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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그림자의 기억이 위독하지 않게 하소서"

"할머니가 들려준 그림자 이야기…기억 저편에서 눈부시게 반짝이는 단 하나의 풍경"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다. 인간이 시시하지 않고 가장 완전해질 수 있는 것은 상상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전해준 그림자 이야기는 기억 저편에서 눈부시게 반짝이는 단 하나의 풍경이다. 나의 할머니는 11년을 중풍으로 방안에만 계셨다. 중풍은 육신의 절반이 마비된 상태다. 침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닦아내야한다. 오른손을 움직이려면 성한 왼손이 가서 옮겨 주어야 한다.

할머니의 행동을 보면 옷감을 만드는 공정과 같았다. 옷감은 직조(織造)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직조는 두 개의 실이다. ‘날실’과 ‘씨실’이다. 이 두 개의 실, 날실과 씨실은 직각으로 교차하며 서로를 도와 비로소 옷감이 된다.

또한 옷감이 되기 위해선 '식서'(飾緖)도 필요하다. 식서란 직물 양쪽 끝부분의 옷감이 풀리지 않도록 세로 방향으로 만드는 '테두리'를 말한다. 할머니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날실이 움직이지 못하면 씨실이 도와가며 옷감을 짜듯, 11년을 살아오신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의 중풍은 침울하게 보이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옷감 짜기의 하나인 날실과 씨실의 식서로 마무리하는 오묘함으로 애써 바꾸어보곤 했다. 솔직히 이 같은 할머니의 중풍은 나에게 한시도 떼어내지 못한 기억의 연민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추석은 옷감을 짜는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듯, 3천만 인구가 이동하고, 모이는 형태(形態)학이다. 추석명절은 흩어진 가족이 고향집에 모인다. 그리고 둥근 식탁에 앉아 가족들의 송편을 만든다.

송편은 미세한 손금의 미학이다. 동생의 손금, 어머니의 거칠어진 손금, 가족의 손금이 한데 어우러진 송편이다. 그 손금문양의 송편은 휘영청, 보름달을 보며 정겹게 나눈다. 이러한 풍속은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몇몇 나라만의 특유한 풍속이다.

날이 밝으면 '손금송편'을 들고 산소로 향한다. 산소지기 산새들이 기다리고 있다. 산소의 텃새들은 우리와 친숙하다. 낮 설지 않아 곁을 떠나지 않는다. 성묘가 끝나면 성묘 보자기를 들고 할머니 방으로 모여든다.

할머니는 11년을 중풍으로 방안에 계시지만 가을이면 할 일이 있다. 가을걷이를 마당에 널면 참새들이 나눔을 요청한다. 할머니는 그 참새들이 일정 양을 먹고 났다 싶으면 긴 간지대로 참새몰이로 하루가 간다.

어느 날 할머니에게 할머니의 어머니 모습을 묻게 되었다. 뜻밖의 말씀을 들었다. 어머니 모습은 물론, 그림자까지 기억하신다 한다. 나는 그림자는 다 똑 같지 않느냐고 큰 소리로 웃었다.

할머니의 대답은 매우 진지했다. 할머니에게 어머니 그림자는 독특하게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불편한 손이 아니면 그릴 수 있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중풍 전엔 그림을 즐겨 그리셨다. 나는 할머니의 그림자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잘 다려진 셔츠의 깃보다 훨씬 더 눈부신 느낌이 왔다.

그리고 1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그림자를 떠올려보았다. 요즘말로 1도 생각나지 않았다. 다만 어머니와의 추억들만 새록새록 했다. 대다수 사람들도 그럴 것으로 생각이 된다. 할머니의 생각에 들려진 그림자 기억법은 독특하고 희귀하다.

금년 추석도 할머니가 들려준 그림자 이야기가 생각난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정교한 생각으로 섬세하게 기억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생각의 공간에 불필요(不必要)를 삭제하고 필수(必需)만 남기는 간추림일 것이다. 시인 김수영(1921~1968)은 "사람에게 두 개의 손이면 충분하듯, 시 한 문장에 두 단어 이상은 끔직하다"는 구절이 있다.

김 시인이 표현하려는 것은 생각도 '정돈된 아름다움'이다. 곧 다채(多彩)보다 월등한 단채(單彩)의 미(美)를 말하려 한다. 할머니는 모든 것을 생각 속에서 지워도 어머니의 그림자만, 미학(美學)으로 기억 하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의 기도제목은 "그림자의 기억이 위독하지 않게 하소서"였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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