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경제위기의 그림자는 언제나 약한 곳부터 덮친다.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식어갈수록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기업의 재무제표가 아니라 서민들의 식탁이고, 가계부이며, 결국 한 사람의 삶이다.
빚은 숫자로 기록되지만, 파산은 삶으로 기록된다. 이러한 시대의 한복판에서, 무너지는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한 사람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서민금융의 제도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실무형 전문가, 조성목 원장이 다시 ‘서민의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단법인 서민금융연구원은 4월 5일, 연구원을 설립하며 초대 원장을 맡았던 조성목 전 원장이 제4대 원장으로 공식 취임했다고 밝혔다.
연구원 설립 1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그의 복귀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위기의 서민금융 현장을 다시 점검하고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절박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 "통계가 아니라 사람을 보겠다"
조성목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통계 속 숫자가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연구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그의 오랜 현장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정책을 만드는 자리에도 있었고, 금융 범죄를 단속하는 자리에도 있었으며, 채무에 무너진 사람들을 직접 상담하는 자리에도 있었던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금융은 결국 사람의 삶을 다루는 일이라는 것을.
◇ 조성목 원장, 그는 누구인가 – 현장에서 길을 찾은 금융 전문가
조성목 원장은 오랜 기간 금융감독원에서 근무하며 서민금융, 금융소비자 보호, 불법 사금융, 보이스피싱 대응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대표적인 현장형 금융 전문가다.
금융감독원 재직 시절 그는 불법 사금융 피해자 보호와 금융사기 예방 업무를 맡아 수많은 피해 사례를 직접 접했다.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로 한 가정이 무너지는 보이스피싱 피해 현장을 보며 그는 ‘금융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붕괴를 막는 일’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특히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고 고금리 대출과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단속이나 사후 구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서민금융연구원 설립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 됐다.
그는 2019년 서민금융연구원을 설립하며 초대 원장을 맡아 서민금융 정책 연구, 금융소비자 보호 교육, 보이스피싱 예방 활동, 채무 취약계층 상담 지원 등 서민금융 전반에 걸친 연구와 실천 활동을 이끌어 왔다. 학자이기 이전에 실무가였고, 실무가이기 이전에 현장을 아는 사람이었다는 점이 그의 가장 큰 강점으로 평가된다.
◇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겠다"…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
이번 취임에서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서민금융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그동안 서민금융은 빚이 쌓이고 신용이 무너진 뒤에야 지원이 시작되는 '사후 구제형 시스템'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는 이미 삶이 무너진 뒤에야 개입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했다.
이에 대해 조성목 원장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방식으로는 서민의 삶을 지킬 수 없다"며, 빚의 늪에 빠지기 전에 미리 막는 '사전 예방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제시한 방향은 ‘사전 예방 – 위기 관리 – 사후 재활’로 이어지는 전 과정 보호 체계, 이른바 ‘서민금융 토털 케어 시스템’이다. 세 가지 약속… 지키고, 일으키고, 회복시키는 금융
조성목 원장은 취임과 함께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 첫째, 보이스피싱과 금융사기로부터 서민의 자산을 지키는 '금융 파수꾼' 역할 강화. ▲ 둘째, 일시적 자금난으로 무너진 서민들이 다시 경제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성장 사다리 금융' 구축. ▲ 셋째, 이미 위기에 처한 금융취약계층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금융권과 연계한 '재활 생태계' 조성이다.
이는 단순한 대출 지원이 아니라, 예방·회복·재기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사회 안전망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를 가장 전문적인 언어로"
취임사에서 그가 남긴 말은 이번 취임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준다.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를 가장 전문적인 언어로 대변하는 것이 서민금융연구원이 해야 할 일입니다."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서민들의 절박한 현실을 정책과 금융 시스템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것, 그것이 연구원의 역할이라는 의미다.
◇ 다시, 서민의 곁으로
조성목 원장의 복귀는 한 사람의 귀환이 아니라, 서민금융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상징하는 사건일지도 모른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서민금융은 복지가 아니라 사회 안정장치가 된다. 그리고 그 안전장치는 무너진 뒤가 아니라, 무너지기 전에 작동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 '골든타임'을 지킬 사람을 다시 불러낸 것인지 모른다.
그의 귀환이 벼랑 끝에 선 누군가에게 마지막 난간이 될 수 있을지 이제 다시 현장에서 그 답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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