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수상자 선정에서는 본상 권갑하 시조시인의 '은하수 햅별 밥상', 신인상 박미소(본명 박경희) 시조시인의 '신만전춘별사(新滿殿春別詞))-남해에서 달을 품다'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상은 초정 김상옥 선생님의 문학정신과 인생 가치관을 널리 알리고, 나아가 후학들을 통해 선생의 시혼을 되살리기 위한 것으로 기념행사는 2018년부터 열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초정 김상옥 선생 근·현대 통영 흔적 찾기' 제3회 '김상옥백자예술제(초정기념사업회)'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다.
시상식은 코로나19로 인해 '초정 김상옥 선생 근·현대 통영 흔적 찾기'와 함께 오는 7 월경 열릴 예정이다.
2021년 '김상옥백자예술상' 제8회 본상, 제7회 신인상 심사평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보한 시인과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초정 선생님의 예술정신과 인생의 가치관을 널리 알리고, 더 나아가 후학들을 통해 선생의 시혼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매년 시행해 오고 있는 '김상옥백자예술상'의 열기는 올해도 뜨거웠다"며 "올해는 총 본상(제8회) 15인(응모 12인, 추천 3인), 신인상(제7회) 17인(응모 15인, 추천 2인)의 작품집을 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은 이어 "예심을 거쳐 본심에서는 본상 3인과 신인상 4인의 작품집을 대상으로 하였다"며 "모두 응모한 작품집들로 이들 문인은 지역 또는 중앙의 문단에 있어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분들이었다. 엄정하게 심사하여, 본상에 권갑하, 신인상에 박미소 시인을 선정하였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은 "권갑하 시인의 '오곡밥'은 '맛 시조집'이라는 부제가 말하듯이 농업과 함께 한 삶의 내재 의미를 되새긴다"며 "대표작 '은하수 햅별 밥상'이 잘 보여주듯이 농적(農的) 가치를 오롯하게 발현하는 시편들로 아로새겨졌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발화에서 시인의 원숙한 시조 미학을 만난다"고 평했다.
심사위원은 이어 "박미소의 시조는 참된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의 성실성을 담보한다"며 "내 안의 자아와 타자를 외부의 풍경과 만나면서 확인하는 행로가 곡진하다. 시조의 틀을 아슬한 긴장으로 활용하면서 펼치는 시적 모험이 종요롭다. '신만전춘별사-남해에서 달을 품다'처럼 안과 밖, 열림과 닫힘, 주체와 타자의 인력이 구체적인 언어를 얻고 있다"고 평했다.
심사위원은 그러면서 "권갑하, 박미소 두 시인의 2021년 '김상옥백자예술상' 시조부문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응모해 준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흉년의 꽃밭서덜 서러움도 다 헹군 듯
울컥 눈물을 삼켜 허기 넘던 굽이굽이
천수답 한평생에도 달빛 신명 넘쳤었지
'農'은 뭇별(辰)들의 장엄한 향연(曲)임을
바람에 이는 시름 목이 메는 추임새로
한 됫박 허연 쌀뜨물 은하수로 펼쳤으니
듣는가 어디쯤 가슴 치는 뜨거운 선율
앞앞이 어둠이래도 옹기종기 나누던 정
꿈꾸듯 그리 살았제, 간절한 눈망울들
본상 수상자 권갑하 시인은 당선 소감을 통해 "코로나19가 여전히 엄중한 상황 속에서 중국 발 미세먼지가 꽃샘바람에 밀려가 모처럼 쾌청한 날, 제8회 김상옥백자예술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받았다"며 "먼저 본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신 심사위원께 감사를 드리며, 어려운 가운데서도 초정 김상옥 선생의 문학 정신과 예술 세계를 기리기 위해 상을 주관하고 계시는 초정(김상옥)기념사업회에도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권 시인은 이어 "저와 초정 김상옥 선생과의 인연은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였다"며 "김상옥 선생은 저를 신춘문예에 뽑아주신 스승으로 신춘문예 당선 후 선생을 처음 찾아뵈었을 때 작품에 대해 과분한 칭찬을 해주셨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권 시인은 "어릴 때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붓글씨도 쓰고, 글 짓는 것을 즐겼다"며 "덕분에 상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인지 시조를 쓰기 시작하면서 시서화각(詩書畵刻)에 일가를 이루신 초정 선생을 흠모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권 시인은 그러면서 "그런 저였기에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선생을 직접 찾아뵙고 또 칭찬까지 듣는 호사를 누렸으니 실로 꿈만 같았다"며 "그런데 그 날 저는 외람되게도 선생께 저도 그림을 그리고 붓글씨 쓴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움이 앞선다. 또 대화 도중에 제 고향이 문경이라고 말씀드리자 선생께서는 문경 도자기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권 시인은 "조선 백자의 전통을 잇고 있는 백산 김정옥 선생 가문과 조선 찻사발 '이도다완'을 최초로 재현해 일본에서 명성이 높았던 도천 천한봉 선생에 대해 길게 말씀을 이어가셨다"며 "당시 저는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데다 문경 도자기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때여서 선생의 말씀을 듣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권 시인은 계속해서 "고등학교 때 배운 시조를 제가 다시 만난 것은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에서 직장을 다닐 때로, 1983년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정석주 선생을 만나면서였다"며 "정석주 선생은 1966년 나래문학회를 창립하고 1980년 계간 ‘나래시조’를 창간하시며 시조 보급에 애를 쓰신 분으로, 제가 시, 수필, 칼럼 등을 잡지에 무분별하게 발표하는 것을 보시고는 어느 날 저를 찾아오셔서 '이것저것 쓰지 말고 시조에 일생을 걸어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이 씨가 되었는지 이후 저는 지금까지 곁눈질하지 않고 오직 시조 창작에만 매달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권 시인은 "초정 선생을 뵌 이후 저의 시조에는 선생의 문학 정신이 크게 자리를 차지하였다"며 "선생의 추천에 부끄럽지 않는 시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권 시인은 그러면서 "무엇보다 문학과 예술을 대하는 선생의 꼿꼿하신 자세와 치열하게 자기 변신을 추구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문학 정신이야 말로 저의 문학 활동에 나침반이 되었다"며 "극도로 절제된 시어로 언어를 조탁하는 절차탁마의 창작 자세 또한 화인처럼 새겨졌다. 타계하셨을 때 제가 관여하는 문예지에 추모 특집을 꾸몄고, 또 시조를 창작하거나 후배들에게 지도를 할 때는 선생의 작품을 늘 전범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권 시인은 끝으로 "'시도 받들면 문자에 매이지 않는다'는 선생의 위대한 시정신을 우러르며, 시조도 형식에 갇히지 않고 시라는, 나아가 하나의 예술임을 온몸으로 보여준 선생의 위대한 발걸음을 낮은 자세로 뒤따른다"며 "이번 김상옥백자예술상 수상을 계기로 선생의 드높은 정신을 다시 되새기며 저의 문학과 예술 활동에 더욱 매서운 채찍을 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권갑하 시인은 1958년 경북 문경에서 출생, 한양대 대학원 문화콘텐츠학 전공(박사학위). 1992년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돼 문단에 올랐다.
