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아들에게 가는 길’은 말 못하는 부모를 기피하는 아들에게 다가서고자 하는 청각장애인 부모의 애틋한 내리사랑을 그리고 있는데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을 화두로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휴먼드라마다.
"힘들었습니다. 잠깐의 우리가 이리 힘든데 그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 부부의 애환을 그린 영화 '아들에게 가는 길'의 개봉을 준비 중인 최낙권 감독의 일성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자식에게 다가가기 힘든 것처럼 '아들에게 가는 길'이 이렇게 멀고 힘들지 몰랐단다.
2014년 서울영상위원회로부터 소정의 독립영화 제작지원금을 받은 후, 지난 2년 간 1억여 원 남짓의 추가 제작비 마련을 위해 나름대로 발길을 이어 다녀 보았지만, 모두의 인식은 한결 같았단다. "장애인 영화를 누가 보겠냐."라는 것이었단다.
그러한 사회적 냉대와 편견을 뚫고 2년 만에 작품의 완성을 보게 된 영화 '아들에게 가는 길'이 오는 21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그 비장한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낸다.
국회에서 영화 시사회를 한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닌데, 국회는 지난해 12월31일 '한국수화언어법안'을 통과시켰고, 앞으로 각 학교에서도 수어를 공식교과로 채택하고 교육시킬 가능성을 열어두게 한 바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농아인협회 창립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최 감독은 줄곧 이 영화가 그런 국회에 대한 답례의 형식으로 자리매김 되어 지기를 희망해 왔고, 살림문화재단 이사장인 성공회 이우송 신부의 제안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회를 열게 된 것이다.
최 감독은 “작품이 비록 청각장애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내 아이가 나를 거부할 때 부모로서의 나는 어찌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본질”이라며 “무엇보다 따뜻한 감동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극장 전체관람가를 통해 대중적 소통을 우선적 목표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저예산 독립영화들이 그러하듯 이 영화 역시 촬영을 마무리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지난 2006년 TV에서 청각장애인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는 최 감독은 이를 소재로 영화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후 기업과 제작사 등에 투자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하며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가운데 2014년 서울영상위원회로부터 4000만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제작이 추진됐고, 최근 작품 완성을 무사히 마쳤다.
최 감독은 “평소 청각장애인들의 아이는 어떻게 말을 배울까 궁금했었다”면서 “단순한 호기심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얼마나 큰 고통이 수반될 것일 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그들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낼 필요는 없다”면서 “그들의 삶 역시 비장애인 못지않게 유쾌하고 행복한 일들이 많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가족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담고 있는 영화 속 작은 이야기가 모든 이의 가슴에 따뜻한 울림으로 전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단지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들을 장애인 취급하고 마는 뼈아픈 현실에서 이와 같은 가상한 노력들이 얼마나 그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공동체로서의 마음을 열어주게 할지는 미지수지만, 이 작품이 우리네 일상의 어지러운 틈새를 비집고 들어 와 뭔지 모를 뭉클함을 전해 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이 영화는 젊은 농아인 부부가 자신들을 거부하는 나이 어린 아들의 마음을 열게 하기까지, 그 과정을 그린 눈물겨운 이야기다. 영화를 보다보면 저절로 눈물도 나오고 가슴이 저며 오기도 하는 만만치 않은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 어떤 대작 상업영화보다 울림이 크다. 제작비 면에서는 아주 작은 영화지만, 독립영화라는 빛깔도 보이지 않고 장애인영화라는 냄새도 나지 않는다. 그것은 이 영화가 농인들의 이야기를 넘어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혹은 부모들이 한번쯤은 겪어 봤을 법한 이야기를 보편적 정서로 흡입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는 모터를 구할 돈이 없었어요. 하지만 모터가 없다고 여행을 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모터 없는 돛단배에 몸을 싣고 보았죠. 어디로든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믿었어요. 바람이 가라는 대로 가다보면 어딘가에는 도착하리라 믿었고요. 힘들고 지쳐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생각했어요. 돈보다, 영화보다, 의미를 만들자. 그것이 돈 없음과 가난에 저항하는 최선의 방법이고, 그것이 삶의 무게보다 주변의 인식 때문에 더 견디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내다보는 희망의 창이기도 하기에, 바람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 믿었어요."
오직 그 믿음 하나로 여기까지 오게 된 그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영화 '아들에게 가는 길'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흡사 닮아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일까. 감독의 말대로 바람을 따라 흐르고 흘러 엉뚱하게도 극장이 아닌 국회에 첫 닻을 내리게 된 이 영화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터 없는 돛단배 한 척을 타고 바람을 따라 먼 길을 나선 이 작품의 최종 귀착지는 어디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영화는, 제작의 의도와 그 인간적인 '살림'의 가치에 동감한 '살림문화재단'(이사장 이우송 사제)이 프로모션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국회 시사를 시작으로 11월에 있을 한국장애인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될 예정이고, 각종 해외영화제에 출품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가슴이 아려 스스로 우정출연을 결심하게 됐다는 배우 이보희 씨는 “너무 울어 어떻게 연기나 제대로 하게 될지 모르겠어서 걱정부터 했었다”는 후일담을 의미심장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1982년 충무로 연출부로 영화계에 입문한 감독이자 작가인 최낙권 감독(예명 최위안)은 KBS 촬영감독과 MBC 드라마 PD, 영화제작실장을 거쳐, 2009년 '저녁의 게임'으로 영화에 데뷔하면서 그 작품으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 경쟁 진출했다.
그 후 2011년에는 1000만 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만든 영화 '낭만파 남편의 편지'가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기도 했다. '아들에게 가는 길'은 그의 세 번째 독립영화 작품이다. 현재 차의과학대학교 교양학부 외래교수로 출강도 하고 있다.
그는 “한국농아인협회 창립 70주년을 맞는 올해 영화를 마무리 할 수 있어 더욱 뜻 깊다”면서 “영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후반작업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국내외 영화제에도 출품해 영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영화의 줄거리로는 결혼 7년차, 농아인 부부는 6년 전 아이를 하나 낳았다. 하지만 말을 할 수 없는 그들은 아이를 제대로 양육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말을 가르쳐야 하는 숙제가 크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오랜 고민 끝에 그들 부부는 시골에 있는 할머니(시어머니)에게 위탁하기로 결심한다. 5년의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아이와 함께 생활할 수 있게 됐다는 설렘을 안고 아이를 데리러 가는데, 아이가 한사코 동행을 거부한다. 아이를 데려오지 못한 부부는 큰 혼란에 빠져드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 엄마는 친정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투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얼마지 않아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되고, 친정어머니의 죽음은 그녀를 또 다른 충격에 빠트린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한 어머니의 딸로서, 때늦은 후회를 안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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