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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가을, 시인의 옷을 입고 철학자의 신발을 신고"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안식처 '도브 코티지(Dove Cottage)'에서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가을도 붉은 머플러 날리며 어디론가 나서기를 좋아한다. 언제라도 당신을 초대하고 싶은 시간이다. 갈 곳이 많다. 세상의 여러 곳을 화사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하며 인사하게 한다.

누구라도 가을이면 '내가 가려는 길이 뚜렷하다'. '너'와 '나'라는 말들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그토록 사랑한 초록색 물풀들과 갈대 줄기로 여름을 만들었던 천사(1004)의 작은 섬들에도 붉은 성찬(盛饌)을 위한 준비가 바쁠 것이다.

멀리 날기 위한 작은 새들도 가벼워지기 위하여 깃털 하나까지도 버리며 준비를 서두른다. 새의 깃털은 저만치 바람에 날리며 햇살을 가르고 갈 길을 간다.

이때가 되면 영국의 계관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1770~1850, William Wordsworth)의 시, '초원의 빛'이 60년대의 감성을 자극한다.

'초원의 빛'은 영화 작품 제목으로 차용(借用)되기도 했다. 1961년 엘리아 카잔 감독, 워런 비티와 나타리우드 주연이다.

'초원의 빛' 줄거리는 젊은이들의 불안한 방황과 정신적 혼란 시기에 사랑의 시련을 겪는 이야기다. 여주인공이 상처를 입고 어떻게 견디어 내고 치유되는가 하는 과정이 집약된 고전 영화다.

'초원의 빛', 시가 영화의 엔딩 자막과 함께 올라가는 장면은 더는 매력적일 수 없다.

워즈워스가 받은 계관 시인은 영국 왕실 작위의 하나다. 계관 시인이 되면 일정한 연봉을 받으며 왕실의 경조사에 시를 짓는다. 지금은 그러한 의무를 지지 않는다. 영국에서 최초의 계관 시인 칭호는 제임스 1세 당시 1616년 B.존슨이 받았지만, 정식으로는 1670년 J.드라이든이 임명돼 연봉 300파운드와 카나리아제도 산 포도주 1통을 받았다고 한다.

C 시인은 '초원의 빛'의 워즈워스 생가를 잊지 못한다. 동행한 일행들은 워즈워스의 무덤을 보겠다고 했다.

결국, 동행하는 이 없이 C 시인 혼자만이 생가로 갔다. 평소의 생각이 그렇듯이 사람이 사는 곳이 중요하다. 이미 죽은 시인의 무덤을 보아서 무엇을 얻겠는가. 그에게 소주와 과일바구니를 바칠 일도 없다.

워즈워스 생가는 자그마한 마을이다. 우리로 치면 면 소재지와 같은 곳이다. 지금이야 관광객이 많아져서 가게도 생기고 숙박시설도 있다. 짐작하면 워즈워스의 생존 시에는 오늘의 가게와 유숙의 시설도 없었을 것이다.

워즈워스의 집은 마을의 맨 꼭대기에 있다.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워즈워스는 집 앞이 호수를 보며 '무지개'와 '초원의 빛'을 창작했을 거라는 상상이 간다.

워즈워스의 부엌은 매우 특이했다. 우리나라의 옛 부엌과 흡사했다. 다만 부엌의 가운데로 산 위에서 내려오는 물이 흘러 호수로 가고 있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부엌 온도를 위하여 물을 흐르게 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워즈워스의 집이 마을의 맨 꼭대기에 있는 의미도 짐작된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맞닿은, 영국 지도로 봤을 때 서쪽 중간 팬 곳 '더 레이크(The Lake)'라는 지역이 있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더 레이크', '레이크디스트릭트'라는 팻말이 자주 보인다.

동서 50Km, 남쪽 40Km의 넓이에 16개의 호수가 깊은 계곡과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어 1년 내내 관광객이 많은 곳이다. 이곳을 워즈워스는 동생 도로시와 얼스워터(UIIswater)를 걸으며 명작을 낳았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서러워 말고/ 그 남겨진 것들에 힘을 찾을지어다."

이 구절은 그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쓴 장시 송가(Ode)의 일부다. 영화 '초원의 빛'으로 유명해졌다.

워즈워스가 여행을 빼고는 평생을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살았다. 부모를 일찍 잃은 워즈워스는 큰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1787년 케임브리지대학 세인트존 칼리지를 졸업한다. 1791년 프랑스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프랑스인과 결혼을 한다. 당시 프랑스는 혁명의 열기로 타올랐다. 혁명의 분위기로 부인은 프랑스에 남기도 혼자서 고향에 온다. 모르긴 해도 환경적인 요인들이 워즈워스의 시적 영감을 더 크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을 방문하게 되면 셰익스피어의 생가도 좋지만 워즈워스의 생가를 꼭 방문하기를 권한다. 혹 이곳을 방문하고 귀국하면 여러분은 시인이나 미술가로 변모해 가는 감정선을 갖게 될 것이다.

가을도 시인의 옷을 입고, 철학자의 신발을 신고 푸르름과 작별을 나누는 시간.



- 최창일(시인·이미지문화학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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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조 시인, 제6회 통일문학상 수상… <문학과 통일> 제11호 출판기념식 및 제6회 통일문학상·신인문학상 시상식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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