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화)

  • 흐림동두천 0.6℃
  • 흐림강릉 4.4℃
  • 서울 3.0℃
  • 대전 4.9℃
  • 대구 4.4℃
  • 울산 5.7℃
  • 광주 5.9℃
  • 부산 6.1℃
  • 흐림고창 5.7℃
  • 제주 8.6℃
  • 흐림강화 1.0℃
  • 흐림보은 3.7℃
  • 흐림금산 4.5℃
  • 흐림강진군 6.8℃
  • 흐림경주시 6.1℃
  • 흐림거제 6.8℃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기쁨을 가르칩니다'

오동나무의 순우리말은 '머귀나무'...성장이 빠른 대신 속이 빈 경우가 많아"
마음을 비운 수행자와 같다는 의미에서 '수행자의 나무'라고도 해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종묘, 돌담길 따라가면 순라(巡邏) 길이 나온다. 비원과 연결되는 골목길이다. 조선 시대에 순라군이 궁궐을 지키던 길이다. 초가을 햇빛이 먼 길 떠나는 오동나무 그림자를 잠시나마 쉬게 하고 있다.

길모퉁이 카페는 연인들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신다. 사이에 엄마와 초등학생이 주스를 마신다. 초등학교 2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는 떨어진 오동잎을 주워, 주스 잔 받침으로 놓는다. 엄마는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며 오동잎 잔 받침에 미소 짓는다.

'오동은 고목이 되어 갈수록 제 중심의 구멍을 기른다. 잘 마른 텅 빈 육신의 나무는 바람을 제 구멍에 연주한다. 수많은 구멍으로 빚어진 삶의 빈 고목에 지나는 바람 한 줄기 거문고 소리를 들리리니 거문고 소리가 아닌들 또 어떠랴. 고뇌의 피리 새라도 한 마리 세 들어 새끼 칠 수 있다면 텅 빈 삶인들 향기롭지 않으랴.' 복효근 시인은 오동나무의 '고목'을 노래한다.

오동나무는 보랏빛 꽃잎과 넉넉한 품의 잎사귀를 가진 나무다. 오동나무는 중국의 원산인 참오동나무와 울릉도에 고향을 둔 오동나무가 있다. 통꽃 안쪽이 짙은 보랏빛 선이면 참오동나무다. 선이 없는 것이 울릉도 오동나무다. 주변에 만나는 오동나무 대부분은 참오동나무다.

오동나무의 순우리말은 '머귀나무'이다. 우리말 머귀나무가 더 멋진데 사용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5월에 피는 오동나무의 꽃향기는 기가 막히게 향긋하다. 그래서일까 시인들은 오동나무 시 한 편은 가지고 있다.

도종환/ 오동꽃, 박라연/ 벽오동(碧梧桐), 윤재철/ 하일 춘정, 송수권/ 오동꽃, 나희덕/ 품, 고목/ 복효근, 이윤학/ 오동나무 그늘 외 여러 시인이 오동나무에 대하여 깊은 감정을 드러낸다.

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 것을 안다는 말이 있다. 허스키한 최헌 가수가 오동잎에 대한 노래를 불렀다. 시도반은 최헌의 목소리는 가을 오동잎을 닮은 목소리라고 말한다.

'오동잎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밤에/ 그 어디서 들려오나 귀뛰라미 우는 소리/ 고요하게 흐르는 밤의 적막을/ 어이해서 너만은 싫다고 울어대나/ 그 마음 서러우면 가을바람 따라서/ 너의 마음 멀리멀리 띄워 보내 주려무나‘ 오동잎은 무성했던 여름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널찍한 잎이 지는 가을에 그 위력을 보인다.

오동잎 노래를 부른 최헌은 2011년 암 선고를 받고, 이듬해 9월에 64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시도반은 한 달만 더 살았어도 떠나는 오동잎과 동행했을 것이라 아쉬워한다.

