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8 (화)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시의 향기] 신화의 이불, 열락의 우주…임솔내 시인의 '십장생 금침(金枕)'

"몸 위에 내려앉은 신화, 감각으로 수놓은 우주"
"전통 문양을 넘어선 신화적 감각의 부활"
"잠과 탄생 사이, 금침 위의 시적 유희"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전통 문양 속에 잠든 신화를 깨우고, 여성의 몸과 우주의 경계를 허물며 생명과 환희의 장면을 직조한 시.

임솔내 시인의 '십장생 금침'은 관능과 신비, 탄생과 환생이 교차하는 매혹의 시적 공간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덮는 이불 한 채 속에서도 우주의 시원이 열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편집자 주]

십장생 금침(衾枕)

- 임솔내 시인

십장생 수 이불을 한 채 들여온
그때부터 일 것이다
밤마다 내 배 위에 하늘이 내려오는 일
그 지체 높은 십장생이, 실밥으로 박혀 있던 열 개의 몸짓이
황금 폭포처럼 내 안으로 들기 시작했다
열락이다

기골찬 대 숲 바람소리 들린다
목이 긴 흰 새와 찔레순 닮은 관을 달고
오방색 구름톱 넘나드는 무구한 것들 온데간 데 없이
달이 부풀어 오르는
밤마다 내 배 위엔 새로운 땅이 솟는다
또 열락이다

밤새 대숲 바람소리 세차다
아슴한 그곳 봉과 황의 몸이 닿는 순간
구름보다 더 높은 곳으로 내가 치솟는다
빈 곡신에 시퍼런 썰물이 들이치면
백 년 적송이 온몸으로 운다
열 개의 몸짓이 황금폭포로 내안에 쏟아지는 일
밤마다 내게로 하늘 내려오는 일
신비한 우주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절로 십장생이 되는 일

두 눈 질끈 감은채
밤마다 열리는 마법의, 그 영화로움에 빠져
나는 끊임없이 수 만 번씩 바람 이는 대숲에 들고
나는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고 또 다시 태어난다

십장생 수 이불을 한 채 들여온
그때부터 일 것이다
나의 이 천 개의 열락은

■ 감상과 해석 / 장건섭 시인(본지 편집국장)

임솔내 시인의 '십장생 금침(衾枕)'은 전통적 상징인 '십장생'을 모티프로 삼아, 잠과 꿈, 생명과 쾌락, 그리고 우주적 탄생의 신비를 엮어낸 관능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작품이다.

이 시는 단순한 '이불'에서 시작해, 그 이불에 수놓인 '십장생'이 신화적 존재로 생동하며 시인의 몸과 감각 속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1. 십장생의 재해석 – 고정된 상징에서 살아 있는 생명으로

'십장생'은 전통적으로 장수를 상징하는 열 가지 존재다. 보통은 박물관 유물이나 전통 수공예품 속에서 정물처럼 박제되어 있지만, 시인은 이 상징을 "실밥으로 박혀 있던 열 개의 몸짓"이라 표현하며 생동감 넘치는 존재로 되살린다.

이 '몸짓'들은 "황금폭포처럼 내 안으로" 밀려드는 감각적 체험으로 확장되며, 단순한 문양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신화로 변모한다. 시인의 내면으로 유입되는 이 열 개의 형상은 삶의 에너지이자 쾌락의 물결로 파도친다.

2. 이불과 신비의 공간 – 밤마다 펼쳐지는 우주적 탄생

시의 중심 무대는 시인의 '배 위' — 잠든 자의 복부이다. 이곳은 출산과 탄생의 이미지가 교차하는 신비로운 장소로, "하늘이 내려오고", "새로운 땅이 솟"는 우주의 시원이 된다.

시인은 밤마다 이불 속에서 "절로 십장생이 되는 일"을 경험하며, 이는 곧 환생의 의례이자 우주와 교감하는 정신적 전이이다.

시 속의 '열락(悅樂)'은 단순한 육체적 쾌락이 아니라, 존재의 심연에서 솟구치는 감각의 총체로 읽힌다. 이는 신화와 감각, 영혼과 육체가 하나로 섞이는 초월의 순간이다.

3. 문체와 감각 – 몽환적이면서도 육체적인 시적 체험

시의 문체는 유려하면서도 압도적인 감각을 동반한다. "또 열락이다", "밤마다 내 배 위엔 새로운 땅이 솟는다", "두 눈 질끈 감은 채 / 밤마다 열리는 마법의, 그 영화로움에 빠져" 등의 반복 구절을 통해 시인은 독자를 의식의 심연으로 이끈다.

감각적인 언어 — "기골찬 대숲 바람소리", "찔레순 닮은 관", "오방색 구름톱", "시퍼런 썰물" 등은 시각·청각·촉각이 겹쳐지는 복합적 체험을 일으킨다. 독자는 시 속의 내러티브에 단순히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으로 들고 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4. 여성적 신체성과 신화적 탄생의 결합

이 시에서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강렬한 여성적 이미지와 생명 탄생의 몸짓이다. "내 배 위에 하늘이 내려오는 일"은 감각적 은유를 넘어서, 여성의 몸이 우주와 교차하는 신성한 통로로 기능함을 시사한다.

