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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아 시인, 시집 <공항, 그 시절 인연> 출간… 공항이라는 거대한 은유, 20년의 시적 여정을 포개다

등단 20주년 기념 한·영·베 3개 국어 대역 시집… 시의 감정과 의미를 다국적 감수 체계에서 확장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등단 20주년을 맞은 장선아 시인이 한·영·베 3개 국어가 병기된 대역 시집 <공항, 그 시절 인연>(책만드는집 펴냄)을 출간했다. 이 시집은 한 시인이 20년 동안 세계 여러 도시를 건너며 쌓아온 인연의 층위를 공항이라는 상징적 공간 위에 펼쳐놓은 일종의 "시적 항로 지도"다.

이 시집은 한국어 원문을 중심으로 영어와 베트남어를 병기해, 시의 감각과 정서를 국경 너머의 독자에게까지 확장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문학적 시도를 이룬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함께 총 3부로 나뉘며, 하루의 서정부터 세계를 횡단한 인연의 지층, 그리고 팬데믹 이후의 감정 편린까지 폭넓게 포착한다.

1부 - 존재의 숨, 관계의 온도

'쉼표', '공항, 그 시절 인연', '문밖의 우연한 선물처럼', '연리지 행보' 등 일상의 미세한 흔들림과 인연의 미묘한 결을 음각처럼 새겨낸다.

공항이라는 장소는 단지 이동의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다시 맞이하는 '감정의 관문'으로 재해석된다. 시인은 인간의 마음이 숨을 고르는 순간—쉼표의 깊이를 포착하며 삶의 균열과 회복을 동시에 담아낸다.

2부 - 세계의 바람을 걷다

베트남, 러시아, 중동, 유럽 등 세계 여러 도시들을 배경으로 '하얀 아오자이에 꿰맨 저고리', '국제 아리랑', '우리는 지도를 함께 걸었다', '사막의 달' 등 문학적 타국성과 문화적 공명을 시적 언어로 체화한 작품들이 담겼다.

여기서 시인은 '낯선 것의 친밀함'을 관통하며, 정치·역사·문화가 엇갈리는 경계에서 새로운 감정의 시학을 구축한다.

3부 - 기억 이후의 세계, 그리고 내면의 복도

'어렵다 그러나 사랑한다', '최면', '한강 작가', '생각다리 건너 등대로', '평화의 금빛 중용' 등 내면적 성찰과 회복의 언어로 이루어진 마지막 장은 시인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존재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와 다짐으로 가득하다.

팬데믹의 시간, 상실과 고독, 회복과 중용의 미덕까지 시적 문법으로 재해석되며 독자의 마음을 오래 머물게 한다.

장선아 시인은 저자 서문에서 공항을 "시간의 강을 건너오며 스치고 머물렀던 얼굴과 순간들이 떠오르는 감정의 문지방"이라 표현한다.

그녀는 "잊으려 했으나 잊히지 않는 이름들, 멀리 있어도 결코 멀지 않은 감정들, 나를 지나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여정의 기록"이 이 책의 골격이라고 고백한다.

또한 한국어와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익숙한 슬픔을 새로운 언어로 다시 노래하는 일"이었다며, 그 언어의 전이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항- 떠남과 귀환 사이, 시적 감정의 관문

창문 너머 활주로 끝,
익숙한 땅이 조금씩 멀어진다
가방엔 오래된 안녕과
마음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그 시절, 인연은
출국장어느문턱에 머물다
비행기 이륙 소리에 묻혀 간다
손에 쥔 비행기 티켓처럼
모든 것이 한장의 여정이었다

창공을 나는 비행기처럼
나는 나를 데리고
나의 손을 잡는다

뒤돌아 바라본
공항 유리벽 너머
투명한 유리의 내가
다음 하늘을기약한다

잊기 위한떠남이
이제 남은 귀함에 대해
더 사랑하게 되었다


- 표제시 '공항, 그 시절 인연' 전문

표제시 '공항, 그 시절 인연'은 시집의 중심적 정조이자 세계관을 압축한 작품이다.

시인은 창문 너머 활주로 끝에서 '익숙한 땅이 멀어지는 순간'을 통해 떠남과 귀환이 교차하는 감정의 심도를 탐문한다. 가방 속에 오래된 안녕을 넣어 떠나지만, 결국은 "잊기 위한 떠남이 남은 것의 귀함을 더 사랑하게 한다"는 역설적 깨달음을 전한다.

유리벽 너머의 "투명한 나"를 응시하는 장면은 방랑과 존재의 내면적 통합을 상징하며, 시인의 전체 세계관-"여행과 자기회귀"-을 집약한 이미지로 읽힌다.

세계의 경계에서 채집한 감정들

이 시집의 2부는 시인이 실제로 발걸음을 디뎠던 여러 도시의 공기를 담아낸다. 베트남, 러시아, 중동, 유럽 등 문학적 타지(他地)에서 채집한 감정이 시로 변주된다.

특히 본문에 수록된 '하얀 아오자이에 꿰맨 저고리'는 베트남에서의 체류 경험과 문화적 경계의 감각을 교차적으로 조형한 작품이다.

