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30 (목)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詩가 있는 아침] 서정주 시인의 '동천(冬天)'

감상평/정신재(시인·평론가·국제PEN한국본부 이사)

동천(冬天)
- 서정주 시인(1915-2000)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감상평

위대하다고 평가되는 이 작품을 제대로 해설한 평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쉽게 생각하여 보자. 인간은 누구나 아름다운 대상을 보면 감동을 받기 마련이다.

아름다움은 풍경에도 있으며, 인간미에도 있다. 아무튼 그는 임의 가장 아름다운 흔적을 ‘고운 눈썹’에서 찾았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이목구비가 잘 생겨야 미인이지만, 그 가장 백미는 눈썹에 있다. 가늘면서도 용의 꼬리처럼 약간 치켜 올라갔다가 날렵하게 내려앉은 모양의 눈썹은 얼굴 전체의 풍모를 좌우할 만큼 아름답다.

그런데 그는 임의 가장 아름다운 백미인 '눈썹'을 개인적으로 소유하지 않는다. 천 날 밤이나 되는 '꿈으로 맑게 씻어서' 만인이 우러러 볼 수 있도록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놓았다.

그것은 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에 해당하는 '초승달'처럼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을 수가 있다.

그는 '눈썹', 곧 '초승달'을 일 년 중 가장 춥고 캄캄한 '동지 섣달'의 하늘 아래 펼쳐 놓았다. 그랬더니 그것은 '매서운 새'도 '비끼어' 갈 정도로 아름답고 거룩한 모습이 되어 있다.

정리하여 보자. 사람은 누구나 가슴 속에 임의 가장 아름다움 모습을 그리워하며 산다. 그것이 풍경이든, 인간미이든, 관능미든 상관없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소유하려는 욕망을 가지기보다는 만인이 우러러 볼 수 있는 곳에 띄워 놓을 때, 그것은 사악한 존재도 범접하지 못할 만큼 아름답고 거룩한 존재가 된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가장 멋있는 인간미를 보면 많은 사람이 감동받는다. 심지어 '매서운 새'로 비유되는 사람들마저도 선한 아름다움에 감동받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죽음 앞에서 아름다운 흔적을 남겨 놓고 싶어 한다. 가장 춥고 어두운 세계를 밝힐 인간미는 멀리 갈 필요 없이 내 안에 있다. 오늘도 내 안에 영원으로 나아가는 '눈썹'을 그려 보면 어떨까. 행복하시라.

■ 서정주 시인 약력

1915년 전라북도 고창에서 출생했다. 아호는 미당(未堂), 궁발(窮髮). 1925년 줄포보통학교를 수료하고, 1929년 중앙고등보통학교 입학, 1930년 광주학생운동과 관련해 구속되었다가 기소유예로 석방, 이로 인해 퇴학당했다.

1931년 고창고등보통학교에 편입했으나 곧 자퇴, 방랑을 하다가 고승 박한영 문하에 입산했다. 서울 대한불교전문강원에 입학해 중앙불교전문학교에서 수업했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벽」(壁)이 당선되었고, 같은 해에 김광균, 오장환과 함께 동인지 『시인부락(詩人部落)』을 창간하고 주간을 지냈다.

1940년~1941년 2월까지 만주 간도에서 양곡주식회사 경리사원으로 있었고 용정에서도 체류했다. 1941년 첫 시집 『화사집』을 출간했다. 1941년 동대문 여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후 동아대학교·조선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1960년 이후 동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생전에 15권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약 70년의 창작 활동기간 동안 1,000 여편의 시들을 발표했다.

1962년 '5·16 문예상' 본상과 1966년 대한민국예술원상을 수상했으며, 1980년에는 중앙일보가 주관하는 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했다. 정부에서는 2000년에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으며, 중앙일보사는 2001년에 미당문학상을 제정했다.

- 정신재(시인·평론가·국제PEN한국본부 이사)

i24@daum.net
배너
한국산림문학회, 제14회 녹색문학상 시상식 개최…명은애 시인·이열 작가, 공동 수상 영예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사)한국산림문학회(이사장 김선길)는 10월 29일(수) 국립산림과학원 국제회의실 산림과학관에서 산림청이 주최하고 한국산림문학회가 주관한 제14회 녹색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숲과 자연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을 발굴·시상함으로써 생명존중과 공존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자리로, 산림청 주요 관계자와 문학계 인사, 수상자 및 회원 등 다수가 참석해 숲과 문학이 만나는 뜻깊은 시간을 함께했다. 행사는 이서연 한국산림문학회 상임이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국민의례와 개회사, 녹색문학상 기념영상 상영으로 막이 올랐다. 이어 심사위원장의 심사평 발표와 산림청장상 시상, 기념패 수여 및 축하공연이 이어지며 문학과 자연이 어우러진 축제가 완성됐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명은애 시인의 시집 <벌목공에게 숲길을 묻다>와 이열 작가의 사진에세이집 <느린 인간>이 제14회 녹색문학상(산림청장상)을 공동 수상했다. 심사위원장 김홍신 소설가는 심사평에서 "녹색문학상은 문학의 존엄한 가치로 녹색시대의 의미를 되새긴 자리였다"고 총평하며, "<벌목공에게 숲길을 묻다>는 숲의 존재론적 가치와 생명의 사유를 시적 감수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재)송호·지학장학재단, '제39회 송호장학금' 및 '제16회 지학장학금(연구비)' 수여식 개최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국내 굴지의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가 위치한 경기도 화성시 송호지학장학회관 지학홀에서 오는 10월 28일(화) 오후 2시, '제39회 송호장학금'과 '제16회 지학장학금(연구비)' 수여식이 열린다. 이번 수여식은 재단법인 송호·지학장학재단(이사장 정희준)이 주최하는 연례 장학행사로, 올해는 총 35명에게 1억 1천8백만 원의 장학금 및 연구비가 전달된다. 화성에서 피어난 39년의 교육 나무 '송호·지학장학재단'은 고(故) 정영덕 선생이 1985년 고향 화성 지역의 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한 '송호장학회'를 모태로 한다. '송호(松湖)'는 선친의 아호로, 선친의 뜻을 이은 장남 정희준 이사장이 2009년 재단법인으로 확대 개편하여 현재의 송호·지학장학재단으로 이어오고 있다. 1987년부터 시작된 '송호장학금'은 화성 시내 고교 재학생 중 학업 성적이 우수하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발해 지원해 왔으며, 올해 역시 화성 남양고등학교 재학생 10명에게 총 1천만 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한편 2010년부터 시행된 '지학장학금'은 이공계 대학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 장학 제도로, 실질적 연구성과를

정치

더보기
한·미 관세협상, 극적 타결 "연 200억 달러씩 현금투자…한국 손실 막는 안전장치 명문화" (경주=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과 미국이 수개월간 이어온 관세 및 대미투자 협상을 29일 극적으로 타결지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갖고, '현금투자 2000억 달러, 연간 상한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를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양국은 △현금 투자 비율 △수익 배분 △납입 시기 등을 두고 팽팽한 이견을 보였으나, 한국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명문화하는 조건으로 최종 합의점을 찾았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이 총 3500억 달러(약 49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중 절반이 넘는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며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제한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충격 차단…‘다층 안전장치’ 명문화 이번 합의의 핵심은 '속도 조절'과 '안전장치'다. 김 실장은 "2000억 달러가 한꺼번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연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투자된다"며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