오동나무는 신령스러운 새인 봉황이 앉던 곳이다. 바람에 잎사귀가 흔들거리는 것은 하늘이 허락한 오동나무 춤이라 했다. 어떤 이는 이를 신의 춤이라 한다. 오동나무는 통째로 잘라도 남은 그루터기에서 가지가 나온다. 생명력이 강하다. 그래서 봉황이 앉는 신성한 나무라 한다.

많은 나무 중에 봉황이 앉는 나무는 유일하게 오동나무다. 봉황이 앉아있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다. 대구에 동화사(桐華寺) 절 주변에 오동나무가 많아 지은 절 이름이다. 오동나무는 성장이 빠른 대신 속이 빈 경우가 많다. 마음을 비운 수행자와 같다는 의미에서 수행자의 나무라 하기도 한다.

오동나무로 만든 선비 상을 선비들은 최고의 선비 책상이라 한다. 한복을 입은 선비가 선비 상에서 붓을 든 모습은 동양의 전형적인 멋의 선비 자태다. 궁궐의 책장과 농은 오동나무가 주로 사용되었다. 벌레가 오지 않고 가벼워서다.

"오동나무 그늘에 앉아 술 한 잔을 마시다/ 달은 막 앞산을 넘어가려 하는데/ 오동꽃 떨어져 술잔에 잠기다/ 짙은 오동꽃 향기만/ 향내 사라진 오래인 이내 몸을/ 한 바퀴 휘돌다 강으로 가다/ 물고기에나 주어 버릴 상한 몸을/ 한두 번 훑어보다 강으로 가다// 도종환 시인의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시집에 나온 '오동꽃'이다.

꽃이 지는 것을 시인은 시인의 육신에 비교하는 겸손의 모습이다. 행사에서 마주친 도종환 시인은 정치인이 아니라 천생 선비다.

오동에 듣는 빗소리는 수성(愁聲)이라는 표현이 있다. 조선 중기 문인 이서우는 '죽은 아내를 애도' 하는 시에서 '오동잎에 비 떨어지는 소리가 애절할 줄 알았다면 창 잎에 오동을 심지 않았을 것'이라 했다. 또 다른 조선 중기 문신이자 시인인 유희경은 기생 매창을 그리워하며 ‘오동잎에 비 떨어지면 애가 탄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시인들은 오동잎 떨어지는 가을에는 어디론가 나가야 한다.

순라 길에서 마주친 초등학생. 주스 잔의 오동잎 받침, 상상이 남산타워를 넘는다. 백남준의 뒤를 이어갈 커지는 꿈나무다. 아이와의 순라 길, 산책은 분명, 기쁨을 가르치는 어머니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배너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광복회 "김형석 전 독립기념관장 해임, 만시지탄이지만 적극 환영"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광복회(회장 이종찬)가 김형석 전 독립기념관장의 해임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복회는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해임은 그동안 독립운동 정신을 선양해야 할 위치에서 오히려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폄훼해 온 자에 대한 당연한 귀결"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광복회는 이어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에 대한 준엄한 역사의 심판"이라며 "피로 쓰인 역사는 결코 혀로 덮을 수 없다는 역사 정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김 전 관장이 독립기념관을 "종교시설로 사유화했다"고 비판하면서, "일제하 한국인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발언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부정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광복절에 '해방은 연합국의 선물'이라는 발언을 하는 등 독립기념관장으로서의 자질과 품위를 실추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광복회는 이번 조치를 "독립운동을 끊임없이 깎아내리고 민족혼을 말살해 온 뉴라이트 세력 몰락의 시작"이라고 규정하며,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관련 세력이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 역사 정의 실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관장의 해임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평가가

정치

더보기
촛불행동 "민주당·조국혁신당, 조희대 탄핵 당론 채택하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무기징역 선고와 관련해 "내란 단죄가 미흡하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난 19일 윤석열에 대한 무기징역형 선고는 내란세력을 비호하는 판결"이라고 주장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이끌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란에 대한 엄중한 단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내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택했다. 이에 대해 촛불행동은 "국민적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입장문에서 조 대법원장이 내란 사태 당시 사법부 운영과 관련해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사법개혁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조 대법원장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행동 측은 일부 야권 의원들이 이미 '조희대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