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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의 주인은 이병연 시인

"겸재 정선은 친구 이병연 시인의 덕으로 금강산의 진경산수를 후세에 남길 수 있어"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270년 전. 1751년 영조(英祖.1694~1776)가 조선을 다스리던 시절이다. 사천(槎川) 이병연(李秉淵.1671~1751) 시인의 병문안 마치고 나오는 겸재(兼齎) 정선(鄭敾.1676~1759)의 마음에 찬바람이 분다. 친구의 병색이 걱정이다. 옥인동에서 바라본 인왕산이 시커멓게 보인다. 친구 이병언의 병환이 겸재의 마음을 짓누른 것일까. 평소 인왕산은 하얀 모시적삼을 벗은 듯 깨끗했다. 마음눈에 따라 세상의 모습이 다른 채색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겸재 정선과 이병연은 10대 부터 대문장가 삼연(三淵) 김창흡(1653~1722)문하에서 동문수학했다. 스승 김창흡은 학문의 깊이가 컸다. 김창흡은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을 시로 노래하는 서정시의 1세다.

이병연 시인은 김창흡 문하에서 시학의 세계를 깨였다. 똑딱, 시간은 흘러 정계에 입문한다. 강원도 금화의 현감으로 부임한 이병연은 금강산 절경에 첫 번째로 친구 겸재를 떠 올린다. 서두르지 않고 서울 옥인동에 살고 있는 겸재 정선에게 금강산 여행 초대장을 보낸다.

친한 친구를 부를 때 오른팔, 왼팔의 비유를 사용한다. 겸재와 일언의 사이를 '왼편에 이병연, 오른편에 정선'(좌사천우겸재)이라 불렸다. 당시 그들의 학문과 예술의 경지는 조선과 청나라까지 자자했을 정도다. 겸재의 나이 35세에 첫 금강산(1711년) 사생에 나섰다.

이후에도 이병연의 수시 초대로 금강산 여행은 여러 차례 나섰다. 친구의 덕에 금강산 절경, 칼 봉우리를 그린 30여 폭의 그림을 친구 이 병연 시인에게 선물했다. 이병연 시인은 그림에 스승 심연과 자신의 제시를 붙여 화첩을 만들었다. 유명한 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이다. 현대 시인들이 만드는 시화집(詩畫集)의 첫걸음이 아닐까.

겸재 정선은 조선 최고의 진경산수화가다. 청나라에는 이미 겸재 그림의 마니아층이 형성 되어 있었다. 겸재의 엽서 크기 그림하나를 가지고 청나라에 가면 여행 경비가 빠졌다. 남은 돈으로 비단을 사올 수 있을 만큼 겸재의 그림은 높은 가격이었다.

누가 시간의 흐름은 공평하다 했던가. 이병연의 나이 80세, 정선의 나이 83세까지 장수하며 형제처럼 지냈다. 금강산 여행은 지난날의 추억이 되었다. 이병연은 일생동안 10,300여 수에 달하는 시를 썼다. 전해지는 시는 500여 수다. '사천시초' 2책이 시를 쓰는 후학에게 교본이 된다.

18세기 시인 이병연은 매화를 소재로 55수의 시를 창작했다. 이 시인은 도연명(陶淵明.중국대표시인.365~427)을 맨토로 여겼다. 그의 대부분의 시는 산수, 영물 시로 서정이 두드러진다. 지하철 동묘에는 관우(중국최고의 무신)장수를 기리는 사당 동묘(東廟)가 있다. 이병연 시인이 동묘를 산책하다 만든 동묘 주제 시가 인간적이다.

'해 지는 동대문 모퉁이/ 가을 바람 부는 장사의 사당./ 위태로운 때 필마로 지나며/ 서글픈 한줄기 긴 휘파람.' (이병연 시인의 동묘 시 전문이다). 장사(壯士)는 골격이 굳센 사람, 관운장을 말한다. 300여년 발효된 시어다. 현대의 시를 감상 하는 것처럼 팽팽하다. 시인의 쓸쓸한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겸재 정선은 친구 이병연 시인의 덕으로 금강산의 진경산수를 후세에 남길 수 있었다. "인생은 누구를 만나서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에 따라서 운명을 가른다는 말이 있다.

겸재가 이병연 시인의 병문안을 마치고 친구를 위하여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국보216호. 종이에 수묵)를 그렸다. 그가 살고 있는 기와집도 그려 넣었다. 이병연이 병환에서 일어나면 인왕제색도를 주려는 것. 이병연은 친구 겸재의 마음을 받지 못하고 말았다. 그림이 완성 된 후 4일 후인 윤 5월29일 세상을 떠난다. 비가오지 않는 인왕산은 화강암으로 흰색에 가깝다. 겸재가 그린 인왕제색도는 검다. 비가온 뒤의 인왕산인지, 이병연이 병상에 누워있는 겸재의 마음인지 상상할 수밖에.

그림은 겸재가 보관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겸재가 세상을 떠나자 손자는 당시 권력자 심환지(1730~1802)에게 그림을 넘겼다. 그림은 서울과 개성을 넘나들다가 서예가 손재형에게 간 것을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사들였다. 작품은 국가에 헌납되었다. 가격은 1000억 원대로 국내 회화 중 최고가다.

이병연 시인을 위해 그린 '인왕제색도' 걸작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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