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말 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 아름따라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서울, 세계 시 엑스포 2025'가 진행 중이던 지난 30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또렷한 한국어 발음으로 울려 퍼졌다. 시를 낭송한 이는 다름 아닌 데이비드 매캔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였다.
시 낭송을 마친 매캔 교수는 "놀라운 시!(Amazing poem!)"라고 감탄사를 외쳤고,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이어 황진이의 시조 '청산리 벽계수야'를 읊으며 한국 시조의 아름다움을 전했다.
매캔 교수는 한국의 시조가 영미권의 포크송을 연상시킨다며, 멜로디를 붙여 노래처럼 부르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파란 눈의 시조 전도사'로 불리는 그가 한국 문학을 매개로 세계 문학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버드대 한국문학연구소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매캔 교수는 과거 해당 기관의 학술지를 통해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처음 영미권에 소개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는 '서울, 세계 시 엑스포 2025'의 둘째 날로, '시와 인간', '시와 평화', '시의 빛으로' 등을 주제로 세 개의 페스타가 열렸다. 김수복 한국시인협회장을 비롯해 해외 각국 시인들이 참여했으며, 미국의 잭 마리나이·잭 로고·혜선 라코브, 헝가리의 팔 다니엘 레벤테, 베트남의 응우옌 티 히엔, 일본의 사가와 아키 등 세계 각지의 문인들이 무대에 올랐다.
김광림(1929∼2024) 시인의 아들이자 대만 현대시인협회 회장인 김상호 대만 슈핑과기대 학장도 참석해 부친의 시 정신을 기렸다.
행사 마지막 날인 11월 1일은 1987년 제정된 '시의 날'로, 시인들이 ‘시의 날 선언문’을 낭독하며 이번 엑스포의 대미를 장식한다.
김수복 한국시인협회장은 "이번 행사는 인류의 보편 언어인 시를 통해 경쟁과 갈등을 넘어 평화와 공존의 세상을 열자는 데 그 의의가 있다"며 "시와 언어가 국경을 넘어 세계를 하나로 잇고, 서울이 세계 문학의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뜻깊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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