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명희 작가는 1946년생으로 1966년에 대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0년에 연세대학교 상경대학을 졸업했다.
남 작가는 2008년 <서라벌문예>에 수필 '할머니의 쌀과자'로, 2014년에는 <문학나무>에 소설 '이콘을 찾아서'로 각각 신인작품상에 당선되었다.
남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40여 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섯 번의 좌절을 겪었다"며 "모두 근무했던 조직이 부도가 나거나 해체되는 불운이었다"고 고백했다.
남 작가는 이어 "K그룹 종합무역상사, D증권회사, S금융회사, S대학교 사회복지학과, D연구원 등 그가 몸담았던 조직은 어느 날 갑자기 허망하게 붕괴되고 말았다"며 "한 번도 스스로 물러나거나 쫓겨난 적은 없지만 조직이 공중분해가 되고 말면 적(籍)이 없어지기는 매일반이었다"고 밝혔다.
그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그동안 나는 '살아온' 게 아니라 '버텨' 왔다는 하는 게 맞겠다"고 술회하는 배경에는 이같이 유난히 신산스런 그의 이력(履歷)이 놓여 있다. 칠십 평생 그는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또 넘어지면 좌절하지 않고 또다시 일어나 버텼다.
넘어지고 깨어지는 것도 자꾸 반복하다 보면 맷집이 생기기 마련이다. 견디기도 조금씩 쉬워지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된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群像)들이 저마다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다가 끝내 좌절과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나 재기를 모색하는 모습은 작가의 삶의 궤적을 빼박은 듯 닮았다.
비극적 서사로부터 시작된 주인공의 험난한 여정과 그에 따른 심리적 갈등을 마치 정밀화처럼 세밀한 필치로 묘사하고 있는 그의 소설적 성취는 생생한 현장 경험이 작가적 상상력에 녹아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거지 알바도, 등대지기도, 외국인 노동자도, 비정규직 사원도 그는 따뜻하게 보듬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상황 속에서도, 또한 전신을 옥죄는 압도적인 비극 앞에서도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절망의 끝에서 그들은 새로운 시작을 찾아내곤 하는 것이다.
"모든 일의 끝은 끝이 아니었다. 단지 새로운 무언가의 또 다른 시작일 뿐. 가슴속에 뭔가 힘이 솟으며 내가 우주의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난 느낌이 들었다." ('여자의 등대' 중)
그의 작품에서 절망은 늘 희망이 되고 끝은 예외 없이 새로운 시작이 되곤 한다. 그는 이 희망의 끈을 “너무나 평인한 문장과 전혀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소박한 묘사와 서술”에 담아 독자에게 전달한다.
절망이 희망이 되고 끝이 새로운 시작으로 치환되는 순간, 작품을 읽는 동안에는 거의 짐작하지 못했던, 이 소설의 묵직한 중량감과 가슴 저릿한 긴 여운이 읽는 이에게 '오래도록 슬프고 가슴 아픈 감동'으로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영원한 시간으로 우리들을 고양시키는 새로운 체험이기도 하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독자에게 또 어떤 '체험'으로 다가올지 그의 여정에 더욱 주목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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