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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하늘에서 가까운 낙산의 성곽 길을 걸어보자"

"예술은 삶을 위로할 수는 있지만 대체할 수는 없는 법…아직도 소규모 봉제공장들이 맥을 이어가"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창을 열자. 창을 열고 햇빛이 쏟아지는 봄의 은총을 마시자. 모멸의 추위는 갔다. 성가신 시간들이 멀어져 간다.

따뜻한 오후, 성곽 길의 흙냄새가 정겹다. 사실 흙냄새라기보다 세월의 냄새라고 해야 할 것이다. 600년 전에도 미세한 실바람이 담벼락을 긁었고, 허공의 구름을 징검다리 삼아 유영의 새들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놀고 있다.

걷다가 멈춰서 그 성곽 길에 등을 기대면 벽 안으로 스며들었던 역사의 기억들이 들리는 듯. 홀로 걷는 내게 끊임없이 새로운 풍경으로 인사하듯 역사의 음성이 들린다. 성곽을 쌓던 토목기사들의 이름이 새겨진 성곽 돌의 홈을 만지고 들여다본다.

한참을 걷다보니 낙산공원의 팻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낙타의 등 모양으로 다닥다닥 모여 살았던 곳. 봄날 꿈을 보자기에 쌓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왔던 소녀들의 미싱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곳은 지금도 가난한 미싱사들이 맥을 이어가며 살고 있다.

10여명 중년의 남녀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다. 40을 넘긴 해설사가 낙산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슬그머니 그들의 대열에 끼어 낙산의 역사를 듣는다.

2006년 '낙산 공공 미술 프로젝트' 작업 덕분에 지금은 마을 전체가 미술관이다. 간혹 조각을 하는 장인의 피를 이은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장도 있다.

예술은 삶을 위로할 수는 있지만 대체할 수는 없는 법. 아직도 이곳은 소규모 봉제공장들이 맥을 이어간다. 간신히 버티는 탁자위에 오래된 가스버너 뒤로 커피 500원 모과차 1000원이라는 글씨가 차라리 추사체보다 더 힘이 있어 보인다.

닭 모양의 조형물이 나오고 빛이 바랜 조각들이 계단을 오르는 곳마다 눈길을 잡아끈다. 배우이자 뮤지션인 이승기가 사진을 찍었다는 천사의 날개가 반쯤은 퇴색이 되어 있다. 날개 앞에서 사람들은 사진을 남긴다. 눈 위에 집들이 있고 눈 아래 집들이 가득 차 있다.

젊은이들이 내려다보며 나누는 말엔 허무의 한숨이 들어 있다. "저 많은 집들 사이에 내 집은 아직 없다"는 말이 왠지 서걱거리는 갈대의 바람소리가 들린다. "형, 형이 잘되면 저런 낙타 등의 집이 아니고 성북동의 높은 아파트에 살겠지", "형이 잘되면 나도 아파트에 살지 않겠어?"

두 사람의 관계는 궁금하지 않다. 다만 한국의 주택정책이 저들에게 좋은 주거를 만들 수 있을지 가 궁금해진다.

성곽의 안내판에는 성곽을 오르지 말라는 안내다. 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여름이면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리고 성곽에 올라 사진을 찍는다. CCTV는 그들을 감지하고 성곽에서 내려오라는 경고를 한다고 한다. 여름에 서울에서 별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 한다.

오래된 앨범을 보는 듯하다. 낙산의 정상에서 가로질러 대학로로 내려간다. 골목에 마주친 빛이 바랜 그림들을 보며 이화 주민센터를 지나면 '이화장'이 나온다. 이화장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미국에서 귀국 후 8개월 정도 살았던 곳이다. 대한민국 초대 내각이 구성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안내판은 반드시 예약을 해야 내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낙산을 걷다보니 고재종 시인의 '파안'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얼굴을 부드럽게 하여 활짝 웃는 것이 파안이 아니던가.

주막에 나가서/ 단돈 오천 원 내놓으니/소주 세병에/ 두부찌개 한 냄비/ 쭈그렁 노인들 다섯이/ 그것 나눠 자시고/ 모두들 볼그족족한 얼굴로/ 허허허/ 허허허/ 큰 대접받았네 그려! 성곽의 유려한 선을 걸었으니 나도 파안의 얼굴로 막걸리 한 사발을 한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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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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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개혁행동마당' 등, "직접민주제 초특급도입 등 개헌공약후보 나와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광복 80주년을 3개월 앞둔 지난 15일(목)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개헌개혁행동마당' 주최 및 9개 시민단체 연대협력 아래 '국민연대' 등 36개 시민단체가 '제7공화국 수립 관련 공개질의와 직접민주제 도입 등 개헌일정 공약촉구 기자회견'을 주관하고 21대 대통령 후보 7인 전원에게 "차기정부 최고중요 정치과제와 제7공화국 수립방안을 각각 밝혀라"며 "직접민주제 도입 등 국민주권보장 부분개헌과 주권재민 연성헌법 전환일정을 공약하라"고 요구했다. 이근철 '국민연대' 상임대표 등 참여단체 대표들은 기자회견문을 순차적으로 낭독하면서 "지난 5월 9일 민주당을 비롯한 5개 정당이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약칭 광장대선연대 또는 광장연대)와 함께 이재명을 광장후보로 지지하면서 "대선 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통해 국민참여형 개헌을 임기 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왜 10대 공약에 포함하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 그밖에도 이들 대표는 “거대양당을 비롯한 원내정당은 우리의 애국애민 정신을 철저하게 외면하여 조기대선과 부분개헌 동시실시는 현실적으로 물거품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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