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규수 한국현대시인협회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백일장(대회장 김용재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에서 고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이정희 학생이 대회 최고상인 장원의 영예를 안았다.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이정희 학생은 '아버지'라는 제목으로 쓴 작품을 제출해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위원장 지은경 문학박사, 본회 부이사장·정근옥 문학박사, 본회 부이사장·김용옥 본회 부이사장·전민 본회 부이사장· 해남 박정희 본회 이사)로부터 탁월한 문장 구성력과 참신성이 돋보인다는 평가와 함께 최고 점수를 받았다.

이에 앞서 이정희 학생은 지난 5월 13일 충북 옥천에서 개최된 '지용제'의 '제17회 정지용 청소년 백일장'에서도 차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8월 '2017 만해축전 제19회 전국 고교생 백일장'에서 장려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원 외 수상자로는 ▲차상 서지웅(이우고 2), 김덕은(안양예고 3) ▲차하 이채인(안양예고 3), 정다정(고양예고 2), 유혜선(고양예고 3) ▲참방 안재욱(강동고 1), 정유나(고양예고 3), 남유빈(인천 신현고 2), 최민우(강동고 1), 정명민(안양예고 3), 이정인(양주고 2), 이강(고양예고 2), 김세은(고양예고 2), 전유림(인천 신현고 2), 조남혁(고양예고 1) 등이 선정됐다.
이들 수상자에겐 소정의 상금(장원 1명 30만원, 차상 2명 각 20만원, 차하 3명 각 10만원, 참방 10명 각 5만원)과 상장이 수여되며, 상위 입상자에게는 대학별로 수능 및 본고사 특기자 가점 해택이 주어진다.
또한 수상작품은 오는 6월말 발간 예정인 <한국현대시> 제19호에 발표한다.
고등학생들의 정서함양과 상상력 계발, 창조적 표현능력을 제고시키고 문학 활동의 생활화를 통하여 우리나라 문학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 한국현대시인협회가 해마다 주최하는 '전국 고등학생 백일장'은 국내 고교 백일장 중 가장 권위 있는 상 가운데 하나다.

심사위원을 대표해 심사평에 나선 지은경 심사위원장은 "해마다 열리는 한국현대시인협회가 주최하고 주관하는 '전국 고등학생 백일장'은 전국 고교생들의 문학적 재능을 발굴하여 미래의 우수한 시인을 양성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며 "평이한 듯 보이지만 까다로울 수 있는 시제들을 놓고 탁월한 문장력으로 글을 완성해 낸 학생들의 실력에 감탄했다"고 밝혔다.
이어 "참신한 아이디어와 아름다운 어휘들이 돋보인 작품이 많아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몇 개의 제목은 시사성이 있는 제목으로 백일장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던 학생이라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시제라고 생각하지만 백일장은 과거시험 보는 것처럼 현장에서 바로 시제를 받아쓴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원을 선정할 때에는 3명의 작품을 놓고 심사위원들의 치열한 설전도 있었다"며 "최종 심사에는 안양예고 3년 김덕은 학생의 '내가 그리는 여행', 이우고 2년 서지웅 학생의 '오월의 산', 고양예고 3년 이정희 학생의 '아버지'의 3명이었다. 시는 외형만 시의 형태를 갖춘 것이 아닌 내적 고뇌의 흔적이 있어야한다. 인간애를 불러일으키는 휴머니티를 바탕으로 맑은 시의 정신을 표현한 고양예고 3년 이정희 학생의 '아버지'를 장원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 심사위원장은 장원에 선정된 이정희 학생 작품의 '아버지'에 대해 "메마른 시대에 고달픈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는 시적 감각이 감동을 주며 시를 끌고 나가는 저력이 있다고 보았다"며 "시가 막연하고 모호한 것이 아니라 사유와 인식의 감각기관이 영혼을 담아내고 있으며, 말의 응축과 균형미가 운문의 맛을 느끼게 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시로 형상화하여 시적 감응이 좋다고 보아 장원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지 심사위원장은 끝으로 "장원 외 15명의 수상 학생들의 작품들도 대체로 가식이 없고 단련된 진솔한 언어 구사력이 시의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며 "일찍이 박두진 선생님은 '시인은 천혜의 사람'이라 하였다. 오늘 수상하신 분들은 하늘이 베푼 은혜에 입문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기성시인 못지않은 작품들을 보며 한국시문학의 내일을 이어갈 예비 시인들을 보는 것 같아 깊은 애정을 보내며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이어 "오늘의 이 백일장을 통해 내일의 이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발굴의 디딤돌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며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고교생들이 전국에서 다 모여 백일장을 개최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으며, 인성을 순화하고 사회를 밝게 하는데 시를 쓰는 사람들이 앞장을 서야 하듯 고교생들이 좋은 시로 앞으로의 인생을 잘 개척해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버지
- 고양예고 3학년 이정희
손톱깎이를 들고 가슴에 박힌
아버지의 뒷모습을 깎아 내었다
튕겨 나간 아버지는 꼽등이처럼 둥글게 말리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뒤통수가 다 당신 같았다
나는 까만 표정으로 눈물을 쓸어 담고 축축한 바닥을 오랫동안 매만졌다
당신이 그만 혼자였으면 한다
가슴 한 곳에 아버지라는
흉터가 남아 있다
어떤 추억을 발라 보아도
흉터는 사라지지 않았다
손톱을 기를 때마다
깎여 나간 아버지가 생각난다
바닥의 얼룩들이 당신처럼 누워 있다
열심히 닦아 보았지만
손바닥만 까매지고 있다
이제는 빳빳하게 서서
내 손바닥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 주었으면
텅 빈 몸뚱이로 당신을 배웅하고 싶다.
i2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