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1 (일)

  • 맑음동두천 1.2℃
  • 맑음강릉 5.2℃
  • 맑음서울 0.9℃
  • 맑음대전 2.9℃
  • 맑음대구 3.9℃
  • 맑음울산 4.3℃
  • 맑음광주 5.1℃
  • 맑음부산 6.7℃
  • 맑음고창 4.0℃
  • 구름많음제주 6.9℃
  • 맑음강화 0.2℃
  • 맑음보은 2.2℃
  • 맑음금산 2.5℃
  • 맑음강진군 6.1℃
  • 맑음경주시 4.6℃
  • 맑음거제 5.5℃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그림자의 기억이 위독하지 않게 하소서"

"할머니가 들려준 그림자 이야기…기억 저편에서 눈부시게 반짝이는 단 하나의 풍경"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다. 인간이 시시하지 않고 가장 완전해질 수 있는 것은 상상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전해준 그림자 이야기는 기억 저편에서 눈부시게 반짝이는 단 하나의 풍경이다. 나의 할머니는 11년을 중풍으로 방안에만 계셨다. 중풍은 육신의 절반이 마비된 상태다. 침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닦아내야한다. 오른손을 움직이려면 성한 왼손이 가서 옮겨 주어야 한다.

할머니의 행동을 보면 옷감을 만드는 공정과 같았다. 옷감은 직조(織造)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직조는 두 개의 실이다. ‘날실’과 ‘씨실’이다. 이 두 개의 실, 날실과 씨실은 직각으로 교차하며 서로를 도와 비로소 옷감이 된다.

또한 옷감이 되기 위해선 '식서'(飾緖)도 필요하다. 식서란 직물 양쪽 끝부분의 옷감이 풀리지 않도록 세로 방향으로 만드는 '테두리'를 말한다. 할머니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날실이 움직이지 못하면 씨실이 도와가며 옷감을 짜듯, 11년을 살아오신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의 중풍은 침울하게 보이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옷감 짜기의 하나인 날실과 씨실의 식서로 마무리하는 오묘함으로 애써 바꾸어보곤 했다. 솔직히 이 같은 할머니의 중풍은 나에게 한시도 떼어내지 못한 기억의 연민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추석은 옷감을 짜는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듯, 3천만 인구가 이동하고, 모이는 형태(形態)학이다. 추석명절은 흩어진 가족이 고향집에 모인다. 그리고 둥근 식탁에 앉아 가족들의 송편을 만든다.

송편은 미세한 손금의 미학이다. 동생의 손금, 어머니의 거칠어진 손금, 가족의 손금이 한데 어우러진 송편이다. 그 손금문양의 송편은 휘영청, 보름달을 보며 정겹게 나눈다. 이러한 풍속은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몇몇 나라만의 특유한 풍속이다.

날이 밝으면 '손금송편'을 들고 산소로 향한다. 산소지기 산새들이 기다리고 있다. 산소의 텃새들은 우리와 친숙하다. 낮 설지 않아 곁을 떠나지 않는다. 성묘가 끝나면 성묘 보자기를 들고 할머니 방으로 모여든다.

할머니는 11년을 중풍으로 방안에 계시지만 가을이면 할 일이 있다. 가을걷이를 마당에 널면 참새들이 나눔을 요청한다. 할머니는 그 참새들이 일정 양을 먹고 났다 싶으면 긴 간지대로 참새몰이로 하루가 간다.

어느 날 할머니에게 할머니의 어머니 모습을 묻게 되었다. 뜻밖의 말씀을 들었다. 어머니 모습은 물론, 그림자까지 기억하신다 한다. 나는 그림자는 다 똑 같지 않느냐고 큰 소리로 웃었다.

할머니의 대답은 매우 진지했다. 할머니에게 어머니 그림자는 독특하게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불편한 손이 아니면 그릴 수 있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중풍 전엔 그림을 즐겨 그리셨다. 나는 할머니의 그림자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잘 다려진 셔츠의 깃보다 훨씬 더 눈부신 느낌이 왔다.

그리고 1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그림자를 떠올려보았다. 요즘말로 1도 생각나지 않았다. 다만 어머니와의 추억들만 새록새록 했다. 대다수 사람들도 그럴 것으로 생각이 된다. 할머니의 생각에 들려진 그림자 기억법은 독특하고 희귀하다.

