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6대 신임 임원진으로 문효치 이사장을 비롯하여 부이사장에 강희근(시), 양왕용(시), 박찬선(시), 한분순(시조), 이광복(소설), 정목일(수필), 하청호(아동문학) 작가가, 분과회장에 정성수(시), 권갑하(시조), 김선주(소설), 지현희(수필), 오순택(아동문학), 곽노홍(희곡), 임영천(평론), 공갑식(청소년문학), 여균동(민조시), 안인길(외국문학) 작가이다.
이날 이취임식에서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떠나는 정종명 제25대 이사장은 이임사를 통해 재임 중의 감회를 피력했고, 행사장을 가득 메운 300여 회원들의 열화 같은 성원 속에 취임한 문효치 제26대 이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지금까지 우리 문단을 지도해온 훌륭한 원로 선배 여러분의 경륜도 들어보고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젊은 문인들의 창조적 의견도 들어보며 제가 말하는 시간 대신 생각을 많이 하는 시간을 늘리겠다"며 "많은 분들의 사감과 사리를 떠난 제안이나 충고의 말씀도 많이 듣도록 하겠다"고 향후 한국문인협회 운영의 시정방침을 밝혔다.


다음은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문효치 제26대 이사장의 취임사 전문이다.
한국문인협회의 일을 맡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습니다. 영광스럽다는 것은 회원 여러분의 압도적 지지로 신임을 얻었기 때문이고, 어깨가 무겁다는 것은 문협이 이 나라의 대표적 문학단체요, 최고의 문학단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모든 능력, 모든 정성을 다해 소임을 다할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저는 제 앞에 주어진 일을 마치 시를 쓰는 심정으로 하겠습니다.
시인은 시를 쓸 때 주어진 대상을 세심하게 관찰합니다. 저는 문협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회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관찰하겠습니다. 모든 일을 피상적으로 보아 넘기지 않고 속사정이 어떠한지, 어디를 어떻게 개선해야 바르게 갈 수 있는 것인지를 알아보겠습니다. 회원이 1만 3천 명에 육박하는 거대 단체인 문협은 사공도 많고 높은 파도도 많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한국문협이라는 배는 바로 가야만 합니다.
시인은 시를 쓸 때 주어진 대상을 잘 관찰한 다음에 그 사물의 본질 또는 가치를 발견해냅니다. 저는 문협의 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그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인지를 숙고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문협의 위상이 떨어졌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 문인 사회의 대표성을 많이 잃었다고도 말합니다.
전영택, 박종화, 김동리, 조연현, 서정주, 조병화 등 역대 이사장(또는 회장) 체제로 이어지면서 훌륭한 역사와 전통을 세웠던 우리 문협이 어느 날부턴가 정치판이 되고 싸움의 장이 되면서 사회의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우리 문협의 본질은 아닙니다. 제가 힘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문협을 문협 본시의 가치인 화합과 창조의 장으로 만들도록 힘쓰겠습니다.
시인은 시를 쓸 때 될 수 있는 대로 짧게 말합니다. 압축적이고 함축적인 표현을 하기 위해서지요. 저도 제 말을 짧게 하겠습니다. 이것은 제가 말하는 시간을 줄인다는 뜻입니다. 말하는 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남이 말하는 시간을 늘려주겠다는 말이고, 이 말은 남의 말을 더 많이 듣겠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문단을 지도해온 훌륭한 원로 선배 여러분의 경륜도 들어보고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젊은 문인들의 창조적 의견도 들어보며 제가 말하는 시간 대신 생각을 많이 하는 시간을 늘리겠습니다. 또한 많은 분들의 사감과 사리를 떠난 제안이나 충고의 말씀도 많이 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의 지혜를 활용하겠습니다.
치열성을 가진 시인이 좋은 시를 많이 쓸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일하는 동안 치열한 정신력으로 일에 임하겠습니다. 제가 선거 때 회원들의 지지를 부탁하면서 여러 가지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그 공약들은 모두 우리 문협이 해내야 할 일들입니다. 솔직히 그 중에는 힘에 버거운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이 대목에서도 회원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1만 3천명의 힘이 한데 모아지면 안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인을 흔히 최후의 양심이라고 말들 합니다. 저도 양심이 시키는 대로 일하겠습니다. 양심은 인간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이 가치를 일의 현장에 반영하겠습니다. 문협을 위하는 일에, 회원을 위하는 일에 제 양심을 바칠 것입니다.
문인은 선비고, 선비는 명예를 존중합니다. 문협의 명예를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 나아갑시다.
2015년 2월 13일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문효치
장건섭 기자 i2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