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종희 시인(1937- )
미쓰야마 후미히로 소위
한국이름은 탁경현
1945년 5월 11일 오키나와를 향해
출격한 후 돌아오지 않았다
출격 전날밤 군 식당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도메시 모녀와 함께
그는 저녁을 했다
노래 한 곡 불러보렴
부인 도메씨가 권하자 그는 말했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니 고향노래 부를게요
아리랑을 부르다 그는 군모로 두 눈을 덮었다
모자 아래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훗날 지란마을 특공평화공원에
조선반도 출신 특공위령가비에
그가 부른 아리랑이 새겨져 있다
아리랑 노랫소리 멀리
어머니 나라 부러워하며 부서진 꽃, 꽃……
[詩評]
'탁경현'은 일제 식민지 현실에서 한국인 유학생으로서 징집되었다. 그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미가제 조종사가 되어 사지(死地)에 내몰렸다.
그는 '어머니 나라'의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조국 땅에 묻히지 못했다. 그의 죽음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 개인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 내몰려야 했던 사람들이 있다. 강제로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도 있고, 위안부에 차출당하지 않기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조혼한 여성도 있었다.
그리고 강제로 징병이나 징용을 당한 남성도 있었다. 일제 식민지 현실은 그들에게 주어진 실존이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설움은 없어야겠다.
- 정신재(시인·평론가·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 김종희 시인 프로필
충북 청주 출생. 연세대학 영문과 졸업. 월간 『시문학』 천료 등단. 시집 <이 세상 끝날까지>, <물속의 돌>, <시간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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