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2 (금)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박인숙의 시국 단상] "누가 그들을 묻었는가"

5·18을 향한 침묵과 왜곡, 그 어두운 공모에 대하여

(광주=미래일보) 박인숙 작가 = 민주주의의 이정표인 광주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5월의 흰 꽃잎이 바람을 타고 허공에 흩날리고, 젖은 도로 위에는 숨결처럼 흩어진 잎들이 뒹굴었다. 이 계절이 오면, 우리는 광주를 떠올린다. 그리고 우리는 묻는다.

침묵하는 자들, 그들은 누구인가.
비겁자들이다.
양심을 져버린 무리들이다.
그들을 땅속 깊이 묻은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진실을 왜곡하는 자들이다.

그러나 민주투사들은 여전히 깨어 있다.

민주주의라는 불씨를 가슴에 품고 쓰러져 간 이들의 눈물은 비가 되어 땅을 적신다. 계엄군의 총칼 앞에서도 타협을 거부하고 싸웠던 이들. 그들의 생명을 빼앗고 그 진실을 깊이 묻어버린 자들은 누구인가. 우리는 여전히, 그들의 진정한 이름을 듣지 못했다.

1980년 5월, 광주.
정치적 탄압과 경제적 소외를 겪던 도시에서, 11공수여단의 유혈 진압은 비극의 서막이 되었다. 계엄군은 상가와 학원에 난입해 시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젊은이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대검으로 찔렀다. 마침내 시민들은 참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향한 거리 투쟁에 나섰다. 그들은 죽음을 각오했다.

광주는 전쟁터였다.
거리엔 부상자가 속출했고, 헌혈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도청 옥상에는 검은 리본과 반기가 걸렸다. 성직자와 시민 수습위원들은 계엄군을 온몸으로 막아섰다. 그러나 계엄군은 진실을 가리기 위해 광주로 향하는 모든 통신을 차단했고, 헬기로 유인물을 살포하며 상황을 왜곡했다.

도청 앞에서 계엄군의 총탄에 아버지를 잃고 영정 사진을 들고 서 있는 다섯 살 아이. 그 눈물에 외신은 충격을 받았지만, 우리 일부 국민들은 광주를 '무장 폭도'로 매도했다. 철문으로 봉쇄된 채 고립된 도시, 외부와 단절된 그곳에서 피 흘린 이들의 이야기는 왜곡되거나 묻혔다.

왜곡의 주체는 누구인가. 진실을 누가, 왜 감췄는가.
우리는 아직도 듣지 못했다.

5·18은 불의와 독재에 맞선 위대한 혁명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겐 그것이 위협이었다. 민주화의 외침 앞에 침묵했던 이들, 자유를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 독재에 대한 향수에 젖은 이들. 미성숙한 자아가 따르는 명령과 위계는 곧 폭력에 대한 동경이다. 그들이 독재를 부른다.

과거에 대한 애착인가, 기득권 유지에 대한 욕망인가. 민주화에 대한 두려움은 진실 앞에서의 자기보호일 뿐이다.

5·18 국립묘지에 잠든 투사들의 함성은 지금도 비석에 새겨져 우리에게 묻는다. "너희는 지금 어떤 자유를 살고 있는가."

민주와 자유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오늘의 책임이며, 내일의 질서다. 우리가 1980년 광주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고양이는 은혜를 갚는 동물이라 한다. 자신을 돌보는 이에게 가장 귀한 것을 가져다준다. 생명을 존중하는 윤리적 상징이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주의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민주화의 희생자들을 이념의 적으로 낙인찍는 이들을 본다. 그들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선물을 받고 등을 돌린 자들이다.

윤리마저 등진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 어쩌면 그것 또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식일지 모른다. 그들이 꺾은 오월의 꽃은 결코 지지 않는다.

