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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동백과 목련은 생멸의 미학"

문인들이 선호하는 혹한의 추위를 견디고 피어낸 '동백과 목련'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샤넬의 설립자 코코샤넬(Coco Chanel. 1883~1971)은 장미보다 동백을 좋아 했다. 그는 동백꽃을 꽃 중의 꽃이라 했다.

나폴레옹(Napoleon.1769~1821)은 그의 아내 조세핀(Josephine. 1763~1814)에게 동백꽃을 선물했다. 19세기 서양에서는 튤립처럼 동백이 투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동백(冬柏)은 혹한에서 꽃망울을 터트린다. 문인들이 혹한의 추위를 견디고 피어낸 동백과 목련을 선호하는 이유도 그런 뜻이다.

동백꽃의 꿀을 좋아하는 새는 동박새다. 동백이 피는 시간은 곤충이 없다. 동백은 향기도 없다. 동백은 오르지 붉은 색으로 동박새를 초대하여 꿀을 재공하고 수정을 한다. 그래서 조매화(鳥媒花)의 하나다.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1836년 권문해의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 보물 제878호)'에는 선조들이 마셨던 차(茶)들 중 산다화(山茶花)라는 동백꽃차가 등장한다.

추웠던 겨울이지만 그래도 동백은 붉게 노래한다. 경남 통영 장사도에 10만 그루의 동백이 동박새를 초대하여 잔치를 한다. 여수 오동도 동백숲이 빨갛게 물들였다. 전남 강진 백련사 1500그루 동백숲은 터널을 만들어 발길을 뜨겁게 한다. 미당의 시에 나타나는 선운사의 동백도 구성진 육자배기를 부른다.

김유정 문학관에 들리면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은 '생강나무'라고 고쳐서 안내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이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동백을 노래하는 시인들의 펜 끝은 붉다.

"다홍으로 불이 붙는다(정훈 시인), 닫혔던 문 열리며 쏟아낼 기쁨(김승기), 눈 내리면 눈을 뜬다(신술래), 동백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김용택), 선운사 동백을 보고온 사람은 동백꽃 냄새가 난다(김명수), 뜨거운 술에 붉은 독약 타서 마시고(문정희), 선홍빛 요정 너무나 안타까워라(유응교),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최영미), 빛나는 잎새마다 쏟아 놓은 해를 닮은 웃음소리(이해인), 툭하고 떨어지는 붉은 천둥소리(최창일).”

동백꽃은 두 번 핀다. 꽃에서 동박새를 부르고 바닥에서도 여전히 붉게 빛이 난다. 제주도에 피는 동백은 4.3사건의 포스터에 그날의 통곡을 알려준다.

목련(木蓮)은 동백을 시샘하며 뒤를 이어 핀다. 독일의 의학박사 '블라디미르 들라브르'는 목련은 시를 쓴다고 과학으로 증명한다. "목련과 나 사이에 생각과 관념, 그리고 감정까지 오간답니다. 이 나무와 얘기하는 게 내게는 이제 일상생활이 되어 버렸어요"라는 연구를 그의 저서 '장미의 부름'에서 얘기한다.

시인들은 목련을 들어 '비녀를 꼽은 여인, 도끼를 든 여자'의 절개의 여인상을 표현한다. 꽃모양이 연꽃을 닮아서 목련, 향기가 은은하다고 해서 목란(木蘭)으로도 불린다.

목련은 늘 북쪽을 보고 있다. 그래서 북향화(北向花)라 한다. 목련은 2백만 년에서 6천5백만 년 전 백악기의 가장 원시적인 현화식물중 하나다.

뭐니 뭐니 해도 박목월 시인의 '4월의 노래' "목련꽃 그늘아래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구절은 단연 압도적이다. 아무상관도 없는 베르테르와 목련이 이어진 것은 박목월 시인의 천부적 상상력이다. 매년 피고 지는 목련은 박목월 시인을 떠올리게 한다.

조영식의 '목련화' 가곡, 박목월의 '4월의 노래'를 필적할 작품이 아니거든 목련화에 대한 작품은 만들지 말라고 권한다. 나는 가곡 '목련화에 부는 바람'을 만들고 지금도 후회를 하고 있다. 예술은 늘 으뜸만이 거론하는 세상이다.

목련은 봄의 등불이다. 목련이 하얀 꽃등을 내걸면 봄이 시작 된다.

일송 윤평현 시인은 "새소리 없으면/ 숲속은 얼마나 적막 할까/ 봄은 오는데 꽃이 없으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꽃은 피어나는데 당신이 없으면 홀로 걷는 길은 얼마나 쓸쓸할까"라고 노래한 연유를 알겠다.

동백과 목련은 시를 쓰고 노래한다. 동백과 목련은 생멸(生滅)의 미학이 되어 뛰어가는 노루처럼 우리들의 눈과 가슴으로 달려오고 있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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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日 자위대 '대동아전쟁' 표현 논란에 "한일 간 필요한 소통 중"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외교부는 일본 육상자위대가 금기어인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대동아전쟁'이라는 용어를 공식 SNS 계정에 사용했다가 삭제한 것과 관련해 "한일 간에 필요한 소통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가 일본 측에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는가'에 대한 취지의 취재진의 질문에 "(대동아전쟁) 표현에 대해선 일본 정부가 공식 입장을 밝혔다"며 "일본 측 스스로 관련 표현을 삭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이같이 답했다. 이에 앞서 일본 육상자위대는 이달 5일 X(옛 트위터)에 "32연대 대원이 ‘대동아전쟁’ 최대 격전지 이오지마에서 개최된 일미 전몰자 합동 위령 추도식에 참가했다"고 썼다. 대동아전쟁은 이른바 '일본제국'이 서구 열강에 맞서 싸웠다는 뜻의 용어로,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용어이다. 일본 패전 후 미 연합군최고사령부는 공문서에서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을 금지했고, 지금도 일본에서는 사실상 금기어로 인식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자위대는 사흘 만인 지난 8일 게시글을 삭제했다. 우리나라의 육군본부에 해당하는 자위대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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