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규수 한국현대시인협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백일장에서 서울 이화여고 2학년 김수인 양이 '만년필'로 심사위원으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장원의 영예를 차지했다.
장원 외 수상자로는 ▲차상 심수빈(안양예고), 박서린(고양예고) ▲차하 김혜준(안양예고), 박하늘(고양예고), 맹시은(고양예고) ▲참방 박현정(배화여고), 박이나(안양예고), 강세영(고양예고), 윤지연(이화여고), 박예지(안양예고), 박지영(고양예고), 최진호(숭실고) 등이 선정됐다.
이들 수상자에겐 소정의 상금(장원 1명 30만원, 차상 2명 각 20만원, 차하 3명 각 10만원, 참방 7명 각 5만원)과 상장이 수여되며, 대학별로 수능 및 본고사 특기자 가점 해택이 주어진다.
또한 수상작품은 오는 6월 발간 예정인 <한국현대시> 제17호에 발표한다.

이날 백일장은 전국의 고등학교에서 선발된 52명의 우수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휴대폰', '인연', '촛불', '5월', '만년필' 등 5개의 시제(詩題) 중에서 하나를 택해 필력을 겨뤘다.
김용언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신록의 계절 5월이다. 행복한 사람은 5월을 기다리고 웃음을 잃은 사람은 웃음을 찾기 위해 5월을 기다린다. 오늘은 그 분이 주신 한 폭의 풍경화이고, 5월 산하는 시인이 품어야 하는 한 편의 시다"라며 "5월이 하늘처럼 깊어지고 5월이 바람처럼 떠나가고 있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고백을 해도 좋고 혹여,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슴에 품어 주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이사장은 "아직 한국에서 노벨상을 받지 못했는데, 여러분 중에서 누군가가 노벨상을 받았으면 하는 희망이 간절하다"며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고교생들이 전국에서 다 모여 백일장을 개최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으며, 인성을 순화하고 사회를 밝게 하는데 시를 쓰는 사람들이 앞장을 서야 하듯 고교생들이 좋은 시로 앞으로의 인생을 잘 개척해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심사는 심상운 시인 겸 평론가(심사위원장)를 비롯 정유진 시인, 하옥이 시인, 박정희 시인, 장건섭 시인 등 한국현대시인협회에서 위촉한 저명한 평론가와 시인 5명이 맡았다.
심상운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에서 "전체적으로 '시제(詩題)'에 대한 접근이 좋았다고 생각된다"며 "그러나 상투적인 언어 표현과 사유는 시의 형상화에 기피해야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유와 정서를 잘 표현한 작품들이 많아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지만 다섯 명의 한국 시단에 권위 있는 시인들이 공정한 심사를 한 끝에 13명의 우수 작품을 뽑게 됐다"며 "특히 오늘 장원을 수상한 이화여고 김수인 학생의 '만년필'이라는 시는 좋은 구성과 함께 상식적이고 상투적인 언어에서 벗어난 시어로 굉장히 개성적이고 독특한 작품을 보여줬다. 그런 면에서 오늘 좋은 수학을 거두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한국 문학의 미래를 이끌 역량이 보였다. 오늘 받은 상을 토대로 대학의 문예창작과에서 좋은 인재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만년필'
김수인(서울 이화여고 2학년)
1
당신께 드릴 만년필 하나 샀다.
2
그리고
촉 끝에서 뚝뚝 묻어나오는 당신을 보았다.
3
대지에서 가장 묵직한 짐을 이고서
지독한 외딴길을 홀로 걸어왔을 당신이
구박하는 것과 철없는 것들에게
그저 묵묵한 양식을 벌어다 먹였을 당신이
안팍으로 힘없이 쓰이다
마침내 다 닳아버린
낡고,
초라한,
만년필이.
4
뜨거워지는 얼굴을 고이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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