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30일 "정치가 좌우로 흔들릴 때 한 치 흔들림 없이 오직 아래로 시선을 내리꽂은 노회찬처럼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고(故) 노회찬 의원 장례를 마무리한 뒤 정의당을 대표해 국회 정론관에 선 이 대표는 '국민께 드리는 감사인사'를 통해 "누구도 노회찬을 대신할 수 없지만, 우리가 모두 노회찬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암흑 같고 비현실적인 일주일이었고, 아직도 우리가 이렇게 서 있는 자리에 그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며 "이 비통함의 절벽 앞에서 저희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준 것은 바로 여러분"이라며 애도 물결에 동참한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어 "돌이켜보면 지난 한주는 그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갈아 넣어 만든 진보정치의 역사가 얼마나 슬프도록 위대한 것인지 알게 한 시간이었다"며 "시민들의 눈물과 울음이 그것을 웅변했고, 저희는 노회찬을 지키지 못했지만 여러분이 노회찬을 지켜주셨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기록적인 폭염에도 빈소를 찾은 7만여 명의 추모객을 비롯해 국회장(葬)을 치르게 해준 문희상 국회의장 등 국회 관계자, 그리고 새로운 당원 가입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대표는 "이제 정의당은 그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 모은 힘을 쏟겠다"며 "우리 모두의 삶에 노회찬을 부활시키는 것이야말로 노회찬의 간절한 꿈에 성큼성큼 다가가는 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노 의원 사망으로 공석이 된 원내대표 후임 인선 등을 논의한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페이스북 글을 올린 데 대해 "홍 전 대표가 이젠 진심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슬픔과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우리 정치가 적대적인 언어로 인간의 마음조차 무너뜨리는 일들이 많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우리 정치가 참 많이 나빠졌다"고 언급했다.
■ 다음은 이정미 대표의 '국민께 드리는 감사인사' 전문이다.
먼저 국민들께 정의당의 대표단들이 깊이 고개 숙여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암흑 같고 비현실적인 일주일이었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이렇게 함께 서 있는 자리에 그가 없다는 것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비통함 앞에서 저희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주신 것은 바로 국민 여러분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주는 우리 모두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때로는 엎드려서 때로는 뒤돌아서서 때로는 벽에 기대여 흐느끼는 시민들의 눈물과 울음이 그것을 웅변해 주었습니다.
저희는 노회찬을 지키지 못했지만 여러분께서 노회찬을 지켜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록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분들께서 빈소를 찾아주셨습니다.
생전에 선물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구두와 넥타이를 전해 주신 시민들.
음악을 사랑하던 노회찬을 기억하며 첼로를 연주해 준 음악인들.
이른 새벽 출근길이며 늦은 밤 퇴근길이며 마다 않고 많은 분들께서 분향소를 찾아와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영결식장에 두 손 모으고 도열해서 고인을 맞아주신 국회 청소노동자 여러분.
장지로 들어서는 길에 교통안내를 해 주시던 택시노동자 여러분.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서 미처 다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그밖에도 자신의 일처럼 장례를 치르느라 애써주신 수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그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국회장을 치를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해 도와주신 문희상 국회의장님, 유인태 사무총장님, 무더운 날씨에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도와주신 국회 사무처 직원 여러분, 경찰 관계자 여러분, 추모제를 치를 수 있도록 흔쾌히 공간을 내어주신 연세대학교 김용학 총장님 그리고 교직원 여러분, 장례기간 불편함이 없도록 마음을 써주신 이병석 세브란스병원 원장님과 의료인 여러분.
그리고 장지에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움을 주신 남양주시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비보에 조의를 표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분들 그리고 정치적 입장을 떠나 함께 슬퍼하고 아파해 주신 각 정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미안하다며 애통하다며 또 잊지 않겠다며 저희를 격려하고 직접 당원이 되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저희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국민여러분,
어쩌면 알게 모르게 많은 시민들 곁에는 이미 노회찬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누군가에게는 정치의 유쾌함과 통쾌함을 선사하는 노회찬이었고, 누군가에게는 투명인간을 위해 항상 낮은 곳으로 분투하는 노회찬이었습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신념을 목숨처럼 여기는 노회찬이었습니다. 늘 공기처럼 함께하고 존재하던 그이기에 눈치 채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의 빈자리가 더 큰 상실감으로 다가옵니다.
이제 정의당은 그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 모든 힘을 쏟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 노회찬을 부활시키는 것이야말로, 노회찬의 간절한 꿈에 성큼 다가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노회찬을 대신할 수 없지만, 우리 모두가 노회찬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국민들이 정치를 외면하고 비난할 때에도, 특유의 통찰력과 풍자로 정치를 친근하게 만들었던 노회찬처럼, 정치가 좌우로 흔들릴 때에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오직 아래로 시선을 내리꽂은 노회찬처럼, 그렇게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국민여러분,
노회찬의 빈자리를 함께 채워주십시오. 정의당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더욱 강하게 채찍질 해주십시오. 그렇게 노회찬의 꿈을 함께 만들어 주십시오.
다시 한 번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8년 7월 30일
정의당 대변인실
i2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