'나래', '역류' 동인 등으로 활동하며 시조집으로 '세한의 저녁', '외등의 시간', '아름다운 공존', '겨울 발해', '오곡밥', '단 하루의 사랑을 위해 천년을 기다릴 수 있다면'이 있으며, 평론집 '현대시조 진단과 모색', '현대시조와 모더니즘', 수필집 '하얀 인연', 시선집 '누이감자', '아리랑 글로컬 문화콘텐츠화 전략 연구', '농촌 문화콘텐츠 개발과 스토리텔링 마케팅' 등이 있다.
초등학교 국어 국정교과서 동시조 '비 오는 날' 수록, 중앙시조대상·바움문학상·한국시조작품상·올해의 시조집상 등 수상, 농민신문사 논설실장·농협중앙회 도농협동연수원장·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 역임했으며, 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문경새재여름시인학교장·문경아리랑시조문학관장으로 있다.

발 디딘 이 세상이 가끔은 적소 같아
벼랑에 자란 나무 은은히 매만져서
복사뼈 선명하도록 보름달로 띄웠나요
내 몸이 일렁이는 그 이유 찾기 위해
온종일 떠돌다가 돌아와 눈 감아도
귀울음 자꾸 우묵해 다시 불면입니다
동백나무 잎사귀 갉아먹는 어둠 꺾어
그대 없는 빈자리 한없이 비질하며
오래된 저 그리움들 파도로 버무리고
되작인 긴긴 밤이 돌려 눕힌 바다처럼
어둠을 가라앉혀 고요에 달빛 얹어
흘러온 바래길 새벽 혼자 또 읽습니다
신인상 수상자 박미소 시인은 당선 소감을 통해 "요즘 캘리 붓글씨로 시조를 쓴다"며 "제 책상 앞에는 신년에 써 붙여 놓은 초정 김상옥 선생님의 시조작품 '봉선화'가 있다. 봉선화 꽃을 연상하면서 '세세한 사연' 같은 선생님의 설렘과 바람을 진솔하게 느끼기도 한다. 교과서에서 접한 적은 있지만, 생전에 일면식이 없는 터라 이렇게 마음속으로만 선생님을 존경해 왔다"고 밝혔다.
박 시인은 이어 "4년 전 운 좋게도 신춘문예 당선을 두 군데나 받는 분에 넘치는 영광을 누렸다"며 "그러나 그 기쁨은 잠시 뿐이었고, 시간이 갈수록 책임감과 압박감에 두려움만 몰려왔다. 삶에서는 누구나 혼자 감당해야 할 것들이 무수하겠지만, 마음 놓고 악! 소리를 내지 못하는 내 자신을 바라보며 가끔씩 얼굴을 가리고 세상에 버려진 허공을 안고 침잠(沈潛)하고 싶었다. 그런 날 밤이면 어김없이 꿈을 꾸었고, 안개 자욱한 새벽길 위에 무작정 서 있는 나를 만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그러면서 "'김상옥백자예술상'(제7회 신인상) 응모를 위해 가슴 조아리고 몇 날을 고민했다"며 "설레는 마음을 보듬고 정성스레 시집을 보내고 꽉 막힌 생각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끝으로 "정작 기대는 멀리해두고 일상생활에 바빴다. 수상소식을 저해오던 날도 제가 근무 중이라 전화를 제때 받지도 못했을 정도였다"며 "정말 뜻밖에 수상소식을 접하고 수상소감을 적는 저는 지금 멍한 기분뿐이다. 이렇게 '큰 상을 저가 받게 되어 송구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라는 말뿐 더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미소 시인으 경북 상주 출생으로 2014년 월간문학(제132회) 신인작품상(감포에서 바라본 달) 수상, 201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푸른, 고서를 읽다) 당선, 2018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조(망초꽃 사설) 당선됐다.
2019년 서울문화재단 아르코창작기금 수혜, 2020년 제1시조집 '푸른, 고서를 읽다' 발간. 현재 문경병원에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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