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김호운 소설가(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이사장)가 신작 소설집 <인디고블루와 코발트블루, 사라진 개>(도화 刊)를 출간했다. 이번 소설집에는 최근 발표한 신작과 평단의 주목을 받은 대표작, 등단작 등 총 6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다. 작가는 이번 작품들을 통해 존재와 삶, 예술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표제작 '인디고블루와 코발트블루, 사라진 개'는 피카소의 청색시대 대표작인 '맹인의 식사'를 모티브로 삼은 액자소설이다. 피카소가 그리다 지운 여인의 누드와, 다시 앉혀진 맹인 남성의 이미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사라진 개'의 존재를 통해 인간의 고독과 결핍, 예술가의 심리를 교차시킨다.
작품 속 화자인 소설가 오민주의 시선은 죽은 친구 장하진 작가의 생일을 알리는 페이스북 메시지와 맞물려, 삶과 죽음, 현실과 허구 사이의 미묘한 감각을 환기시킨다.
다른 수록작들도 각기 뚜렷한 미학적 색채를 지닌다. ▲ '마제파를 위하여'는 리스트의 피아노곡 '마제파'를 중심으로 기억과 사랑, 역사적 고통이 교차하는 내면의 교향시이며, ▲ '아버지의 녹슨 철모'는 전쟁과 부재, 가족을 상징하는 철모 속에 시간을 압축해 놓은 감동적 서사다. 또한 실향민과 감자꽃을 연결한 ▲ '자주색 감자꽃', 소외된 존재를 응시하는 등단작 ▲ '유리벽 저편', 탁본을 통해 인간과 이념의 경계를 사유하는 ▲ '탁본서설'까지, 모든 작품이 개별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아우르며 삶을 탐색한다.

이번 작품집에 대해 김호운 작가는 "소설은 내 발바닥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아온 인생길을 소설로 밟고 있다"며 "산과 들을, 바다와 물결을, 사람과 감정을, 그리고 언어의 무늬를 그 길 위에서 만난다"고 고백한다.
그는 '소설은 살아남기 위해 나의 언어로 나를 증언하는 것'이라며 "이 책 속의 인디고블루와 코발트블루, 그리고 사라진 개는 바로 그 언어들이 뿌린 색과 흔적"이라고 덧붙였다.
출판사 도화 측은 "이번 작품집은 김호운 작가 특유의 서정적 언어 감각과 현실을 관통하는 시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성숙한 성과"라며 "현실과 이상의 대립, 혹은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긴장 위에 예술의 위력을 녹여낸 깊이 있는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1978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호운 작가는 장편소설 <님은 침묵하지 않았다>, 소설집 <사라예보의 장미>, 콩트집 <궁합이 맞습니다>, 에세이 <연꽃, 미소> 등 30여 권의 작품집을 펴냈다.
한국소설문학상, 녹색문학상, P EN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는 국립한국문학관 이사,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인디고블루와 코발트블루, 사라진 개>는 존재의 본질을 색채와 소리로 사유하며, 예술과 삶의 의미를 되묻는 소설집으로, 오늘날 문학이 도달해야 할 깊이와 넓이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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