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 한림원은 7일(현지시각) "구르나가 식민주의의 영향과 난민들의 운명에 대한 타협 없고 열정적인 통찰을 보여줬다"며 그를 올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문학상 선정 위원인 안데르스 올손은 그를 "식민주의 이후 시대 작가들 중 가장 뛰어난 작가군에 속한다"고 평했다.
지난해 세계 문학계에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을 선택한 한림원은 올해 더욱 예상치 못한 작가를 수상자로 결정했다. 구르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예상하는 '나이서오즈' 등 영국 유명 도박사이트에서 언급된 적이 없다.
구르나는 1948년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섬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60년대 말 18세에 난민으로 영국에 도착했다. 학살을 피해 영국으로 온 그는 84년이 돼서야 잔지바르로 돌아갈 수 있었다. 최근 은퇴할 때까지 영국 캔터베리 켄트대에서 영문학 및 탈식민주의문학 교수로 재직했다.
구르나는 10편의 장편 소설과 다수의 단편 소설을 발표했다. 스와힐리어가 모국어였지만 영어로 글을 썼다. 그의 문학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난민의 혼란이다. 1987년에 쓴 데뷔 소설 '출발의 기억'은 모국에서 발생했으나 실패한 봉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두 번째 작품 '순례자의 길'(1988년)부터 줄곧 망명 생활의 다면적 현실을 탐구한다.
구르나는 또 소설 뿐 아니라 2권의 에세이와 조지프 콘래드, 조지 래밍, 살만 루시디, 앤서니 버제스 등 유명 작가들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감독하는 등 활발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그의 소설 중 국제적으로 알려진 것으로는 '낙원'(Paradise·1994년), '황폐'(Desertion·2005년), '바이 더 시'(By the sea·2001년)가 있다.
'낙원'과 '바이 더 시'는 영국 최고 권위의 부커상 후보에도 올랐다. 구르나의 작품은 아직 국내에서 번역되지 않았다.
한림원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소설에 나오는 떠돌아다니는 인물들은 문명과 대륙 사이, 과거의 삶과 새로운 삶 사이의 틈에서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장 안데르스 올손은 그를 "식민주의 이후 시대 작가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하나"라고 꼽았다
아프리카의 6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구르나의 본국인 본 탄자니아 정부도 자국 출신 작가의 수상을 축하했다. 동시에 "조국과 아프리카 대륙을 위한 승리"라고 평가하며 탄자니아 정부 수석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구르나는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냈다"고 말했다.
198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나이지리아 작가 월레 소잉카는 "구르나의 수상이 문학이 번성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아프리카의 우울한 현실 위로 튼튼한 깃발이 흔들리고 있다"고 축하했다.
소일카는 그러면서 "구르나와 같은 작가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구르나는 또 노벨재단과의 인터뷰에선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들은 재능과 활기가 넘치는 사람들"이라며 "받기만 하는 사람들이 아닌 줄 수도 있는 사람들"로 봐달라고 촉구했다.
켄트대학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최근 은퇴한 구르나는 식민주의 이후 글쓰기와 식민주의 관련 담론을 주로 탐구하며, 지역적으로는 아프리카, 카리브해, 인도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켄트대학은 소개했다.
구르나는 식민주의 이후 시대 작가들에 관한 '아프리카 글쓰기에 관한 논문들'을 두권 편집해 출간하기도 했다.
한편, 문학계에서는 구르나의 이번 수상을 대이변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프리카계 수상자가 적었을 뿐만 아니라 구르나 본인의 인지도도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벨위원회는 생소한 동아프리카 문학과 난민의 운명을 다룬 공로로 구르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문학상은 받은 구르나에겐 증서 및 메달 전달과 함께 1000만 스웨덴 크라운(114만달러·약 13억원)이 지급된다. 시상식은 12월 6~12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릴 예정이나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수상자 대부분은 본국에서 상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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