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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 이용주 시인의 '나, 나무'

나, 나무

- 이용주 시인

그믐달로 수면을 흔들리게 한다

경계가 주어진 그늘이 되어
우리는 나무와 함께 하면 나무가 된다

나무는 나이테이고 살아있는 정오이고
동행이다

손가락 엄지에 낀 여정이다

누구와도 떨어질 수 없는 고목이다

불안은 불안을 남기는 동안
나무는 기다림의 낮은음자리
사막에 방을 낳고

체위를 볼 수 있는 창을 드러낸다

끝없는 생의 마지막
누울 자리를 만들어 준다

나도 그렇게 열 평도 아닌 두어 평
속으로 온몸 춤추며 떠날 새이다

■ 詩評

시인이 독자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은 '낯설게 하기'라고 말한 이들이 있었다.

쾌청한 날 하늘을 보고 '오늘 날씨 참 좋다'거나 '하늘이 높고 푸르네'라고 말하면 낯익은 말을 한 것이다. 언어가 의미 전달이나 의사소통의 기능만 한다면 시는 지상에 존재해 있을 수 없다.

이용주 시인은 러시안 포말리스트들이 말한 '낯설게 하기'를 제대로 보여준 시인이다. 만상의 이면에 숨어 있는 뜻을 찾아내고, 사물의 뒤집어놓고 본다.

편편의 시가 무척 어렵지만, 수학문제를 풀 때처럼 사고력과 추리력과 상상력이 집중되면 가슴이 후련해지는 즐거움도 느낄 것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다 아하, 하고 무릎도 치게 될 것이다.

세상이 불안하거나 어수선할 때일수록 시를 읽으며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우리 곁에 해병대의 아버지이자 국민 식수원 관리자, 그리고 이제 막 시인의 관을 쓴 이용주 시인이 있다. 퍼즐 맞추기가 처음에는 어렵지만 몇 번 해보면 한결 쉬워진다.

이용주의 시가 바로 그렇다. 독일어 공부가 그렇듯, 입문기에는 무척 어렵지만 자꾸 소리 내어 읽다가 보면 시인의 숨소리가 느껴진다. 체취가 느껴진다. 그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시인이다.

- 이승하/시인, 중앙대 교수

■이용주 시인 프로필

- 충남 부여 출생.
- 2014년 계간 「시와세계 」 신인상.
- 국제PEN 서울본부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서대문지부 사무국장 . 계간 「한국미소문학」 서울지회장.
- 2015 「가면을 벗다」 첫 시집 발행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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