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7 (월)

  • 구름많음동두천 10.0℃
  • 맑음강릉 16.9℃
  • 구름많음서울 12.9℃
  • 구름많음대전 12.5℃
  • 구름많음대구 18.2℃
  • 구름많음울산 14.5℃
  • 맑음광주 13.9℃
  • 맑음부산 17.5℃
  • 맑음고창 8.9℃
  • 맑음제주 13.4℃
  • 구름많음강화 10.0℃
  • 구름많음보은 9.8℃
  • 맑음금산 10.4℃
  • 맑음강진군 10.1℃
  • 맑음경주시 11.7℃
  • 맑음거제 13.6℃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

시인의 주량은 시대의 통곡과 같이하고 있어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이 땅은 술 마시게 한다>(1966년)의 권일송 시집의 제목이 새삼 회자 되는 시대다. 지난주 토요일 '착각의 시학', 송년회 자리. 통영에서 올라왔다는 시인은 지금의 시대를 권 시인의 시집 <이 땅은 술 마시게 한다>의 제목이 딱 떨어지는 시대라 한다.

권 시인과 함께 활동한 1960년대 동시대의 시인들이 대부분 전통적이거나 자연 친화적인 시의 경향을 보였다. 권일송 시인은 현실적이고 시사적인 사건들에서 소재를 즐겨 취하여 풍자·비판하는 주지적 시풍을 견지했다.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 떠오르는 천년의 햇빛/ 지는 노을의 징검다리 위에서/ 독한 어둠을 불사르는/ 밋밋한 깃발이 있다// [중략]//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 눈을 열면 심상치 않은 유린의 바람/ 그것은 외진 벼랑을 타고/ 미끄러. 져 내리는 살의와 이방의 꽃/ 짐승들의 머리 푼 주검이/ 놀에 비낀 텅 빈 광야의 한때// 허물어진 금관의 둘레 만큼이나/ 아아라히 저무는 가장 인간적인 것/ 무더운 원색의 여름날/ 땀 흘린 도주의 난간 위엔/ 처형을 기다리는 문명한 달과/ 디모크래시의 피 벌은 함성이/ 묻어나 있다//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 스치는 바람결에 목을 늘여/ 만세록을 펼치고/ 서로의 더운 맨가슴을 마구/ 부비노라면/ 하나같이 열병을 앓는 사람들/ 포탄처럼 터지는 혁명의 석간(夕刊) 위엔/ 노상 술과 노래와 여자가 넘쳐난다//[중략]// 도는구나 세상이여/ 다섯 마당 여섯 마당… 열 마당째/ 돌고 도는구나 이승의 인연들이여/ 끝끝내 나의 사랑 선사(先史)의 하늘/ 타는 불씨를 땅속 깊이 묻을 양이면/ 비에 젖는 공화국 헌법 제1조//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 부분이다.

시가 말하듯 시인의 주량은 시대의 통곡과 같이하고 있다. 날마다 맞는 아침은 위험한 아침이다. 한 줄의 뉴스가 속량(贖良)이 못 된다. 마음과 눈의 구속(拘束)이다. 문학은 마음에 선물을 얹어 주는 것이라면 시대의 소식은 편견과 미래가 주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꺼리고 기억은 순수가 아니라 일렁이는 파도 소리 뿐이다. 외로움과 우울증은 아무도 나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나를 챙겨줄 거라 기대했던 그 사회(정부)가 나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때 생긴다. 미국의 뉴저지 심리학과에서 발표한 이야기다.

'저 사람은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저 사람은 나를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내 마음 같지 않았을 때 우울하고 외로운 사회가 된다'라 했다. 물론 내 마음과 똑같은 세상이나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

권일송 시인은 비에 젖은 공화국의 헌법 제1조가 뜨겁게 뜨겁게 이지러진 나의 조국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시인에게 장미의 5월은 울음이 그치지 않는다. 수풀에 누운 달빛이 고궁에 울린 동학의 말발굽 소리는 뗏목으로 흐르는 한여름의 통곡이고 만다. 시인은 실성한 듯 비 내리는 수유리 4.19 묘지를 달린다. 병든 시대와 미친 듯 술래잡기를 한다. 시인은 기대하며 누구에게 마음을, 주는 사람은 아니다.

이 밤 문득 내가 전했던 마음이 상대에게 닿지 않아도 쓸쓸하지 않다. 다만 그를 그리는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 시인의 마음이다. 시인의 삶은 어차피, 고독한 부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의 하나에서 살고 기쁨을 얻는다.

