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8 (월)

  • 맑음동두천 6.7℃
  • 구름많음강릉 16.0℃
  • 맑음서울 10.4℃
  • 맑음대전 9.2℃
  • 구름많음대구 12.2℃
  • 흐림울산 14.4℃
  • 구름많음광주 13.5℃
  • 흐림부산 15.4℃
  • 구름많음고창 10.1℃
  • 제주 14.3℃
  • 맑음강화 6.8℃
  • 맑음보은 5.8℃
  • 구름조금금산 9.5℃
  • 구름많음강진군 14.1℃
  • 구름많음경주시 11.1℃
  • 흐림거제 14.1℃
기상청 제공

[詩가 있는 아침] 하순명 시인의 '살구꽃 그림자'

'고택의 서까래가' 된 살구나무가 어머니로 다가온다

살구꽃 그림자

- 하순명 시인

겨울 한복판에서 살구나무를 만났다
숯댕이처럼 거무죽죽한 나뭇가지는 냉한 하늘을 이고
오소소 떨고 있다

그에게 말했다
꽃이 다 가버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눈발 날리는 강 언저리에서
훈풍의 봄철 잠깐 꽃으로 살았을 뿐
꽃잎 분분이 떨구고
주홍빛 열매를 키우고 익히느라 숯댕이 같은 손마디
어깨 품이 고택의 서까래가 되었지만

그 봄철 향긋한 얼굴
내 눈에 들어앉은 형상 지워지지 않는 한
당신이 영영 가버렸다고 할 수 없듯이

가버린 어머니가 내 가슴에
아직 꽃으로 피어있듯이.

■ 감상 / 이혜선 시인

언제까지나 꽃으로 내 가슴에

시인은 온 세상이 얼어붙어, 살아서 생기 있는 것이라곤 만날 수 없는 겨울 한복판에서 살구나무를 만난다. 살구나무는 그의 일생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키우던 봄날의 젊음이라곤 아예 없었던 것처럼 '숯댕이처럼 거무죽죽한 나뭇가지'로 바람맞이 찬 하늘을 이고 떨고 서 있다.

눈발 날리는 강 언저리에 서 있는 화자에게는 '주홍빛 열매를 키우고 익히느라 숯댕이 같은 손마디'에 '고택의 서까래가' 된 살구나무가 어머니로 다가온다.

지난 늦가을에 이승을 하직한 어머니, 전쟁이 앗아간 젊은 남편의 빈자리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6남매 자식의 배를 채워주고, 더 나아가서 정신의 배까지 채워주기 위해 밥 한 숟갈 편히 입에 넣지 못하고 밭을 매고 밤 새워 재봉틀에 매달리던 어머니!

그는 누구에게 라 할 것 없이 혼잣말을 한다.
"꽃이 다 가버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눈에 들어앉은 형상, 내 가슴에 남아있는 사랑이 지워지지 않는 한 우리는 당신을 보내드릴 수가 없다. 결코 잊을 수가 없다.

비록 어머니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셨지만, 우리들 가슴에 언제까지나 살아나는 '꽃으로 피어' 새봄마다 우리 가슴에 새로운 꽃을 환히 피워주실 것이다. 새 희망이 되어 돌아오실 것이다.

■ 하순명 시인

전남 진도 출생. 광주교육대, 상명여자사범대, 중앙대 교육대학원 졸업
1998년 <문예사조> 등단.
시집 <밤새도록 아침이 와도>, <나무가 되다>, <산도(産道)>, <그늘에도 냄새가 있다>, <물의 입 바람의 입>과 교단 에세이 <연둣빛 소묘> 등이 있다.
한국시문학상, 한국문인협회 서울시문학상, 공무원문학상, 세계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서초문학상, 광주교육대학 자랑스러운 동문상 등 수상. 한국공무원문인협회 회장 역임.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 이혜선 시인

경남 함안 출생. 동국대학교 국문과 및 세종대학교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1981년 <시문학> 추천. 문학평론가. 
현재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문화체육관광부 문학진흥정책위원.
시집 <흘린 술이 반이다>, <운문호일(雲門好日)>, <새소리 택배>, <神 한 마리> 등이 있으며, 저서 <이혜선의 시가 있는 저녁>, <문학과 꿈의 변용>, <아버지의 교육법> 등이 있다.
윤동주문학상, 예총예술문화대상, 문학비평가협회 평론상 등 수상. 세종우수도서 선정(2016).
동국대학교 외래 교수 역임. '현대향가' 동인. 유튜브 '이혜선시인 TV' 운영 중.

i24@daum.net

배너
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국민주권개헌행동' 등 시민사회 일각, "내란청산·사회대개혁 위해 6.3대선에 개헌하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최근 내란 사건 재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 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베풀어준 각종 특혜 등이 불공정성 논란을 야기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항소심 선고 당시 민주당 대표)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상고사건을 직권으로 전원합의부에 넘기고 신속심리를 결정하고 진행하는 등 전례 없이 개입했다. 사법부 재판이 파격적일 정도의 이례성 등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진행되자 그 배경과 향후 전망 등에 국민적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그리하여 내란범죄자들에 대한 사법단죄와 정권교체 및 사회대개혁 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고도 미묘한 정세에서 원래부터 대선 이후 개헌하자는 압도적 다수에 달하는 시민단체들은 물론 동시실시를 주장해 왔던 얼마 안 되는 개헌단체들마저 대부분 내년 2025년 지방자치선거에서 개헌하자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다수 국민과 언론 역시 개헌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인식 아래 대선과 동시에 개헌하자는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대선과

정치

더보기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시정질문 봉쇄 규탄 성명 발표…"시의회 국민의힘! 일 좀 합시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대표의원 성흠제)이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이 주도한 '시정질문 봉쇄'에 거세게 항의하고, 정당한 의정활동을 방해한 국민의힘을 규탄했다. 이날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당초 교섭단체 간 합의했던 시정질문(4월 30일~5월 1일)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4월 30일 조기 폐회를 강행하는 내용의 '제330회 임시회 의사일정 및 회기 변경 동의의 건'을 기습 상정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경제 위축, 대형 싱크홀 발생 등 중대한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이를 질의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할 기회마저 차단하고,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지방의회의 책무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또한 "오세훈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 운영이자, 의회를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행태"라고 질타했다. 성흠제 대표의원은 "불법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야기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민생 회복에 전념해야 할 시점에 시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야당의 입을 막는 국민의힘의 행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서울시의회 역사의 오점"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다음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성명 전문이다. ​​윤석열은 계엄으로, 국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