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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기억의 힘이 꽃을 피운다'

"세월호의 어이없는 희생은 우리 국민의 참사 기록"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망자에 대한 예절이 유난하게 큰 나라가 한국이다. 망자를 비난하거나 명예에 흠집 내는 일은 인간도리가 아니라는 것이 문화의 뼈대를 지닌 예의다.

이 같은 문제는 유교적이며 성서적이다. 청교도 정신을 유유히 이어가는 미국은 망자에 대한 진실은 더 없이 지켜간다. 전쟁에서 유명을 달리한 미군의 시체를 수습하는 장면은 미국이 자국민의 인권을 얼마나 보호하는지 하나의 본보기다. 뉴욕 9.11 테러 흔적의 상처는 크다.

미국은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것이 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희생된 이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해 두고 있다. 심지어 건물의 잔해조차 그대로 남겨두고 있다. “절대로 잊지 않겠다”라는 의지다. 당연히 산자는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기억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희생자를 언급하며 약 1분 정도 말을 잊지 못한 장면은 지금도 영상으로 떠돈다. 그 어떤 말보다, 희생자의 삶을 기리는 의미 있는 행위다. 오바마에게는 국정 2기의 총기사건을 맞는다. 총기사고로 숨진 여고생에 대한 무모 연설은 진실의 시간이었다. 참석자들은 가슴에 녹색 리본을 달고 그 삶에 애도를 표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도 천안함 희생자 45명의 이름을 또박또박 언급하며 그 희생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명박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망자에 대한 예의에 깊은 찬사를 보냈다.

10주기(2014. 4. 16)를 맞는 세월호의 어이없는 희생은 우리 국민의 참사 기록이다. 기울어진 언론도 희생자의 이름을 계속 띄어주는 바름이다. 그들의 삶을 조명한다. 그들의 삶은 거창하지 않다. 그러나 기억하고 되새기며 그들을 마음 안에 품어간다. 많은 시인은 그들의 혼령을 시에 두둥실 띄운다.

'우리가 아직 인간이었을 때

자식을 저렇게 수장시키지 않았다
생명을 저렇게 업신여기지 않았다

진도 앞바다 거센 물살이
우리의 이마를 난타한다
부활한 천주여 마음껏 우소서

진도 앞바다 세찬 바람이
우리들 뺨을 후려갈긴다
초파일의 붓다며 가슴을 치소서

세월 아무리 흘러도
말문 열지 않는 바다

세상 아무리 바뀌어도
침묵 지킬 저 바다

인간의 통곡이 파도 소리보다 더 큰 바다

자실 잃은 자들의 문물이 여기서 포말로 폭발한다'

이승하 시인의 시 '바다의 침묵' 전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시간을 기억하기에는 너무나 깊은 상처다. 상처는 치유가 될 때 위로가 되고 치유로 연결이 된다. 대한민국은 세월호가 지닌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 그 치유는 그러한 희생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할 때 치유가 된다.

이태원의 참사는 150명이나 되는 사람이 압사로 사망하게 되었다. 그들의 이름도 불러 지지 않고 있다. 위패도 없다. 이 상황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 상황도 상처로 남는다. 세상천지에 이럴 수는 없다. 세월호처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울고 분노해도 시원치를 않을 판국에 손가락질이다.

'그래도 국민은 기억할 것이다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다시는 앞서간 꽃들을
아프게 떨림으로 울지 않게 할 것이다

어이없는 참사현장에는 존재의 나라가 있어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이름을 불러주고 위패를 놓아 줄 것이다'

최창일 시인의 시 '이름을 불러주는 위로' 전문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장을 넘기면 이런 문장이 있다.

"원수 갚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니, 내가 갚겠다."

민주주의가 원수를 갚는 것은 선거다. 민주주의는 선거의 결과를 승복하는 찬란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학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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