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언어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고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근간이 되는 문화이다. 또 언어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소통의 매개체이기도 하며 이 소통은 언어적, 비언어적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비언어적 소통, 우리는 손과 발, 얼굴 표정 등 우리의 신체를 활용해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 청각장애인들은 이러한 비언어적 소통 도구를 그들만의 언어인 '수화(手話)'로 승화시켜 대화하고 표현하고 소통을 하고 있다.
할머니는
세잎크로바를 토끼풀이라 하고
엄마는 세잎크로바의
하얀꽃을 반지꽃이라 한다
할머닌 하얀 그 꽃이
토끼 엉덩이 같아서 토끼풀이라 하고
처녀 적 꽃반지 만들어 낀 엄마는
크로바 하얀꽃을 반지꽃이라 한다.
- 김정현 시인의 '세잎크로바' 전문
수화통역사로도 활동 중인 김정현 시인이 최근 '수화(手話)가 있는 동시집' <눈 크게 뜨고 내 말 들어 볼래>를 도서출판 화백&가온에서 출간하고 본격 온 오프라인 판매에 들어 갔다.
김정현 시인의 이 동시집은 농아인의 언어인 수화 삽화를 넣어 어린이들이 어릴 때부터 수화가 청각장애인의 언어라는 점을 알게 되며, 수화를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학습효과를 내게 하고 있다.
이 동시집에는 각 동시마다 수화 삽화가 삽입되어 있는데, 수화 삽화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동양화가 배한주 작가가 직접 그렸다.
김정현 시인은 "아이들의 눈망울을 바라보는 시간은 행복하다"며 "아이의 눈빛으로 나뭇잎을 바라보고, 나비를 보고, 꽃을 보고, 사물들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시인은 "마음만 어린 아이가 된 흰머리 소녀"라며 "아이의 눈 높이를 맞추어 동시를 쓰는 아동문학가를 향해 새삼 존경의 마음이 우러난다"고 밝혔다.
김 시인은 또 "현재 청각장애인들은 교육의 기회와 사회의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져 비장애인들과의 의사소통의 문제로 인해 사회성과 상호교류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라며 "이 동시집을 통해 시와 미술과 수화를 통한 다양하고 긍정적인 사고와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져,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많은 아이들이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 이 동시집의 수화 삽화를 그린 배한주 작가도 "어린이들이 <눈 크게 뜨고 내 말 들어 볼래>를 읽고 작게나마 동시와 친해졌으면 좋겠다"며 "이 책엔 특별히 수화 삽화를 넣었는데, 수화에 색칠놀이를 하면서 수화를 익힐 뿐만 아니라 농(聾) 어린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보았으면 참 좋겠다"고 밝혔다.
김정현 시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수화통역 봉사활동을 통해 많은 농아인들과 함께 지내왔는데, 이 책의 수익금 전부를 불우한 농아인을 위해 '희망돼지 통장'을 개설하기도 해 이번에 출간된 <눈 크게 뜨고 내 말 들어 볼래>가 집필 과정에서부터 각계각층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김정현 시인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천수문학회' 동인들도 김 시인의 이러한 취지로 출간함을 기뻐하며 23일 오후 경기도 과천의 '팔팔낙지'에서 조촐한 출간기념회를 열어주기도 했다.
김정현 시인은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간사, 한국문인협회문학유적탐사연구위원회 위원, '해바라기' 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그동안 '천수문학회 2대, 5대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 <네가 손끝으로 말하면 나는 작은 눈으로로 듣는다>, <그림자에도 색깔이 있다>, <광야에 떨어진 풀씨>, '수어(手語)가 있는 詩' <복사골 춘향이>와 산문집 <수수한 흔적>이 있으며, '서전문학상', '방촌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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