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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우상혁의 그해 여름, 박완서 선생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2021년의 여름, 올림픽에서 우리 5천만 국민이 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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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와아, 상혁아 잘했어!"라고 외쳤다. "실패하더라도 상혁아 괜찮아!"라고 외쳤다. 그건 우리가 상혁에게 먼저 해주어야 할 말이다. 그러나 그는 기다리지 않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칭찬과 위로의 말을 건넸다.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의 활짝 웃는 모습은 올림픽이 끝났지만 무궁화 꽃처럼 피어 있다. 웃는 치아가 맑은 우상혁은 매달을 받는 선수보다 더 명랑하다. 4위의 우상혁은 한참을 높이뛰기 아래의 땅을 치며 환호했다. 마치 금메달을 딴 선수와 같다.

그를 보던 나는 1977년의 박완서 소설가의 수필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가 떠올랐다. 박완서 선생은 버스를 타고가다 고려대학에서 신설동으로 달리는 차안에서 국제 마라의 행렬을 만났다. 안내양의 만류를 뒤로 하고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내렸다. 선두에 달리는 선수를 보려는 것이다.

경찰은 호루라기를 불며 교통을 통제 중이다. 박완서 작가는 선두를 기다렸지만 선두는 이미 지나고 없었다. 작가는 승자의 자랑스러운 얼굴을 보고 싶었다. 비참한 꼴찌의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는 순간 푸른 반바지 차람의 마라토너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짐작컨대 꼴찌로 보였다. 너무나 불쌍해 보였다.

박완서 작가는 자신도 모르게 용감하게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주변의 다른 사람도 선생의 박수에 합세하여 손뼉을 쳤다. 박 작가는 마라톤은 매력이 없는 스포츠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꼴찌는 끝까지 가서 골인을 하게 되고 스스로 좋아 한다. 고통과 고독을 이겨낸 의지력이 스스로에게 위로와 박수를 내보낸다. 박완서 소설가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는 몇 년 전 프로선수에게 보낸 환호만큼이나 멋진 박수였고 더 깊은 감동이었다.

작가는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희열이 세포에 도달함을 느꼈다. 꼴찌에게 보낸 갈채는 꼴찌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박완서 소설가가 작가적 낭만이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녀를 가진 엄마의 모정이라는 생각도 아니다. 마라톤 선수의 숭고한 표정이 그를 손뼉 치게 했을 거다.

나는 박완서 소설가의 꼴찌에게 보내는 수필이 늘 잊혀 지지 않았다. 2021년 우상혁을 보면서 박완서 소설가의 수필이 강렬하게 떠올랐다. 1977년, 당시의 국민적 분위기는 메달, 그것도 금메달이 메달의 의미로 생각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경기를 보는 우리들의 마음은 예전과 달랐다. 선수들도 국민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메달만이 선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메달을 따지 못해 눈물을 보이는 것은 스포츠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보이는 결과주의 산물이었다. 최선을 다했고 즐겼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영국 권투선수 휘태커는 은메달을 받고 상심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은메달을 목에 걸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그는 기념 촬영이 이어지자 마지못해 메달을 꺼내 들었다. 지켜보던 코치가 "즐겨, 이 순간은 돌아오지 않아"라고 소리치기도 했으나 휘태커의 속상한 마음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휘태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메달을 딴 게 아니라 금메달을 놓친 것"이라며 "스스로 실망스러워 했다. 실패했다"고 느꼈다고 자백했다.

시상식에서 보여준 휘태커의 태도에 비판의 소리도 있었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가 더 이상 아니었다. 하지만 높이뛰기 우상혁, 탁구의 신유빈 선수는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여유로운 미소로 만족해했다. 그 모습을 본 우리국민들도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처럼 환영해 주었다.

올림픽 기간 내내 우상혁 선수를 비롯해 자신의 코트에서 진심이던 여러 선수들의 이름과 얼굴이 떠오른다. 어느 올림픽보다도 우리의 젊은 선수들은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 젊은이 덕분에 대한민국이 조금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있음을 알았다. 3년 뒤, 스스로에게 다음세대에게 또 어느 만큼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설렌다.

2021년의 여름은 한국의 젊은이의 더 나은 여름으로 기억 된다. 높이뛰기 우상혁은 비록 4위에 머물었지만 파안의 미소가 메달보다 아름다웠다. 탁구의 신유빈은 삐악 이라는 별명으로 메달보다 더 갚진 미소다. 양궁의 열일곱 김제덕의 '코리아 파이팅'은 양궁 응원의 신선한 기록이다. 2021년의 여름, 올림픽에서 우리 5천만 국민이 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상혁 선수로, 대한민국 국민은 국가를 넘어 가장 높은 곳으로 가는 우월의 국민임을 알았다. 한국은 지금 기쁨이 넘친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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