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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이슈 작가 문학작품 選] 베트남 시인 보 티 누 마이(Võ Thị Như Mai)의 詩 '초봄의 사랑 노래(Khúc tình đầu xuân)'

존재와 소멸이 동시에 깃든, 동양적 순환의 미학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설(뗏, Tết)을 지나 막 봄기운이 번지는 베트남에서, 한 편의 사랑 노래가 도착했다. 북풍이 물러난 자리에 햇빛이 번지고, 들국화 향이 머리칼에 내려앉는 시간. 베트남 시인 보 티 누 마이(Võ Thị Như Mai)의 '초봄의 사랑 노래(Khúc tình đầu xuân')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봄의 심장 박동을 전한다.

베트남에서 봄은 단순한 계절의 전환이 아니다. 가족이 모이고 조상이 기억되며, 묵은 시간을 털어내는 의식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 시는 그러한 문화적 바탕 위에서, 사랑을 '놓아 보냄'과 '다시 시작함'의 이미지로 섬세하게 직조한다.

초봄의 사랑 노래(Khúc tình đầu xuân)

- 보 티 누 마이(Võ Thị Như Mai)

들판을 스쳐 가는 바람아
그대 옷자락을 살짝 흔들고
들국화 향기 머리칼에 내려앉는다
태양은 무심히 비추고

작은 귀뚜라미 울음을 멈추고
자주빛 아스타는 짙어지고
황혼의 옷자락은 그리운 언덕에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여린 어깨는 한 계절의 아픔을 짊어진 채

풀신이 갈색 흙 속으로 잠기는 소리
맨발은 가늘게 떨리고
저녁의 입술은 붉게 타오른다
강 이쪽에서 잎 하나가 물살을 거슬러 돈다

그대 물결 위에 손을 얹을 때
나는 막 꿈을 말려 두었을 뿐
봄이 막 도착했기 때문이다

나는 펼친 손으로 지난 날을 놓아 보낸다
들판이 잠들어도 슬퍼하지 말아요
나막신 소리 또박또박 울리다
어둠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고

외로운 달빛만이 고백처럼 남아
부드러운 풀 위 발자국을 비춘다
그리고 사랑 한 송이 밤에 피어나리
비록 대지의 몽롱함 속으로 스며들지라도

KHÚC TÌNH ĐẦU XUÂN

- Võ Thị Như Mai

Này cơn gió lướt qua đồng cỏ
Vạt áo em khẽ lay
Hương cúc dại đậu lên mái tóc
Mặt trời soi hững hờ

Con dế nhỏ ngừng kêu
Thạch thảo loang sẫm tím
Áo hoàng hôn buông mềm đồi nhớ
Đôi vai gầy gánh cả mùa đau

Nghe dép cỏ lún vào đất nâu
Bàn chân trần run rẩy
Cánh môi chiều bừng cháy
Bên này sông chiếc lá xoay ngược dòng

Em chạm tay vào mặt nước long đong
Anh vừa kịp hong khô giấc mơ
Bởi mùa xuân vừa đến

Bàn tay anh mở ra thả đi ngày cũ
Em đừng buồn khi cánh đồng ngủ quên
Từng nhịp đều tiếng guốc vang lên
Lịm dần trong bóng tối

Chỉ ánh trăng lẻ loi như lời thú tội
Soi vết chân cỏ mềm
Và đóa tình sẽ nở vào đêm
Dẫu phải nhòa vào cơn mê của đất

◆ 베트남 봄의 정서 - 향기, 침묵, 그리고 역류

이 시의 가장 큰 특징은 '감각의 번짐'이다. 바람은 옷자락을 흔들고, 들국화 향은 머리칼에 내려앉는다. 햇빛은 무심하고, 귀뚜라미는 울음을 멈춘다. 자연은 배경이 아니라 감정의 촉매다. 인물의 내면은 언제나 자연의 움직임과 함께 호흡한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잎 하나가 물살을 거슬러 돈다"는 이미지다. 봄은 보통 흐름에 몸을 맡기는 계절로 이해되지만, 이 시에서 봄은 오히려 '거슬러 오르는 힘'으로 제시된다. 사랑은 순응이 아니라 선택이며, 지나간 시간과 결별하는 용기다.