어릴 적 주입된 반공 이데올로기를 신념처럼 믿고 사는 자들에게는 자유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그 무지와 뻔뻔함 속에서도 흔들릴 수 있다. 민주주의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책임으로 지켜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민주주의는, 인간을 향한 사랑을 품은 체제이다.
그렇기에 따뜻한 품을 지닌 여성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전선에서 주체가 되어야 한다. 독재는 가부장제와 닮아 있다. 여성들이 독재에 맞설 때, 이 나라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광주 민주화운동에서 여성은 결코 뒤편에 서지 않았다. 자유를 외치며, 깃발을 들고 가장 앞에 섰다.

여성들이여, 독재자의 말에 길을 잃지 말라.
5·18의 민주 여성 투사들은 결코 잠들지 않는다.

박인숙 작가는 2010년 종합문예지 격월간 <서라벌문예> 시부문 신인 작품상으로 처음 등단했다. 저서로는 2014년 시집 <나, 어머니로 태어나 아버지로 살았네>를 출간했다.

현재 (사)한국문인협회,(사)국제PEN한국본부,(사)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계관시인연합 한국본부(UPLI-KC)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울림>과 <문학의 뜨락> 등 동인지에 작품을 기고하고 있다. 세종여성플라자 새봄기자단과 뉴스피치 시민기자로도 활동 중이다.

i24@daum.net
배너
강서일 시인, 다섯 번째 시집 <우주의 벌레 구멍> 출간…우주의 심연에서 마음의 언어를 길어 올리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 현대시단에서 묵직한 울림과 날카로운 사유로 독자들에게 다가온 강서일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우주의 벌레 구멍>(한국문연 刊)을 출간했다. 전작 <고양이 액체설>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시집은, '마음의 언어'라는 본질적 화두를 우주적 상상력과 철학적 사유로 풀어내며, 인간 내면의 마음을 물과 구름, 파도 같은 이미지로 풀어내며 우주적 차원의 상상력으로 확장한 시편들로 독자들을 ‘내면의 벌레 구멍’으로 초대하고 있다. 강서일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시간과 공간, 공기까지 시 속에 묻어 두었다"라며 "살펴보니, 시편마다 그때의 시간과 공간, 함께 머물렀던 공기까지 그대로 묻어 있다. 지금의 생각이나 감각과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그때 그 순간의 느낌을 존중하기로 한다"고 고백한다. 이는 곧 지나간 시간을 붙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순간의 감응이 여전히 현재 속에서 살아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로 그의 시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순간의 감각을 영원의 언어로 보존하려는 작업임을 드러낸다. 시집은 총 4부로, 일상과 우주의 경계를 넘나 드는 60여 편의 시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l
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광복회, '8월 이달의 독립운동 정미의병 기념식' 개최…"경술국치, 쓰라린 역사를 기억하고 의병정신 전통으로 이어 가자" (서울=미래일보) 이연종 기자= 광복회(회장 이종찬)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과 이중근 대한노인회 겸 부영그룹 회장, 김관진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유족과 독립운동 유관단체 및 광복회원 250여명이 모인 가운데, '광복80주년 8월, 이달의 독립운동 정미의병' 기념식을 개최했다. 국가보훈부와 서울특별시, 행복도시락이 후원한 이날 기념식은 국민의례와 영상시청, 이종찬 광복회장 기념사를 비롯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축사, 이중근 대한노인회장 겸 부영그룹 회장 축사에 이어, 국가부훈부 장관의 민긍호의병장기념사업회와 운강이강년의병대장기념사업회에 대한 기념패 수여, 광복회장의 춘천의병마을에 대한 감사패 수여식, 김상기 충남대학교 명예교수의 ‘자유와 정의를 위한 백성의 투쟁, 정미의병’ 주제 강연 순으로 진행됐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오늘은 경술국치의 날로 1910년 8월 29일 우리가 주권을 빼앗겼다"며 "이런 쓰라린 역사를 우리가 다 기억하고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의병정신에 대해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대한제국의 군대가 강제해산 당하던 날, 정미 의병이 일어났고, 그 의병들이 독립군이 되

정치

더보기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