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20일 46대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시인의 취임식이라는 부제(副題)가 붙게 되었다. 22세의 시인, 어맨다 고먼(Amanda Gorman)은 상냥한 목소리로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이라는 축시를 낭송하기 전 "대통령님, 바이든 박사님, 부통령님, 엠호프(부대통령의 의붓딸), 미국인 그리고 세계인 여러분"이라고 무릇 세계인의 청(請)을 불러 모았다.
'바이든 박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을 뜻한다. 대학 교수인 질 바이든은 남편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강단을 지키겠다고 밝혀 직업을 유지한 첫 번째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작가 조지프 앱스타인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박사로 사는 작은 즐거움을 잊고 대통령 부인의 삶을 즐겨라'라며 성차별적 시각을 드러냈지만, 고먼은 '박사'라고 부름으로써 질 바이든의 의사를 명백히 지지한 것이다.
취임식에 고먼이 달고 나온 후프 귀걸이는 흑인 여성의 자존심과 지성을 상징하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다. 취임식의 고먼을 지켜본 윈프리는 '또 다른 젊은 여성이 일어나는 것을 자랑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마야 엔젤로우(고교 중퇴로 36권의 책을 낸 시인)가 응원하고 또 내가 응원합니다'란 트윗을 올렸다.
고먼이 '우리가 오르는 언덕'을 노래하자 취임식장은 대통령의 취임식이라기보다는, 시인 고먼의 뜨거운 반향의 취임식이 되었다. 그는 역대 취임식 참가자 시인 중 최연소라는 기록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취임식에선 가수 레이디 가가와 제니퍼 로페즈 등이 마이크를 잡는 등 스타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고먼의 시 낭송이 단연 분위기를 달구었다. 미국 청소년 시인 수상자인 고먼이 2036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종종 말한 것을 알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식장을 일어서며 2036년 고먼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트윗을 날리기고 했다.
고먼에게 수백만 명의 사람이 즉시 접속을 했다. 당파적이지 않는 많은 매체들은 나라를 위해 고먼과 같은 방식을 선택 했다. 미국의 문학계로부터 격려와 격찬이 쏟아졌다. 대학들은 대학 시인으로 초빙하는 제안을 했다.
오는 9월에는 두 권의 발간 예정 시집이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모리대학의 제리코 브리안 교수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고먼의 시는 큰 반향을 일으키며 많은 사람에게 두꺼운 독자층으로 다가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고먼은 하버드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길을 걸었다. 하버드 재학 시절 전국 청소년백일장에서 시인으로 뽑혔다.
고먼은 "나는 내 시에서 지난 몇 주 동안 우리가 본 것과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겪고 말한 내용을 어떤 식으로든 간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낭송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 나입한 밤에 이 시를 완성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시에서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은 내 말을 사용해 우리나라가 여전히 함께 모이고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라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
"미국이 화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혹한 진실을 지우거나 무시하지 않습니다"라고 CNN의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에게 말하기도 했다. 고먼 시인의 방에는 'The tyrant the poet(폭군은 시인을 두려워한다)'라는 제목을 단 시집의 포스터가 크게 붙어 있다고 한다.
미국이 강한 나라라면 그건 '바이든 보유국'이라서가 아니다. 트럼프의 황당한 명령에 불복한 관료들과 끝까지 저항한 언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예의 후손이자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깡마른 흑인 소녀' 고먼이 대통령이 되기를 꿈꾸기 때문이다. 여론에 신경 쓰지 않고 소신을 지키는 민주주의 씨앗과 같은 소중한 정치인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넘어야 할 불화의 언덕은 시인의 뜨거운 언어로 시작 되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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