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부여 출신으로 부여의 토종 꽃들로 부여인의 혼을 묘사하면서 한국 화단에서 여성 중견작가로 맹활약하고 있는 민경희 작가는 오랫동안 민들레를 소재로 자신이 태어난 고향 초촌면 신암리를 늘 가슴에 담아 가장 한국적이면서 토속적인 흙내음이 물씬 풍기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팬데믹 상황에서도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색채로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한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그의 마음을 꼭 닮은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삶속에서 하나의 생명체가 흙속에서 자라 홀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마치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화폭에 옮긴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화단의 평에 대해 대변이라도 하듯 민 작가는 '초충(草蟲, 풀벌레)'이라는 한시(漢詩)로 화답을 하고 있다.

초충량성환성수(草蟲凉聲喚醒睡) 풀벌레 소리에 잠을 깨운다
경경슬슬우수수(輕輕瑟瑟又嗖嗖) 스르르 스르르
에이명성미려서(愛爾鳴聲美麗瑞) 너의 목소리는 아름다기도 하지
흔연기상거도전(欣然起床去稻田) 그래 이제 일어나 논으로 가자
초충여이일거지(草蟲與爾一去至) 풀벌레 너도 같이 가자
답변발초산전경(畓邊拔草鏟田埂) 논에 가 풀을 뽑고 논둑을 깎자
시추천요화수사(是秋天要禾收賜) 그래야 가을에 나락을 선사 받지
가성음합절박중(佳聲音合節拍中) 더 멋진 소리로 장단을 맞추어
화실거간용하차(畫室去看用下次) 가자 다음엔 화실로 가보자
경경슬슬우수수(輕輕瑟瑟又嗖嗖) 스르르 스르르
수무족도청주미(手舞足蹈請走爲) 덩실덩실 춤주며 가자
기연래도료화비(旣然來到了畵備) 이제 화실에 왔으니
재백지상악필자(在白紙上握筆字) 하얀 화선지에 붓을 잡아보자
민 작가는 "민들레(들꽃)의 표상을 통하여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비범한 일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 세상에서 훌륭한 것이란 특별한 것이나 빼어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스스로 그 존재성을 잃지 않고 홀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작고 평범한 것들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겸손한 마음을 전했다.
민 작가는 이어 "오랫동안 민들레를 그려왔다"며 "그중에서도 토종 민들레에 대한 탐색을 집중적으로 해 왔다"고 말했다.

민 작가는 계속해서 "토종 민들레는 서양 민들레가 매년 꽃을 피우는 것과 다르게 꽃을 피는데도 수년이 걸린다"며 "요즘은 다양한 환경의 여파로 토종 민들레는 점차 그 수가 줄어든다고도 한다. 이런 민들레의 행보는 나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아마도 빠르게 변하는 현대 문화 속에서 소중한 우리의 것들이 사라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평소의 정서와 소통하는 그 무엇이 있어서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민 작가는 이어 "현대 미숙의 다양함 속에서 나만의 고유한 정감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우리의 꽃 중 하나인 민들레에 대한 회화적 관심으로 접근하였다"며 "회화적 조형으로 보았을 때 민들레는 꽃이 피었을 때 보다 꽃이 지고 난 후에 씨앗을 달은 갓털로 변했을 때 훨씬 아름답다"고 전했다.

민 작가는 끝으로 "산골에서 농사를 짓다 읍내 부소산 부소갤러리에서 그림과 같이 나들이를 나왔다"며 "저와 그림은 여러 관광객 분들께서 그림을 관람하실 수 있게 되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저처럼 관람하시는 분께서도 그림을 보시고 가슴에 조금이라도 좋은 감동을 느끼시게 하여 행복감을 드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 박사는 이어 "소재가 단순한 만큼 그림의 형식은 다양하다"며 "우선 '홀씨 퍼트리기' 형식의 작품들을 보면 갓털 끝에 매달린 씨앗들을 그리거나 공중으로 퍼져나가는 홀씨들을 그린 그림들이다. 홀씨가 등장하는 방식은 같으나 각기 다른 다양한 바탕색으로 각자의 그림들을 차별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그러면서 "민경희는 민들레의 표상을 통하여 감상자들에게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비범한 일상을 확인하게 하려는 것 같다"며 "훌륭한 것은 특별한 것이나 빼어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스스로 그 존재성을 잃지 않고 홀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작고 평범한 것들에 있다는 작가의 발언이다. 그러므로 한편 예술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물 속에서도 그 의미와 미학을 찾아낼 수 있다는 주장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민 작가는 현재 고향인 초촌면 신암으로 귀농한 귀농이기도 하다. 민 작가는 고향의 미술인들과 틈을 내 교류하고 대화를 나누며 이젠 부여에서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 정성을 기울이고 있어 앞으로 지역 미술계에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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