마지막 행 "나의 이 천 개의 열락은"은 육체와 감정, 정신이 하나 되어 우주의 일부로 융화되는 황홀경을 표현하며 시의 전체 주제를 응축해낸다. 열락의 반복은 존재의 심화이며, 시인이 이불 속에서 체험한 것은 하나의 꿈이나 환상이 아닌 '우주적 실감'이다.

맺음말

임솔내 시인의 '십장생 금침'은 전통 문양을 단순한 장식적 소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신화로 되살려낸다. 시인은 이 전통적 도상을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감각과 교차시켜, 존재론적 체험의 시학으로 확장시킨다.

이 시는 우리가 무심코 덮는 이불 한 채에도 수천 년의 이야기와 신비가 깃들어 있음을, 그리고 그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의 몸을 통해 되살아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아름답고도 강렬한 작품이다.


■ 임솔내 시인

임솔내 시인은 1999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시와 낭송, 음악, 무대예술을 융합하는 독창적인 예술 활동을 통해 한국 현대시의 경계를 확장해온 대표적인 융합 시인이다.

<나뭇잎의 QR코드>, <아마존 그 환승역>, <홍녀> 등 총 여섯 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그녀의 시는 관념과 육체, 신화와 일상, 정서와 이미지가 공존하는 생동의 언어로 주목받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최 국가행사 및 문화재청 공식 무대에서 자작시 낭송과 기획 연출을 도맡으며, 시의 공공성과 예술성을 조화롭게 펼쳐왔다.

2011년에는 차마고도 종주를 통해 얻은 시적 영감을 바탕으로 음악과 결합한 '차마고도 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영랑문학상, 시인들이 뽑은 시인상, 서정시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문학과 예술, 삶을 가로지르는 통합적 실천으로 한국 시단에 뚜렷한 궤적을 새기고 있다.

i24@daum.net
배너
"평택의 역사인물 다시 본다"…장승재 암행어사박문수선생기념사업회장, <평택정치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 출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장승재 암행어사박문수선생기념사업회장(대진대 특임교수)이 평택의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인물을 새롭게 조명한 저서 <평택정치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를 10월 25일 도서출판 밥북을 통해 출간했다. 이번 책은 평택 지역 역사인물의 재발견과 지역 문화관광의 활성화를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장 회장이 수년간 축적한 자료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집필됐다. 650년 세거 평택인, 고향 뿌리에서 인물사를 탐구하다 장승재 회장의 가문은 조선 태조 때부터 약 650년간 평택에 세거해온 명문가로, 그는 평택 출신 대표 인물인 암행어사 박문수 선생의 선양사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2020년에는 '암행어사박문수문화관'을, 2024년에는 '암행어사박문수선생기념사업회'를 설립하여 박문수 선생의 위민정신(爲民精神)을 계승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책 출간 또한 "고향 평택의 인물사를 되살려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역사와 관광이 공존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이라는 게 장 회장의 설명이다. 인물사·군사사·문화사로 본 평택의 정체성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평택의 입향조와 정치 인물사'에서는 ▲평택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재)송호·지학장학재단, '제39회 송호장학금' 및 '제16회 지학장학금(연구비)' 수여식 개최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국내 굴지의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가 위치한 경기도 화성시 송호지학장학회관 지학홀에서 오는 10월 28일(화) 오후 2시, '제39회 송호장학금'과 '제16회 지학장학금(연구비)' 수여식이 열린다. 이번 수여식은 재단법인 송호·지학장학재단(이사장 정희준)이 주최하는 연례 장학행사로, 올해는 총 35명에게 1억 1천8백만 원의 장학금 및 연구비가 전달된다. 화성에서 피어난 39년의 교육 나무 '송호·지학장학재단'은 고(故) 정영덕 선생이 1985년 고향 화성 지역의 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한 '송호장학회'를 모태로 한다. '송호(松湖)'는 선친의 아호로, 선친의 뜻을 이은 장남 정희준 이사장이 2009년 재단법인으로 확대 개편하여 현재의 송호·지학장학재단으로 이어오고 있다. 1987년부터 시작된 '송호장학금'은 화성 시내 고교 재학생 중 학업 성적이 우수하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발해 지원해 왔으며, 올해 역시 화성 남양고등학교 재학생 10명에게 총 1천만 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한편 2010년부터 시행된 '지학장학금'은 이공계 대학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 장학 제도로, 실질적 연구성과를

정치

더보기
고영인 경기도 경제부지사, "여성기업은 경제 핵심 주체. 경기도가 버팀목 될 것" (수원=미래일보) 이연종 기자 = 고영인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24일 전국 여성 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여성기업이 축적된 역량과 성과를 바탕으로 경기도 경제의 핵심 주체로 확실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밝혔다. 고영인 경제부지사는 이날 시흥시에서 열린 '2025년 전국 여성 CEO 경영연수'에서 환영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고 부지사는 "경기도는 전국에서 여성 중소기업의 수와 매출액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며 "이미 85만 개가 넘는 여성기업이 172조 원의 매출과 141만 명의 고용을 책임지며 명실상부한 경기도 경제의 핵심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 경제부지사는 이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해, 여성기업이 창업 초기부터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더 넓은 무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도는 2025년 여성기업 지원 정책을 통해 창업초기 여성기업 30개사를 비롯, 도내 여성기업 56개사에 마케팅 사업화 지원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별 평균 매출액 7억 원, 수출액 15만 달러가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으며, 경기북부와 남부에서 여성경제인대회를 열어 600여 개 기업이 참여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