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명순 시인
오빠보다 한 수 위
그 위치가 가을 감나무 가지 끝의
홍시꽃 같다
파란 가을 하늘 호숫가 달랑거리는
햇살 한 점
바람이 쉴 새 없이
쓰고 가는 말
따가운 햇살이 주는
넉넉한 글줄
한 다발 꽃병에 꼽는다
작은 풀꽃들이 기지개켜고
들죽날죽 얼굴 내밀어 행복한 여기
감나무 그늘 아래
오늘도 내일도 '여꼬' 아우의 작은 키
채워주는 빈 의자 하나 살포시 놓는다.
■ 시평(권대근/ 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이 시에 있어서 시인은 역사적 자아이면서 동시에 서정적 자아다. 시인은 오빠를 생각하면서 감나무에 달린 홍시감 하나에 주목한다.
어떤 형태로든 오빠에 대한 감사를 시인은 전달하고 싶은데, 그 고마움의 정조를 객관적 상관물로 물화해서 나타냄으로써 문학적 성취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오빠에 대한 그녀의 존경이 정서의 도피를 통해 감나무 가지에 달린 홍시꽃으로 구체화된 점은 높이 평가해야겠다. 시는 변용의 미학이 빛나야 된다.
2연 3연에서 오빠의 사랑이 햇살 한 점, 바람의 말 등으로 구상화되고 있어 감동을 준다. 오빠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꽃병으로 멋지게 형상화한 것이다.
오빠의 아우에 대한 사랑은 홍시 이미지에서 다시 꽃이미지로 변용되면서, 그 사랑과 존경이 최고조에 이른다.
작은 것 하나라도 챙겨주려는 오빠의 마음이 풀꽃으로 다시 변용됨으로써, 시인은 꽃이라는 랑그를 재료로 하여 새로운 꽃의 의미, 즉 오빠의 배려심을 환기하고자 한다.
작은 키가 환기하는 의미와 빈 의자의 이미지가 결합되어 오빠는 멋진 남자 이미지를 갖는 것이다. 선명한 수채화 풍의 시각적 이미지는 정서를 잘 감각화함으로써 시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 '빈 의자 하나 살포시 놓는다'라는 시인의 강렬한 정서가 미적 거리를 확보하면서 미적 울림통을 자극한다고 하겠다.
■ 성명순 시인 프로필
- (사)한국문인협회 인문학콘텐츠 개발위원.
- (사)국제PEN한국본부 대회협력위원회.
- 경기문학포럼 대표.
- 황금찬 문학상 수상.
- 시집 '시간 여행', '나무의 소리'
- 가곡 '그대가'(성명순 시, 이종록 곡, 박진형 노래)
- 현) 에이스케미컬 사회공헌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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