'사랑하다'와 '살다'라는 동사는 어원을 찾아가면, 결국은 같은 말에서 유래 됐다고 한다. 영어에서도 '살다(ive)'와 '사랑하다(love)'는 철자 하나 차이일 뿐이다. 산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이 이렇게 비슷할까? 우리 사람 속에는 '사랑'이 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권일송 시인은 말하고 있다.

속박과 그 속박의 늪을 해치며 가슴까지 젖는 우울과 초저녁에 내리는 비, 시(詩)가 키우는 지구인의 행복으로 보았다. 헛되고 헛된 상실의 시대. 시인은 벽을 넘으면 초저녁의 밤 빗속에서 행복이 자라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헌법이 우리를 보호하려 하듯 그 헌법의 수호자는 시민에게 <이 땅은 술 마시게 한다>는 외로운 아침을 맞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시인이 꿈꾸는 세상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 평론가)

i24@daum.net
배너
시조, 다시 오늘을 건너다…<묵묵히 질량을 쓴다> 출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시조는 과거의 유산일까, 아니면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현재형의 언어일까. 묵묵히 질량을 쓴다는 이 질문에 대한 또렷한 답이다. 14명의 시조시인이 '초월'이라는 공통의 화두 아래 모여, 시조가 동시대의 감각과 질문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형식임을 한 권의 책으로 증명했다. 시조 동인 초월 동인이 첫 시조집 <묵묵히 질량을 쓴다>를 도서출판 도화를 통해 펴냈다. 이번 시조집은 우리 시조의 현재와 가능성을 탐색해온 14명의 시인이 함께 참여한 공동 작업으로, 동인의 출범과 동시에 내놓은 의미 있는 첫 결실이다. 이들은 특정 이론이나 경향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초월'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각자의 시적 세계를 자유롭게 펼쳐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 시조집은 하나의 목소리로 수렴되기보다, 서로 다른 결들이 나란히 놓인 '다성적 풍경'을 형성한다. 이 시조집에서 말하는 '초월'은 흔히 떠올리는 관념적 탈속이나 현실 도피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상식과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창작의 태도, 전통 형식 안에서 새로운 감각을 길어 올리려는 시도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참여 시인들은 시조라는 틀을 해체하기보다, 그 내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개헌, 국민에게 돌려주자"… 평화연대 150차 포럼, '직접민주'와 '한반도 평화' 화두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개헌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은 여전히 정치권 중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사)평화통일시민연대가 개최한 제150차 평화통일전략포럼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며, 개헌의 주체를 ‘국민’으로 돌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드러냈다. 지난 4월 20일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제10차 헌법 개정의 기본방향과 구체적 과제’를 주제로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좌장은 윤조덕 공동대표가 맡았으며, 시민사회·학계·법조계·정치권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포럼의 핵심 화두는 명확했다. 개헌의 중심을 권력구조에서 국민주권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장희 상임대표는 "그동안 9차례의 개헌이 권력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통치구조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며 "주권자의 기본권과 분단체제 극복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국민발안·국민투표로 개헌 동력 만들어야" 기조발제에 나선 송운학 개헌개혁행동마당 상임의장은 보다 직설적인 문제 제기를 내놓았다. 그는 현재 개헌 논의가 "주권자의 높아진 요구를 반영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진단하며, 입법·행정·사법

정치

더보기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 민주당 익산시장 후보 확정 (익산=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익산시장 후보로 최정호 후보가 최종 확정됐다. 경선을 마무리한 그는 "익산의 정체를 끝내고 새로운 도약을 이루라는 시민의 명령을 받았다"며 본선 압승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익산시장 후보 경선에서 전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 최정호 후보가 조용식 후보를 제치고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최 후보는 22일 익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경선 결과는 위대한 시민과 당원의 승리"라며 "정체된 익산의 판을 바꾸고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경선에서 경쟁한 조용식 후보와 심보균 후보에게 감사를 전하며 "두 후보의 정책과 인적 자산을 하나로 모아 더 강한 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병관 전 부지사의 정책 역량까지 결집해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 갈등을 넘어선 '필승 원팀'으로 본선에 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최 후보는 자신의 강점으로 '중앙과의 연결력'과 '행정 전문성'을 내세웠다. 국토교통부 차관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정책 설계와 대형 예산 확보 능력을 강조하며, 중앙정부와 국회를 잇는 네트워크를 통해 익산의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