 종교의 결탁 책임을 인정하고 시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 시장이 최근 특검의 김장환 목사 참고인 소환을 두고 '금도를 넘었다'고 비난했지만, 정작 금도를 넘어선 것은 종교를 정치에 끌어들여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자 구명에 나선 국정농단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최 부대변인은 "특검의 종교인 조사는 종교 활동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채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구명 로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정당한 절차"라며 "국민 누구도 법 앞에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부대변인은 이어 "오 시장은 과거 전광훈 목사 집회에 참석하며 정치와 종교 결탁을 앞장서 이끌어 왔다"며 "'금도'를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 최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손현보 목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을 거론하며 "정치-종교 유착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이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중범죄"라고 지적했다. 최 부대변인은 "오세훈 시장은 특검 비난과 내란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