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4 (토)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그림자의 기억이 위독하지 않게 하소서"

"할머니가 들려준 그림자 이야기…기억 저편에서 눈부시게 반짝이는 단 하나의 풍경"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다. 인간이 시시하지 않고 가장 완전해질 수 있는 것은 상상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전해준 그림자 이야기는 기억 저편에서 눈부시게 반짝이는 단 하나의 풍경이다. 나의 할머니는 11년을 중풍으로 방안에만 계셨다. 중풍은 육신의 절반이 마비된 상태다. 침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닦아내야한다. 오른손을 움직이려면 성한 왼손이 가서 옮겨 주어야 한다.

할머니의 행동을 보면 옷감을 만드는 공정과 같았다. 옷감은 직조(織造)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직조는 두 개의 실이다. ‘날실’과 ‘씨실’이다. 이 두 개의 실, 날실과 씨실은 직각으로 교차하며 서로를 도와 비로소 옷감이 된다.

또한 옷감이 되기 위해선 '식서'(飾緖)도 필요하다. 식서란 직물 양쪽 끝부분의 옷감이 풀리지 않도록 세로 방향으로 만드는 '테두리'를 말한다. 할머니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날실이 움직이지 못하면 씨실이 도와가며 옷감을 짜듯, 11년을 살아오신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의 중풍은 침울하게 보이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옷감 짜기의 하나인 날실과 씨실의 식서로 마무리하는 오묘함으로 애써 바꾸어보곤 했다. 솔직히 이 같은 할머니의 중풍은 나에게 한시도 떼어내지 못한 기억의 연민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추석은 옷감을 짜는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듯, 3천만 인구가 이동하고, 모이는 형태(形態)학이다. 추석명절은 흩어진 가족이 고향집에 모인다. 그리고 둥근 식탁에 앉아 가족들의 송편을 만든다.

송편은 미세한 손금의 미학이다. 동생의 손금, 어머니의 거칠어진 손금, 가족의 손금이 한데 어우러진 송편이다. 그 손금문양의 송편은 휘영청, 보름달을 보며 정겹게 나눈다. 이러한 풍속은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몇몇 나라만의 특유한 풍속이다.

날이 밝으면 '손금송편'을 들고 산소로 향한다. 산소지기 산새들이 기다리고 있다. 산소의 텃새들은 우리와 친숙하다. 낮 설지 않아 곁을 떠나지 않는다. 성묘가 끝나면 성묘 보자기를 들고 할머니 방으로 모여든다.

할머니는 11년을 중풍으로 방안에 계시지만 가을이면 할 일이 있다. 가을걷이를 마당에 널면 참새들이 나눔을 요청한다. 할머니는 그 참새들이 일정 양을 먹고 났다 싶으면 긴 간지대로 참새몰이로 하루가 간다.

어느 날 할머니에게 할머니의 어머니 모습을 묻게 되었다. 뜻밖의 말씀을 들었다. 어머니 모습은 물론, 그림자까지 기억하신다 한다. 나는 그림자는 다 똑 같지 않느냐고 큰 소리로 웃었다.

할머니의 대답은 매우 진지했다. 할머니에게 어머니 그림자는 독특하게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불편한 손이 아니면 그릴 수 있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중풍 전엔 그림을 즐겨 그리셨다. 나는 할머니의 그림자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잘 다려진 셔츠의 깃보다 훨씬 더 눈부신 느낌이 왔다.

그리고 1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그림자를 떠올려보았다. 요즘말로 1도 생각나지 않았다. 다만 어머니와의 추억들만 새록새록 했다. 대다수 사람들도 그럴 것으로 생각이 된다. 할머니의 생각에 들려진 그림자 기억법은 독특하고 희귀하다.

금년 추석도 할머니가 들려준 그림자 이야기가 생각난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정교한 생각으로 섬세하게 기억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생각의 공간에 불필요(不必要)를 삭제하고 필수(必需)만 남기는 간추림일 것이다. 시인 김수영(1921~1968)은 "사람에게 두 개의 손이면 충분하듯, 시 한 문장에 두 단어 이상은 끔직하다"는 구절이 있다.

김 시인이 표현하려는 것은 생각도 '정돈된 아름다움'이다. 곧 다채(多彩)보다 월등한 단채(單彩)의 미(美)를 말하려 한다. 할머니는 모든 것을 생각 속에서 지워도 어머니의 그림자만, 미학(美學)으로 기억 하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의 기도제목은 "그림자의 기억이 위독하지 않게 하소서"였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배너
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개헌개혁행동마당' 등, "직접민주제 초특급도입 등 개헌공약후보 나와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광복 80주년을 3개월 앞둔 지난 15일(목)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개헌개혁행동마당' 주최 및 9개 시민단체 연대협력 아래 '국민연대' 등 36개 시민단체가 '제7공화국 수립 관련 공개질의와 직접민주제 도입 등 개헌일정 공약촉구 기자회견'을 주관하고 21대 대통령 후보 7인 전원에게 "차기정부 최고중요 정치과제와 제7공화국 수립방안을 각각 밝혀라"며 "직접민주제 도입 등 국민주권보장 부분개헌과 주권재민 연성헌법 전환일정을 공약하라"고 요구했다. 이근철 '국민연대' 상임대표 등 참여단체 대표들은 기자회견문을 순차적으로 낭독하면서 "지난 5월 9일 민주당을 비롯한 5개 정당이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약칭 광장대선연대 또는 광장연대)와 함께 이재명을 광장후보로 지지하면서 "대선 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통해 국민참여형 개헌을 임기 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왜 10대 공약에 포함하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 그밖에도 이들 대표는 “거대양당을 비롯한 원내정당은 우리의 애국애민 정신을 철저하게 외면하여 조기대선과 부분개헌 동시실시는 현실적으로 물거품이 되

정치

더보기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