금년 추석도 할머니가 들려준 그림자 이야기가 생각난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정교한 생각으로 섬세하게 기억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생각의 공간에 불필요(不必要)를 삭제하고 필수(必需)만 남기는 간추림일 것이다. 시인 김수영(1921~1968)은 "사람에게 두 개의 손이면 충분하듯, 시 한 문장에 두 단어 이상은 끔직하다"는 구절이 있다.

김 시인이 표현하려는 것은 생각도 '정돈된 아름다움'이다. 곧 다채(多彩)보다 월등한 단채(單彩)의 미(美)를 말하려 한다. 할머니는 모든 것을 생각 속에서 지워도 어머니의 그림자만, 미학(美學)으로 기억 하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의 기도제목은 "그림자의 기억이 위독하지 않게 하소서"였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배너
대전문인총연합회 제6대 회장에 노수승 시인 취임
(대전=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대전문인총연합회(이하 대전문총)가 제39차 정기총회를 통해 노수승 시인을 제6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대전문총은 29일 대전 시내 한식당 '바다로'에서 회원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총회 및 회장 이·취임식을 열고, 신임 회장 인준을 비롯한 주요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전년도 주요 업무 보고와 정관 개정, 2026년도 사업 계획 발표도 함께 진행됐다. 대전문총은 1990년 창립 이래 회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독특한 선출 방식을 유지해오고 있다. 문단 원로와 고문들로 구성된 회장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를 엄선해 추대하고, 이를 총회에서 회원들이 인준하는 이른바 '교황 선출 방식'이다. 이날 최송석 고문의 회장 인준 경과보고에 따라 참석 회원들은 만장일치로 노수승 시인을 제6대 회장으로 인준하며, 대전문총 특유의 화합 전통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난 6년간 대전문총을 이끌어온 제5대 김명순 회장은 퇴임사를 통해 "열정을 바쳤던 회장직을 내려놓고 다시 평범한 문학인의 자리로 돌아가 순수한 창작의 열정을 되살리고자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그는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이 소외되는 AI 시대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송운학 민청학련동지회 이사 겸 개헌개혁행동마당 상임의장, 고(故) 이해찬 전 총리 추모 글 남겨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송운학 민청학련동지회 이사 겸 개헌개혁행동마당 상임의장이 공무 수행 중 별세한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추모하며, 그의 민주화운동과 정치적 여정을 기렸다. 특히 대학 시절부터 이어진 동지적 관계와 옥고의 기억은 이해찬 전 총리의 삶을 관통한 민주화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언급됐다. 송운학 이사는 최근 발표한 추모 글에서 "이해찬 동지는 민주주의를 말이 아니라 삶으로 증명한 인물”이라며 “이제는 모든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 1월 25일 베트남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으로 공무 출장 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별세했다. 그는 7선 국회의원,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지내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거쳐 이재명 후보에 이르기까지 민주진영의 주요 정치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의 정치적 이력 이전에 민주화운동가로서의 삶은 대학 시절부터 시작됐다. 이해찬 전 총리는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73년,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학내 시위에 적극 참여했으며, 이듬해인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돼 군사재판에 회부됐다. 당시 비

정치

더보기
'통일교 1억' 권성동 징역 2년…법원이 규정한 것은 '부패'가 아니라 '정치의 거래'였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심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같은 재판부가 김건희 여사에게 선고한 징역 1년 8개월보다 두 달 더 무거운 형량이다. 법원이 이번 사건을 단순한 금품 수수가 아닌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의 결탁으로 본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권 의원이 2022년 1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교단 현안에 대한 청탁과 함께 현금 1억 원을 받은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은 헌법상 청렴의무에 따라 국가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며 "이번 범행은 국민의 기대와 헌법적 책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못 박았다. 특히 재판부는 '실제 대가성'을 분명히 했다. 권 의원이 금품 수수 이후 윤 전 본부장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면담시키고, 통일교 행사에 직접 참석했으며, 나아가 통일교 수뇌부의 해외 원정도박 관련 수사 정보를 전달한 점까지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친분 차원의 편의 제공이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 행사의 실행으로 판단된 대목이다. 권 의원 측은 특검 수사의 적법성과 공소장 일본주의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