텅빈 공간 안에서
최소한의 가능성을 선사받을 수 있었다면
불안에서 나오는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으나
절실한 기도는 절대 땅에 떨어지지 않기에
놓치고 왔던 것들에 손을 주춤한다

내려갔을 때 안도와
올라갈 때 안도가
마주한다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 시간들
앞의 시간들

같은 색이나 하늘은 바다가 되어
바다는 하늘이 할 수 없는
파도의 모습, 구름을 흉내
햇살 속 춤을 춘다

도망치듯나왔던 그곳에
반색의 얼굴로 인사하며
봄에 첫눈을 맞이 한다

그 시절 우리의 이야기
이제는 느긋이 앉아 날을 즐기며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에
하얀 이름들을 새긴다

그들이 토한 호흡과 이름에
오래된 일들이 기억된다.

- '하얀 아오자이에 꿰맨 저고리' 전문

시인은 '내려갔을 때의 안도와 올라갈 때의 안도가 서로 마주한다'고 쓰며, 이방의 시간 속에서 심리적 균열과 회복이 동시에 일어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하늘과 바다가 서로의 색을 흉내 내듯, 서로 다른 문화가 시 속에서 하나의 결로 이어지는 장면은 장선아 시인이 이국적 풍경을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감정의 지층으로 시화(詩化)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팬데믹 이후의 복도, 내면의 회복을 쓰다

3부에서는 팬데믹이라는 전지구적 사태 이후 시인이 겪어낸 고독과 회복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어렵다 그러나 사랑한다', '생각다리 건너 등대로', '평화의 금빛 중용' 등에서 시인은 상실의 시대를 건너온 마음들이 다시 서로에게 닿을 방법을 모색한다.

시인은 서문에서 "삶이 때로 버거울지라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아주 작은 따뜻함이 결국 우리를 다시 사람 곁에 서게 한다"고 썼다. 이는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정조이자, 팬데믹 이후 문학이 수행해야 할 윤리적 역할을 제시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다국적 대역(對譯) 작업의 밀도

<공항, 그 시절 인연>은 한국어 시를 중심으로 영어와 베트남를 병기했다. 영문 번역은 장선아 시인이 직접했고, 영어 감수는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정치학 및 아시아학 전공의 조너선 세린(Jonathan Sheerin), 베트남어 번역은 진수연(TRAN THI XUYEN)이, 감수는 레휘 꽈(越文)가 맡아, 단순한 번역을 넘어 "시적 전이(transference)"의 과정을 기록했다.

세 언어가 병치된 페이지는 한 편의 시가 문화적 맥락에 따라 어떻게 다른 울림을 가지는지 보여주는 실험적 형태로, 한국 현대시의 국제적 확장 가능성을 입증하는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장선아 시인-국경을 넘는 언어와 인연의 기록자

장선아 시인은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국문학·영문학 석사를 마쳤으며, 2005년 한국문인 등단 이후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문학교류의 중심에서 활동해왔다.

그녀는 수년 동안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하며 '신짜오 Xin Chao’ 잡지 기자로 활동했고, 하노이대학교와 가나다어학당에서 한국어 강사로 재직했다. 또한 국제 문학행사에서 통역·사회 등을 맡으며 문학의 국제적 향로를 직접 개척해 왔다.

이력도 화려하다. 2006년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시작으로, 문학미디어 올해의 작가상(2015), 중앙대문학상(2016), 국제 경기PEN 공로상, 한국시학 경기시인상(2021), 그리고 올해 '자랑스러운 문학가족상'까지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대외협력위원,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등 다양한 문학·교육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여행·기억·인연의 거대한 지도

<공항, 그 시절 인연>은 단순한 여행 시집이 아니다. 타지의 바람 속에서 발견한 사색, 잊히지 않는 얼굴들, 그리고 떠남과 귀환의 감정을 한데 묶은 20년의 시적 자서전에 가깝다.

공항이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 거대한 은유다. 경계의 장소이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다시 만나는 시작점이기도 한 그 공간에서 시인은 "시간에게 시간을 주기로" 다짐한다.

이 시집은 상실의 시대를 건너온 독자에게, 지나간 계절 하나가 부드럽게 되살아나는 작은 쉼표가 되어 줄 것이다.

또한 한·영·베 세 언어로 펼쳐진 이 시집은 한국 현대시의 국제적 확장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보기 드문 성취로 평가되며, 20년 동안 세계를 가로지르며 쌓아온 시인의 발자국을 집약한 기록이며, 공항이라는 거대한 은유를 통해 만남과 이별, 시간과 인연, 세계와 자아라는 보편적 질문을 다시 묻게 하고 있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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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계간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성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2025년 12월 5일 저녁,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이 문학의 향기로 가득 찼다. 계간 <문학에스프리>(발행인·시인 박세희)가 주최하고 도서출판 등대지기가 주관한 '제3회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및 송년 문학의 밤'이 각계 문인과 축하객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김종대 시인(문학에스프리 작가회 사무국장)의 진행으로 문학과 예술의 깊은 교류가 이어진 이번 행사는, 한 해 동안 한국문학이 어떤 고민을 거듭했고 어떤 성취를 이뤄냈는지 조명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과 달리, 행사장은 오랜 창작의 길을 걸어온 문인들과 신예 작가들의 열정으로 따뜻했다. 정면 무대에는 "문학은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라는 문구가 걸렸고, 문단 원로와 신진이 함께 어우러진 축하의 장이 이어졌다. "문학은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힘" 이날 축사에 나선 다산 정약용 연구의 권위자이자 인문정신의 상징적 존재인 박석무 우석대 석좌교수는 문학의 본질적 사명과 시대적 역할을 다시 일깨웠다. 박 교수는 먼저 "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라고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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