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옥분 시인
거칠수록 좋다
절벽일수록 기껍다
한 줄 악보나
지휘자도 없이
어데 새겨둘 흔적 없이도
위풍당당 곧은 비명으로
신명나게 추락하고
무지갯빛으로, 다시
승천하는
질펀하고 해맑은
저 물보라의 선율
오늘은, 그래
곤두박질도 희망이다
■ 시작노트
가을장마 지난 다음날 천성산 홍룡폭포로 달려갔다. 코로나19와 함께 맞이한 두 번째 여름은 유난히 길고 지루했다. 마스크에 가려진 자유로운 ‘숨’의 갈망에도 피로감이 더해가고 있다. 평범했던 일상들이 떠나간 애인처럼 그리운 가을의 초입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신조어들이 많이 탄생했다. 비말, 비대면, 사회적 거리두기, 팬데믹, PCR 검사, 백신,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 교차 감염, 부스터샷 등등 일상으로 스며든 단어들의 통제력은 아직도 여전히 낯설다.
대부분의 낯섦은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지거나 친밀해진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헤살은 끈질기고 변화무쌍해 긴장감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날, 양산 천성산의 홍룡폭포 앞에 섰다.
거침없이 뛰어내리는 물의 직하에 가슴이 뻥 뚫린다. 주어진 대로 받고 신음소리는 새기지 않는 자연의 섭리가 자유롭다. 긴 멈춤의 시간, 폭포 앞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희망을 듣는다. ‘위드(With) 코로나!’ 그래, 함께 가보는 거야. 아자~!

<문학과 의식> 수필(1995년), <문예운동> 시(2008년) 등단. 계간문화지 <봉생문화>, <은누리>, <녹색도시 釜山> 편집장. 문학지 <낟가리>, <화전문학> 편집국장. 월간 <문학도시> 취재기자.
현) YK교육개발원 부원장, 부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산과숲분과’ 위원장.
시집 '섬에 서다' 外 1권, 산문집 '깊은나무 푸른이끼' 등이 있다.
i2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