"나는 펼친 손으로 지난 날을 놓아 보낸다"는 구절은 이 작품의 정서를 응축한다. 봄은 소유의 계절이 아니라 해방의 계절이다. 잡으려는 손이 아니라, 놓아주는 손에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

마지막 연의 달빛은 베트남적 정서를 잘 드러낸다. 동남아시아의 달빛은 종종 고백과 고독, 그리고 숙명적 사랑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여기서 달빛은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 비춘다. 사랑은 밤에 피어나지만, 동시에 대지의 몽롱함 속으로 스며든다. 존재와 소멸이 동시에 깃든, 동양적 순환의 미학이다.


◆ 보 티 누 마미(Võ Thị Như Mai) 작가

보 티 누 마이(Võ Thị Như Mai) 작가는 베트남 현대시단에서 서정성과 여성적 감수성을 겸비한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자연 이미지와 감각적 언어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시 세계는 격렬함보다는 여운을, 선언보다는 스며듦을 택한다.

특히 봄과 사랑을 노래할 때 그는 과장된 열정보다는 절제된 숨결을 선택한다. 바람, 들꽃, 강물, 달빛 같은 전통적 자연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언어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베트남 서정시의 전통과 동시대적 감각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보 티 누 마이(Võ Thị Như Mai) 작가는 1976년 베트남 중부 고원 도시 달랏(Đà Lạt, Lâm Đồng)에서 태어났다. 안개와 꽃의 도시로 불리는 달랏의 자연 풍경은 그의 시 세계에 잔잔한 서정성과 색채 감각을 남겼다. 어린 시절 호주로 이주한 그는 다문화 환경 속에서 성장하며 언어와 정체성, 고향에 대한 기억을 문학적 자산으로 축적해 왔다.

교육학을 전공해 초등교육 분야 석사 학위를, 이어 문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호주 서호주주(Western Australia)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오랜 교육 현장 경험은 그의 시에 순수하고도 섬세한 감각, 인간 내면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더해 준다.

그는 베트남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창작과 번역 활동을 병행해 왔다.

산문집 (2010, Văn Nghệ 출판사), (2011, Văn Học 출판사), (2015, 베트남작가협회 출판사) 등을 출간했으며, 코로나19 시기에는 베트남 시인 Võ Quê의 영어판 번역을 맡아(2020, Thuận Hóa 출판사) 베트남 시를 세계 독자에게 소개했다.

또한 시인 Nguyễn Thanh Kim의 시집을 번역한 한·영(또는 영·베) 이중언어 시집 출간도 준비 중이며, 이는 루마니아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보 티누 마이(Võ Thị Như Mai) 작가의 작품 세계는 '경계 위의 서정'이라 할 수 있다. 고향과 이주, 모국어와 외국어, 기억과 현재가 교차하는 자리에서 그는 과장되지 않은 언어로 감정을 길어 올린다. 특히 자연 이미지-바람, 들꽃, 달빛, 강물-를 통해 인간의 상처와 회복을 은유하는 방식은 베트남 전통 서정시의 맥을 잇는 동시에 현대적 감각을 드러낸다.


국제 문학 교류의 장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문인들과 시적 교감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국경을 넘어 번역되며, 동아시아 봄의 정서를 공유하는 새로운 문학적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의 시에서 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떠남과 귀환 사이에서 다시 움트는 마음의 시간이다. 이러한 정서는 해외에 거주하면서도 모국어로 창작을 이어가는 그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문학적 교류 속에서, 그의 시는 동아시아 봄의 정서를 세계 문학의 지평 위에 조용히 확장하고 있다.

봄은 늘 소리 없이 도착한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지난 시간을 놓아 보내는 결심이 들어 있다.

이 시는 말한다. 봄은 물 위에 손을 얹듯 온다고. 그리고 사랑은, 그 떨림을 견디는 순간 피어난다고.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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